전 세계적으로 '서스테이너블(환경 파괴 없이 지속 가능한)'이 화두가 되고 있다. 환경 피해를 줄이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대만 역시 이에 주목하고 예전부터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 중 하나가 예전 건축물을 재생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이 같은 '도시재생사업'은 오랜 시간을 들인 끝에 여러 결과물을 얻었다.
타이베이 난강 지역에 위치한 '난강병개공장'을 개조해 시민 체험형 공간으로 만들었다. 원래 80년간 병뚜껑을 만드는 공장이던 이곳은 지난 2004년 문을 닫았다. 이후 지역개발로 철거 대상이 됐지만 사람들이 지역 보존 및 철거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끝에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보존되기에 이르렀다.
오랜 시간 재정비를 거쳐 지난해 12월 5일, 공유 오피스 및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외에도 교육,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활용되고 주말에는 벼룩시장도 열린다. 주말이 되면 방문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SNS에 '데이트 코스' '주말여행지'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곳 사진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모습이다.
대만 동부에 위치한 자이 시립미술관 역시 기존 건물을 활용해 다른 용도로 쓰는 공간 중 하나다. 원래 담배와 주류 판매를 관리하던 관청이었으나 자이시의 주도하에 2년간 공사를 거쳐 지금의 미술관이 됐다.
목재가 풍부한 자이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2층까지 이어지는 초대형 통창을 두어 햇볕이 잘 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주변에 녹음이 울창한 정원을 두어 도심 속 또 하나의 숲을 만들어냈다. 개장하자마자 전국에서 이 공간을 보려는 관광객이 미술관을 찾았고, 동그란 유선형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미술관 앞은 지나쳐선 안 되는 포토 스폿으로 등극했다.
지난 1월,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타이난에는 영화관을 활용한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했다. 일제 점령기에 타이난의 4대 영화관으로 운영되던 '에비스 칸'을 복원해 예술영화관을 비롯해 현지의 특색 있는 먹거리, 타이난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뉴얼한 것이다.
이전 다른 공간과 차별화된 점은 지방자치단체나 대만 정부의 지원이 아닌 대만의 식품 기업 '블랙 브리지 푸드'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타이난 사람들은 이 공간이 역사를 지닌 공간은 보존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삶을 목표로 하고 이를 꾸준히 이뤄나가고 있는 대만,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공간이 생겨날지 기대가 자못 크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