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은 언어폭력이나 사이버 괴롭힘, 집단 따돌림 등 정서적인 폭력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 얼마 전 에이프릴 전 멤버 이현주가 왕따로 인해 팀을 탈퇴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걸 그룹 내 왕따 문제가 불거진 것도 정서적 폭력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걸 그룹 왕따 논란은 이전부터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이슈다.
아이돌 그룹 내 집단 따돌림은 집단 숙소 생활을 하는 독특한 K팝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숙소 생활을 하며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잡히고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잘나가는 멤버에 대한 질투, 서로의 견해 차이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소속사의 철저하고 적극적인 관리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20년 현재진행형 AOA 권민아의 상처
지난해 7월 권민아는 “AOA로 활동하는 10년 동안 멤버 지민의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했을 만큼 극심한 고통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권민아의 연이은 팀 내 왕따 폭로로 지민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결국 팀에서 탈퇴해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방관자로 지목된 설현 등 다른 멤버들도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최근까지도 권민아는 자신의 SNS에 지민 때문에 받은 트라우마를 고백하며 “가해자는 사과를 안 한다. 인정도 일부분도 안 하더라. 용서도 안 되고 용서할 생각도 없다”는 글을 올렸다.
2021년 에이프릴 전 멤버 탈퇴의 원인은 왕따?
에이프릴 전 멤버였던 이현주의 친동생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누나는 연기를 하고 싶어 에이프릴을 탈퇴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 왕따와 괴롭힘으로 팀을 탈퇴하게 된 것이며 공황장애를 앓았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논란이 시작됐다. 활동 당시, 뒤에 합류한 채경과 레이첼을 제외한 에이프릴 멤버들에게 괴롭힘과 왕따를 당했다는 것이다.
소속사 DSP미디어는 “이현주가 체력적·정신적 문제로 팀 활동에 성실히 참여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유발된 갈등으로 다른 멤버들 또한 유·무형의 피해를 겪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팀 내 갈등은 있었지만 왕따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의혹은 계속돼 왕따 의혹의 주동자로 이나은이 지목됐다. 에이프릴 멤버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이나은. SBS 예능 <맛남의 광장> 측은 이미 촬영한 이나은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고, 광고계에서는 이나은의 영상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미 촬영이 진행된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도 결국 하차했다.
2014년 소녀시대마저 왕따 논란
우리나라 최고의 걸 그룹 소녀시대도 왕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4년 9월 30일 제시카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소녀시대를 나가달라는 퇴출 통보를 받았다. 9월 초에 멤버들이 회의를 소집해, 저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을 그만두든지 소녀시대를 떠나든지 양자택일하라는 요구를 해왔다”고 밝혀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다.
팀 활동과 개인 패션 사업을 병행하려는 제시카에 대해 이견을 가진 멤버들이 결국 제시카의 퇴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범적인 걸 그룹 사례였던 소녀시대의 멤버 퇴출이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제시카를 제외한 소녀시대는 지난해에도 음반을 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왕따 걸 그룹으로 각인된 티아라
대중이 걸 그룹의 왕따 문제를 인식하게 된 가장 큰 사건은 2012년 티아라의 화영 왕따 논란이었다. 2012년 7월 티아라 멤버 5명이 화영을 겨냥한 비난 트윗을 작성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 활동 영상과 공연 등에서 화영을 집단 따돌림했다는 의혹이 확산됐고, 화영을 제외한 전 멤버는 대중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당시 티아라는 ‘러비도비’로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상황이라 충격은 더 컸다. 소속사는 사건이 발생하자 곧 화영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티아라에서 탈퇴한다는 발표를 했다. 대중은 피해자 화영을 옹호했고, 티아라는 이미지 추락으로 활동이 어려워졌다. 지금까지도 티아라 하면 ‘왕따 걸 그룹’이라는 인식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