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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이성 친구

중학생이 되면서 이성에 관심을 가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안절부절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On March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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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남녀공학과 남학교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남학교에 보내자니 내성적인 아이가 활동적인 10대 남자애들 사이에서 치일까 걱정됐고, 남녀공학에 보내자니 이성 친구에 대한 관심이 공부에 방해될 수도 있다는 주위의 이야기가 신경 쓰였다.

아이가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을 눈치챘을 때 부모가 유난스럽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러모로 좋지 못한 태도다. 아이를 별스럽게 취급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중요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섣불리 성적인 조언부터 앞세우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중학생이었을 때 나는 내 아이가 같은 학원의 한 여학생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다른 엄마를 통해 전해 듣고 매우 당황했다. 이성 친구에게는 전혀 관심 없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역시 엄마는 자기 아이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아이가 말하지도 않는데 엄마인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이 될까 봐 내색하지도 못했다. 대놓고 묻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태도, 말투의 변화, 감정의 차이 등등 사소한 변화를 체크했다. 뭔가가 예전 같지 않아 보일 때는 솔직히 긴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 아이는 자연스럽게 관심을 정리하며 일상생활로 돌아왔다. 괜한 소란을 피운 것보다 모른 척하며 관심만 두고 살폈던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일이 됐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학교에서만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남녀공학과 남학교를 두고 고민했는지 헛웃음이 난다. 정작 내 아이도 학교가 아니라 학원에서 만난 여학생에게 관심을 가졌으니 말이다. 언젠가 대학생이 된 아이에게 그 일을 말하니 엄마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이도 깜짝 놀랐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중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물었더니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나이대 남자애들은 게임도 좋아하고 스마트폰이나 축구 같은 운동도 좋아하잖아요. 그걸 스스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게임이나 축구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잖아요. 이성친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성 교제를 이상한 방향으로 걱정하는 어른들이 부담스러운 거죠.”

중학생 시기의 뇌는 다시 구조화되는 여러 활동을 한다. 정보를 전달하고 영향력을 주고받는 신경 회로가 재정립되는 시기인데, 정서를 통제하고 계획을 세우거나 의사 결정을 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서 충동적이거나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는 것이다. 흔히 사춘기라고 일컫는 이 시기는 그야말로 ‘혼란의 시기’인 셈이다. 이때 만나는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아이들의 일상에, 나아가서는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학생 자녀가 이성 친구를 사귄다면 아이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자. 동성과 이성으로 구분 짓지 말고 그저 아이 친구 이야기라 생각하면 오히려 접근이 쉽다. 이성 친구와 소통하느라 평소보다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아질 텐데, 혼내기보다 계획적인 시간 활용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비난하는 말투로 이성 친구를 깎아내리거나 이성 친구를 부모와 견주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자.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만나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통제할 수도 없으며 통제할 필요도 없다. 그저 부모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지켜보되 ‘관심의 추’는 세워두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글쓴이 유정임

MBC FM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경남 뉴스1 대표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3월호
2021년 03월호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