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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전달 대행, 줄 서기 대행··· 대행의 시대가 왔다!

시간이 곧 돈인 세상. 더 이상 귀찮고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행의 시대가 왔다.

On February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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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을 주저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성장한 시장은 다름 아닌 '대행업체'. 외출이 꺼려지는 시기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로 머리가 아팠다면 주변에 있는 '대신맨'을 부르면 된다. 번거로운 일을 해결해주는 대행업체의 성장은 평소 귀찮은 일을 미뤄둔 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 '설마 이런 것까지 부탁해도 되나'라는 고민은 접어도 좋다. 반려동물 산책 등 잔심부름도 거절 없이 척척 해결해준다. 거래는 대체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뤄진다. 대행업체 앱을 통해 고객의 주문을 직접 확인하고, 업체에 요청된 일감을 대행 기사에게 배정하는 방식이다. 모든 심부름 서비스는 필요에 따라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물품 비용 결제까지 앱으로 가능하다. 접촉을 줄여야 하는 코로나19 시대에 제격인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축의금 전달' 대행

라면, 옷, 휴지 등 생필품을 배달하는 잔심부름 서비스의 이용 수요가 부쩍 늘었다. 당초 대행업체 의뢰인의 주 서비스로 기능했던 장보기 대행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난 이후 불티나게 이용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대행 기사에게 요구되는 심부름의 종류는 다양하다. 장보기, 편의점 심부름, 약국을 대신 가달라는 잔심부름부터 직접 만나서 경조사를 챙기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꽃이나 케이크 등을 전해주거나 관공서에 서류를 제출하는 일까지 대신한다.

이 같은 서비스는 코로나19 자가격리자로 분류된 이들에게 더욱 유용하다. 상황이 이렇자 한 심부름 대행업체는 자가격리자에 한해 무료 심부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심부름 대행업체 '빠름'은 하루 1회, 격리 기간 중 5번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대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생필품 구매나 방역물품 구매 등이 해당하며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앱으로 요청하면 된다. 단, 음식 배달과 같이 일반 배달 서비스로 해결 가능한 심부름은 이용할 수 없다.

'바퀴벌레 제거' 집안일 대행

집 안에서 생기는 성가신 일도 대신해준다. 집안일도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 하나의 노동이란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일상에 밀접하게 닿아 있는 부분까지 대신맨들의 손에 맡길 수 있게 됐다. 서비스 품목도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반찬 만들기, 세탁물 수거부터 설거지, 분리배출, 반려견 산책도 문제없다. 가사 도우미, 베이비시터 같은 정기적인 서비스와 달리 필요할 때만 일회성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도 적다.

집안일 대행 서비스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대행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 가운데 벌레 퇴치까지 요구하는 이들도 늘어가는 상황이다. 실제 심부름 대행업체와 중고거래 앱에는 벌레를 대신 잡아달라는 문의가 올라오기도. 의외의 수요가 발생하자 심부름 대행업체는 벌레를 퇴치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집 안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밖으로 줄행랑친 뒤 쉽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토록 감사한 대행 서비스가 있을까?

감정 소비 대행

지인과의 관계 회복, 사과 전화, 이별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노동. 생각만으로도 껄끄러운 감정 소비도 대행업체에 맡기면 된다. 일부 대행업체는 물건이 오가는 서비스 외에 많은 사람이 대신해주길 바라는 감정노동 서비스를 항목에 넣었다.

대행업체가 선보이고 있는 감정 소비 대행은 다양하다. 지인·보호자와 함께 가야 하는 결혼식이나 병원 동행, 꼬인 관계를 풀고 싶을 때 적절한 멘트 대신 만들어주기, 애인과의 이별, 이혼 서류를 접수할 때 등 수많은 감정노동을 대신해준다.

감정 소비 대행은 20~30대 Z세대에서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개인주의화하는 사회에서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일을 해결하는 데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Z세대 사이에서 수요가 큰 감정노동 서비스는 '퇴사 대행'이다. 직장 상사와의 대면 소통에 불편함을 느끼는 데 이어 퇴사라는 중대한 의사를 전달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퇴사 대행업체는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퇴사 대행'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업체는 현재 이용자가 재직 중인 회사의 고용 환경과 노동법 위반 여부 등을 진단해주고 원하는 날짜에 퇴직 처리를 해주는 것을 서비스의 큰 이점으로 내걸고 있다. 대체로 전문 자문위원을 구성해 퇴사 시 불이익이 없는지 위험 요소를 사전 점검해주고 인사 담당자 면담을 통한 사직 의사 전달과 협의, 사직서 및 기타 물품 제출, 제증명과 원천징수영수증 등을 통한 사직 수리 확인 같은 복잡한 절차를 해결해준다.

줄 서기 대행

줄도 대신 서주는 시대가 왔다. 한정판을 손에 쥐기 위해 2박 3일 진을 치고 있어야 하거나 명절 기차 탑승권을 구해야 할 때, 심지어 줄 서서 먹는 맛집,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도 활용할 수 있는 줄 서기 대행 서비스.

이 서비스는 주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기도. 입시학원 거리로 유명세를 떨치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선 시기마다 학원 등록을 위해 줄을 선 학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만 학원 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학부모들은 심부름 대행업체에 줄 서기를 위탁하기도.

대리 주차 대행

주차에 자신이 없을 땐 발레파킹을 해주는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목적지 도착 전에 신청하면 대리 기사가 약속 장소로 나와 주차를 대신해주는 대리 주차 서비스는 단순히 주차뿐 아니라 차가 안전하게 주차됐는지 위치와 상황을 사진으로 전송해준다. 여기에 주차를 맡긴 동안 주유나 세차 등 부가 서비스도 누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차를 집 앞에 대신 주차해주는 서비스까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이색 대행 서비스

  • 중국 음주 대행

    음식 대접과 술자리 문화를 중요시하는 중국.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음주를 사양하는 것이 큰 실례로 여겨지는 문화가 고역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등장한 '대리 음주' 서비스. 술자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대리 음주' 서비스는 이른바 '술 상무'가 동행해주는 대행 서비스다.

    중국의 음주 대행 서비스는 말 그대로 대박 났다. 중국의 한 대리운전 앱 '이따이지아'에서 출시한 대리 음주 서비스 '이따이허'는 오픈 하루 만에 1만 명가량이 관심을 보이며 열풍이 일었다. 대리운전 앱과 같이 위치기반서비스를 통해 가까운 위치에서 대신 술을 마셔줄 사람을 찾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주량, 거리 등 이용자 기호에 맞게 세부 사항을 선택할 수 있다.

  • 일본 퇴직 대행 서비스

    타인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부담으로 여기는 일본에서는 퇴사 대행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퇴사 처리를 깔끔하게 해주지 않는 기업의 증가, 이직의 용이함으로 인해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법규상 퇴사는 근로자의 권리 중 하나로 명시돼 있지만 껄끄러운 관계를 만드는 게 곧 결례로 이어지는 문화로 인해 퇴사가 쉽지 않아 대신해줄 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일본의 퇴직 대행업체는 서비스 이용자와 회사 간의 접촉이 생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퇴직 의사 전달과 퇴직 통보까지 전 과정을 대신 도맡는다.

  • 미국 코로나19 검진 줄 서기 대행 서비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2,2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된 미국.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하면서 외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코로나19 검진소 줄 서기 아르바이트 수요가 늘고 있다.

    최장 하루 6시간을 대기해야 검진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긴 줄로 아르바이트 시급 또한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기준 시급 9만원에 달하는 고액 대행 서비스이지만, 부유층을 중심으로 줄 서기 대행을 원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고액이다 보니 줄 서기 대행으로 돈벌이를 하려는 구직자들이 따로 생겨났을 정도.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2월호
2021년 02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