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연예 기획사 ‘나무액터스’의 김종도 대표를 만날 자리가 있었다. “김 대표는 눈여겨봐야 할 소속 배우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송강을 꼽았다. 당시 기자는 송강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터였다.
김 대표는 “몇 작품만으로도 이미 마니아층이 형성된 데다 올 연말에 방영될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 출연한다. 신인 배우가 300억 대작에 캐스팅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소속 배우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후 주변에서 알음알음으로 듣기론, 2019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이미 입덕한 여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넷플릭스는 이미 송강의 스타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김 대표가 언급했던 300억 대작 <스위트홈>이 지난해 12월 공개됐다. 곧바로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는 랭킹 1위, 미국에서는 8위로 첫 진입했다(2020년 12월 22일 현재 7위에 올라 있다).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톱10 차트에 든 것이다. 라이징 스타였던 송강은 이 한 작품으로 국내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됐고, 동시에 세계적인 배우가 된 셈이다.
<스위트홈>으로 월드 스타 등극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차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 ‘그린홈’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신선한 이야기와 서스펜스로 수많은 팬을 만들어내며 누적 조회 수 12억 뷰 이상을 기록한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으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히트 메이커 이응복 감독의 신작이다. 그린홈에 사는 다양한 주민으로 송강 외에도 이도현, 김남희, 고민시, 박규영 등 차세대 스타가 총집합했다. 장르물에서 강세를 보여온 이진욱, 이시영이 합류했으며 김갑수, 김상호 등 베테랑 연기자도 함께해 균형을 단단히 잡았다.
장르물에 처음 도전하는 송강은 “<좋아하면 울리는>의 ‘황선오’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송강은 극 중 자살을 결심한 은둔형 외톨이에서 그린홈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인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가 돼버린 차현수로 분해 강도 높은 액션과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이응복 감독은 신예 송강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오디션 때 진지한 모습이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이렇게 잘생긴 친구가 감정 표현까지 좋아 기대가 컸다”고 했다. 이어 “현수의 모든 감정 신이 기억에 남는다. 표정과 눈빛에서 읽을 수 있는 내면 연기가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 연예 기획사 ‘나무액터스’의 김종도 대표를 만날 자리가 있었다. “김 대표는 눈여겨봐야 할 소속 배우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송강을 꼽았다.
요즘 그야말로 인기가 보통이 아니다. 얼떨떨하면서 기쁘다. 외국 팬들이 많아졌다는 게 느껴진다. SNS에 사진을 올리면 댓글을 다는 이들 중 90% 정도가 외국인이다. 언어가 다양해 댓글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들도 있지만 팬이 늘었다는 걸 하루가 다르게 실감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해 기분이 남다를 거 같다.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는다는 건 책임감이 엄청나다.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감이 더 큰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캐릭터에 의지하면 어떨지 생각했다. 부담감이 생길 때마다 캐릭터를 더 깊게 생각했다.
300억 대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캐스팅이 결정될 때는 제작비에 대한 얘기는 못 들었는데, 최근에 기사를 통해 알았다. 정말 놀랐다.(웃음) 한데 이미 다 촬영한 뒤라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스위트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감독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원작 웹툰을 재미있게 봐서 대본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역시 너무 재미있었다. 현수가 괴물을 마주하고 공포를 이겨가는 과정이 특히 재미있었고, 괴물들을 드라마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됐다. 더불어 원작 웹툰을 즐겨 본 팬이었기에 부담도 컸다.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잘 풀어나갔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정말 우연히 오디션을 보게 됐다. 이응복 감독님과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님이 굉장히 친한 사이인데 우연히 밥을 먹는 자리에서 자연스레 작품 얘기가 나왔고, 이나정 감독님이 즉석에서 저를 추천하셨다고 한다. 이후에 이응복 감독님이 우리 회사에 직접 전화를 주셨다.
오디션 때는 어땠나? 오디션 때는 송강이라는 사람의 본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당시 감독님이 물티슈통을 주시더니 통장이라 생각하고 연기해보라고 하셨다.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첫 장르 연기이기도 하고, 경력이 길지 않은데 망설임은 없었나? 아무래도 연기에 대한 내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라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끝에 ‘이런 연기를 언제 해볼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해봐야겠더라. 실제 촬영장에서는 현수 캐릭터가 몰입이 잘돼 부담이나 스트레스보다 즐거움이 더 컸다.
완성된 <스위트홈>을 보고 어땠나? 8개월 동안 촬영해서 애착이 큰 작품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촬영할 때의 추억도 많이 떠올랐다. ‘내가 저렇게 연기를 했구나’ ‘저런 표정을 했었네’라며 재미있게 봤다.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게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폭이나 상대 배우와의 호흡, 리액션도 많이 배웠다. 만족도도 높고, 추억도 많은 작품이다.
아쉬운 장면은 없었나? 차 안에서 가족을 원망하는 장면을 보면서 조금 더 상처받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쉽거나 보완할 점을 일기장에 다 기록해놨다. 일기장에는 평소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는 편이다.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편지도 쓴다. 주로 내 생각을 많이 쓰는 편이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눈물 흘리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지만 만족스러운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코피 흘리는 장면이 어려웠다. 실제로 코피를 흘려본 적이 거의 없다.(웃음) 연기를 통해 처음으로 코피를 접하게 됐는데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훅훅 쏟아지더라. 그 상태에서 연기도 해야 하는 익숙하지 않은 신이 많아 힘들었다. 나중에는 코피를 워낙 많이 흘려 적응이 됐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사람을 해치지 않는 괴물도 있어요”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현수가 그린홈 주민들과 동화되고 싶은 생각에 그렇게 말했던 거 같아 안타까웠다.
밤에 외출하는 걸 안 좋아해요. 그래서 대부분의 일을 아침에 끝내고 이후엔 ‘집콕’을 하는 편이죠. 푹신한 소파에 누워 책과 영상을 보는 시간이 행복해요.
‘넷플릭스의 아들’이란 수식어, 감사한 일
전작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스위트홈>에도 캐스팅되며 ‘넷플릭스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수식어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더 좋은 수식어를 얻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넷플릭스 공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각 나라의 반응을 한 번에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특성상 에피소드가 순차적이 아닌 한 번에 다 나오지 않나. 그래서 모든 평가를 한눈에 알 수 있어 좋다.
현수는 입체적인 성격이다. 배우로서 해석한 현수는 어떤 캐릭터인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현수는 리더십도 있고 사교성이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은둔형으로 살지만, 내면에는 정의로움과 삶에 대한 욕망이 있는 아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마음의 문을 닫은 은둔형 외톨이 차현수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현수는 가족을 잃고 나서 우울한 생각들을 하다가 괴물이 등장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인물이다. 희로애락의 폭이 큰 감정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어떻게 감정을 잡을지 고민했다. 감독님과도 현수가 어떤 감정일지, 감정의 폭이나 깊이는 어떨지,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현수의 방 세트가 임팩트가 강하고 현실감이 있어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정말 내가 외톨이가 된 것처럼 몰입됐다. 그래서 항상 촬영 시간보다 먼저 와서 세트장을 둘러보며 몰입했던 것 같다. 원작인 웹툰은 기본 캐릭터를 잡는 데만 참고했다. 전반적으로 상상과 현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만들어갔다.
클로즈업 장면이 많았는데, 어땠나? 그래서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외적인 노력은 어떻게 했나? 테스트 촬영 때 감독님이 내 머리카락을 얼굴에 많이 붙이셨다.(웃음) 그래서 그냥 테스트의 일종인가 싶었는데 촬영할 때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많이 가렸다. 다크서클도 진하게 그렸다. 감독님이 그래야 연기가 돋보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몸을 왜소하게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 목도 빼어보고 어깨도 굽혔다. 몸을 숨기기 위해서 후드 집업 스타일을 많이 입었다. 처음엔 일부러 체중 감량을 했는데 나중엔 저절로 빠지더라. 처음 촬영 시작할 때는 몸무게가 70kg이었는데 5kg이 빠져서 65kg이 됐다.
그래서인지 배역과의 싱크로율이 높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처음 대본을 받고 현수의 감정이 와닿았다. 특히 어두운 면이 실제 내 모습과 비슷했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집중이 잘됐다.
액션 연기에 대한 소감은? <스위트홈>이 첫 장르물이어서 모든 게 새롭고 너무 재미있었다. 촬영하기 두 달 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액션 스쿨에 가서 기본적인 액션 동작을 연습했다. 무기로 괴물을 죽인다는 게 현실에서는 아예 없는 일이지 않나. 와이어 액션에 처음 도전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 그래서 와이어 액션 촬영이 있는 날에는 굉장히 기진맥진했던 기억이 있다.(웃음) 새로운 도전이라 매 순간 재미있게 촬영했다.
괴물화되는 것을 버티는 캐릭터다. 괴물과 인간 사이에서 죽지 않고 사는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 생각하면 축복받은 걸 수도 있다. 강력한 힘을 얻은 거니까. 내가 그 힘으로 누군가를 살릴 수 있지 않나. 능력을 악용하지 않고 좋은 일에 쓰니까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장 분위기도 궁금하다. 드라마 분위기는 어두웠는데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현장이 재미있어서 대기실에는 거의 머물지 않고 현장에 있었다. 현장에서 스태프와 이야기도 많이 하고, 또래 배우들과 모니터링도 함께했다.
이응복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믿음을 주셨다. “우리, 서로 믿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 디렉팅을 많이 해주시고 다른 부분은 자유롭게 풀어주셨다.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분이다.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현수의 감정을 인지해두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송강의 성장을 돌아보건대 촬영 전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기적으로는 감정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카메라 용어도 많이 알게 됐다. 렌즈 사이즈도 많이 배웠다.(웃음)
열린 결말로 끝이 나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열린 결말이라 특히 마음에 들었다. 현수가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도 있고, 실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능력이 더 세진 모습으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시즌 2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들은 바 없다. 반응이 좋으면 찍을 거 같다는 말만 들었다. 개인적으로 시즌 2를 한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웃음) 다른 배우들도 다 같은 마음일 거다.
차기작에 대한 설명도 해달라. tvN 드라마 <나빌레라>인데, 역할을 위해 처음으로 발레를 배웠다. 기술적인 부분까지는 접근할 수 없고, 선이나 표정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영상을 보고 많이 복습하고 있다. 유연성 때문에 필라테스도 배우고 있다. 아버지가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라 유연성을 물려받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유연한 동작이 되긴 한다. 아버지한테 감사함을 느끼면서 발레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올해 28살이 됐다. 그러다 보니 소년의 이미지도 좋지만,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다. 누아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영화 <아수라>와 <범죄도시>를 재미있게 봤다. 이런 영화를 보면 정장 입고 올백을 한 캐릭터가 있지 않나. 그런 역할에 대한 로망이 있다.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계기는 무엇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눈빛이 너무 좋았다. <타이타닉>을 본 뒤 부모님에게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당시 20살이었다. 어머니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에 반대를 많이 하셨고, 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지금은 부모님 모두 아주 좋아하신다.
군 입대에 대한 고민도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역할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되는 거 같다. 하지만 입대 자체에 대한 고민이나 부담은 적다. 당연히 가야 하는 거니까. 사실 군대 가기 전에 배우로서 목표를 세웠는데 그 목표보다 몇백 배 달성했다. 애초엔 주·조연까지 해보고 입대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었다.(웃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매력은? 배우에겐 매력이 참 중요하다. 그 매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혼자 되돌아보고 되짚어본다. 감독님들께서 ‘눈’이 좋다고들 말씀하신다. 그래서 매번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팬이 많아진 만큼 일상을 궁금해하는 이도 많을 것 같다. 일상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사실 일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재미가 없을까 봐 걱정이다. 정말 집에서 하는 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견과류 먹기, 장보기, 산책하기, 그게 전부다. 나는 그 일상이 행복한데 남들은 재미없게 느껴질 것 같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침대에서 보낸다.(웃음)
집돌이? 그렇다면 본인에게 ‘스위트홈’은 무슨 의미인가? 집돌이가 확실하다.(웃음) 그리고 밤에 외출하는 걸 안 좋아한다. 밤에 나가면 왠지 우울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을 아침에 끝내고 이후엔 ‘집콕’이다. <스위트홈> 촬영도 아침부터 저녁까지라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내게 ‘스위트홈’을 만들어준 건, 푹신한 소파다. 누워서 책도 보고 영상도 본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 지난해에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면, 2021년에는 감정을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날것으로 연기하고 싶다. 뭐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행을 다니며 힐링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