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책방
싸우고 증명하는 삶
차별과 핍박을 받는 사람은 불합리성에 예민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직접 겪어온 일이기 때문이다. 쫓겨나고 출입이 금지된 사람은 부당함과 불편함을 견디거나, 아니면 싸우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수혜를 누리는 특권층이라면 어떨까? 당연하게 여기거나, 짐짓 모른 척 눈감기 쉬울 것이다. 혜택과 편애는 달콤하니까. “나는 누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버리면 삶은 편해지니까.
나딘 고디머는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으로 살았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유대인 시계 판매상인 아버지와 영국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작은 탄광촌 마을에서도 백인 중산층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학교·극장·도서관에는 오직 백인들만 있었던 반면, 광산에는 엄청나게 많은 흑인이 일하고 있었다. 그들은 왜 보이지 않았을까? 백인과 흑인은 철저하게 격리됐다. 그는 11살 무렵부터 이 모든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흑인이었다면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유일한 소일거리가 독서였지만 아무도 내게 글을 가르쳐주지 않았을 테니까.” 그는 15살 때 이러한 불평등을 다룬 첫 번째 이야기를 써서 잡지에 발표했다. 싸우고 고발하는 작가의 탄생이었다.
성공회 수녀원 학교를 졸업하고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 1923년에 태어난 그는 26살에 첫 단편집 <얼굴을 맞대고(Face to Face)>를 출간했고, 4년 뒤에 첫 장편소설 <거짓의 날들(The Lying Days)>를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소수 정권의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작품을 써낸 그는 1970년대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철폐와 민주 인사 석방을 요구하는 활동도 벌였다. 14권의 장편, 18덟 권의 단편집, 그리고 논픽션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으나 오랫동안 정권의 검열로 판매 금지됐다.
하지만 그의 작품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 심지어 많았다. 그의 작품은 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됐고 부커 매코넬상, 스미스 문학상, 토마스 프링글상, 프랑스 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1991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노벨의 유언처럼 그는 장엄한 서사적 소설들로 인류에 위대한 공헌을 했다”고 치하했다. 그의 치열한 투쟁도 인정 받았다. 1999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그에게 남아프리카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넬슨 만델라는 28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옥할 때 “나는 나딘을 만나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만큼 그의 작품과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일각에서 일었던 “백인 여성 작가의 공허한 문학 활동이다”라는 비판에 시달렸던 그는 개의치 않고 말년까지 빈곤, 범죄, 에이즈 근절에 앞장서는 등 예리한 현실 비판의 칼날을 내려놓지 않았다.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고, 직접 증명하며 살았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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