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볼 수 없는 나라다. 12월 평균 온도가 13~17℃로 눈이 내릴 수 없는 기후인 것이다. 대신 비가 많이 온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풍경이 한국과 사뭇 다르다. 야자수와 함께 반짝이는 전구들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두꺼운 옷이 아닌 가을옷을 입고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때로는 기온이 20℃를 넘기도 해 본의 아니게 후덥지근한 크리스마스가 될 때도 있다.
대만에서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카페들은 각종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과 특별 메뉴를 내놓고, 도시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화려한 장식들을 놓아 분위기를 돋운다.
한국에서 커피 브랜드들이 앞다퉈 다이어리를 주는 이벤트를 벌이기 시작하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처럼 대만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다. 바로 ‘아이 셰어링’ 캠페인이다. 중국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이(愛)’와 ‘나누다’의 영어 단어 ‘셰어(share)’가 합쳐져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를 지닌 이 캠페인은 세븐일레븐, 스타벅스, 드러그스토어 코스메 등을 거느린 대만의 초대형 식품유통기업 퉁이그룹이 매년 진행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편의점에서 ‘아이 셰어링’ 캠페인 로고가 새겨진 컵으로 음료를 받는 순간 연말이 다가왔음을 직감한다. 원래는 콘서트, 각종 기부 행사, 러키 드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규모가 많이 축소된 모습이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다행히 대만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행사는 열린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서울시청 광장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놓이고 청계천에 화려한 점등 행사가 열리는 것처럼 신타이베이시는 매년 ‘크리스마스 랜드’ 행사를 개최한다.
쇼핑몰과 회사들이 즐비하게 위치한 ‘반치아오’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대만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이벤트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신타이베이시는 세계 곳곳에서 전문가들을 초빙해 일찍부터 공을 들였다. 이곳에 놓인 360도 회전 3D 트리는 대만에서 가장 높은 트리로 기록돼 있다.
특히 올해는 크리스마스 랜드 이벤트 개최 10주년을 맞아 디즈니와 협업해 사람들의 기대를 더 모으고 있다. ‘디즈니 동화’를 주제로 다양한 점등 행사를 벌일 예정이며 2020년 11월 13일부터 2021년 1월 3일까지 열린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얼룩진 마음을 위로받고 2021년에는 좀 더 나은 새해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