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의 명과 암
30년 만의 전성기와 해소되지 않은 논란들
시작은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리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1990년대 가요 프로그램에 소환된 양준일의 존재감은 영롱하게 빛났다. 약 30년 전 영상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세련된 패션과 무대 퍼포먼스가 젊은 층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왜 소리 소문 없이 가요계를 떠난 건지 의아해질 때쯤 양준일은 JTBC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 3>에 모습을 드러냈다. 50대 나이가 믿기지 않는 그루브와 변함없는 소년미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비자 문제로 가수 활동을 접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밝혀지면서 양준일의 복귀를 염원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날로 커졌고 결국 양준일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했다. 그렇게 22세에 데뷔했던 청년은 51세 나이로 30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탄탄대로가 계속될 것 같았으나 양준일은 뒤늦게 이혼과 재혼, 숨겨진 딸에 대한 의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익명의 온라인 제보자는 양준일의 전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고 양준일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전처임을 주장하는 여성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새 국면을 맞았다. 양준일은 결국 MBC 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이혼한 사실이 있다고 번복 해명했다. 하지만 ‘숨겨둔 딸’에 대해서는 재차 부인해 여전히 의혹만 무성하게 남겼다.
포털 사이트 댓글 폐지
연예 면에 이어 스포츠 면까지 폐쇄된 포털 사이트 댓글창
포털 사이트가 악플 근절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이 지난해 10월 연예 기사 댓글 폐지를 확정한 데 이어 지난 2월 20일에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다음의 행보를 뒤따랐다. 네이버는 지난 3월 5일부터 연예 뉴스 댓글과 연관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익명성에 기대어 연예인들에게 퍼붓는 무분별한 비방과 악플이 문제시된 때문이다. 고 설리·구하라는 물론 앞서 세상을 떠난 배우 최진실, 가수 유니 등도 악플에 시달렸다.
이어 8월에는 스포츠 기사 댓글도 폐지됐다. 스포츠 선수는 직업 특성상 날 선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시돼왔기에 비판의 탈을 쓴 도 넘는 비난이나 악플을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8월 1일, 여자 배구선수 출신 고 고유민(25세)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 악플이 거론됐고 공론화되면서 댓글 폐지 수순을 밟은 것이다.
포털 사이트가 ‘댓글 폐지’라는 초강수를 내세웠으나 악플 근절의 완벽한 대안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악플러들은 SNS, 유튜브 등을 옮겨 다니며 지능적으로 혐오를 확산 중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연예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지만 정작 댓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스트리머와 유튜버들 또한 악플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1인 미디어를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더 쉽게, 자주 악플에 노출된다.
지난 2018년에는 30대 여성 BJ가 실시간 방송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악플에 노출된 스트리머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 뒷광고
유명 유튜버들을 눈물짓게 만든 뒷광고 논란
지난 9월 일부 인기 유튜버들이 ‘뒷광고’ 논란에 철퇴를 맞았다. 뒷광고란 광고비를 받고도 광고라는 사실을 표기하지 않거나 일부러 누락시킨 채 콘텐츠를 게시한 것을 말한다.
뒷광고 논란의 발단은 스타일리스트 한혜연과 가수 강민경이었다. 이들은 일부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자신이 직접 구매한 제품을 소개하는 양 유튜브 영상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특히 유튜버 구독자 80만 명을 보유한 한혜연은 신발을 홍보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광고비를 받은 것이 발각돼 공개 사과에 나섰다.
뒷광고에 대한 잡음이 불거지자 이번에는 내부 고발성 폭로가 이어졌다. 유튜버 ‘애주가TV참PD’와 ‘홍사운드’가 업계에 만연한 뒷광고 실체를 언급하며 문제를 공론화했다. 광고임을 표기하지 않으면 유튜버가 광고를 무한대로 받을 수 있고 효과가 좋아 기업들이 선호한다는 것. 특히 고액 단가의 광고를 받은 유튜버 중 이를 투명하게 밝힌 사람은 없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았다.
이에 잠자코 있던 유튜버들은 너도나도 고해성사에 나섰다. ‘양팡’ ‘보겸’ ‘문복희’ ‘떵개떵’ ‘햄지’ 등이 줄줄이 공식 사과를 했고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배우 기은세와 개그맨 이휘재의 아내 문정원 등은 게시물에 ‘광고’라는 문구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뒷광고는 온라인 마케팅이 각광받기 시작한 때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단속 대상이었다.
하지만 제재 대상은 광고주에 한정돼 있었기에 인기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광고 사실을 표기하지 않거나 숨기는 것을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던 게 사실이다. 이에 공정위는 9월 1일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에 관한 개정안을 시행해 규제 강화에 나섰다. 공정위는 업계에서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이근 대위와 <가짜사나이>
유튜브 인기 콘텐츠의 짧고 굵은 전성기와 씁쓸한 몰락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에서 제작된 웹 예능 <가짜사나이> 시즌1의 화력은 대단했다. 인기 유튜버들이 특수부대 UDT 훈련을 체험하는 이 웹 예능은 지난 7월 공개돼 누적 조회 수 5,600만 회를 기록했다. 특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 등의 유행어를 탄생시킨 교육대장 이근(37세) 대위는 지상파 예능까지 섭렵하며 일약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뜻밖의 ‘사생활 논란’ 암초를 만나며 ‘벼락 스타’에 그쳤다. 지난 10월 2일 현직 소방관인 A씨의 “2014년 이근 씨가 2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주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질타가 쏟아지자 이근은 이튿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채무불이행에 대해 해명했다. 며칠 뒤에는 A씨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채무 비용을 모두 변제했음을 밝혔다.
이번엔 유튜버 김용호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용호는 지난해 11월 29일 상고기각 결정이 내려진 법원 사건 번호 검색 내용을 공개하며 이근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고 이근은 또 한 번 해명 유튜브 영상을 게재해 “2018년 공공장소, 클럽에서의 추행 사건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실제 성추행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해명,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여성의 등장 등으로 비난이 가시지 않자 이근은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사과 및 해명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이 가운데 <가짜사나이> 시즌2가 가학성 논란에 휘말리자 <가짜사나이> 영상은 전부 비공개 처리됐다. 2020년 하반기에 가장 뜨겁게 사랑받은 콘텐츠의 말로는 씁쓸함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