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같은 논술의 기초가 반드시 별도로 공부해야만 이뤄지는 영역일까? 생활 속 언어 습관으로도 그 실력을 다질 수 있다. 결국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뒤에 말로 표현하느냐 글로 표현하느냐의 차이인데 이 태도 만들기는 부모가 평상시 언어 습관으로 도와줄 수 있다.
첫째, 식사 시간처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이용해 주제를 제시하고 펼치도록 해주자. 가르치겠다는 욕심 때문에 부담스러운 시사 등을 꺼내면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눈높이에 맞는 주제를 꺼내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 말이야. 재밌는데 어떤 장면은 폭력적이기도 했어. 청소년이 시청해도 되는 기준은 뭘까?”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얘기 순서를 논리적으로 바꿔주는 건 부모의 몫이다. 기승전결의 순서를 정리해주면서 결론까지 이르도록 도와준다면 생활 속 대화에서 말과 글의 논리적 순서를 몸으로 익히게 된다.
둘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신문을 구독하도록 해주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다양한 칼럼을 읽으며 글의 논리성을 익힐 수 있고 시간이 없어 제목만 훑어보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시사의 감을 익힐 수 있다. 특히 주제어를 파악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중학생이라면 스포츠, IT, 연예, 영화 등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칼럼을 선택해 파일을 만들도록 하자. 부모가 칼럼을 먼저 읽은 뒤 짧은 생각의 코멘트를 달고 그 아래 아이의 생각을 적게 하면 다른 생각도 볼 수 있어서 논술 기초에 큰 도움이 된다.
셋째, 아직 초등학생이라면 거리의 간판을 이용해 생각 쌓기를 해보는 것도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손을 잡고 걸으며 간판에 적힌 상호명으로 ‘짧은 글 이어가기’를 즐겨 했다.
예를 들어 ‘할매 떡볶이’ 앞을 지나간다고 하자.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라고 말하면 큰아이가 받는다. “그 아이가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니랑 살게 되었대요.” 이번에는 작은아이가 받는다. “부모님이 안 계신 불쌍한 아이에게 할머니는 매일 떡볶이를 해주셨대요.” 이야기 속의 논리성을 위한 체계는 엄마가 잡아준다. “그런데 왜 하필 할머니는 떡볶이를 만들어주셨을까? 다른 음식도 많은데….” 문제를 제기하면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논리를 만든다. “돌아가신 엄마가 생일마다 해주시던 음식이라 그 음식이 떠올랐대요!” 엄마의 질문에 아이 나름대로 논리적 이유를 제시하는 거다.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면서 논리적 맥락을 잡아간다. 생각을 자꾸 하면 ‘말 할 거리’나 글감이 보이고, 보이는 것을 풀어내면 글이나 말의 맥락이 서고 체계도 잡힌다. 생활 속에서 깊이 사고하는 언어 습관은 결국 논술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다.
가난한 이웃집을 방문한 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가진 게 없더라.”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가슴 아파서 차마 뭐라고 형언하기 힘들었어!”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사회적 보장 체계에 한계를 느꼈어!” 하고 말이다. 사실만을 보고 있는가? 자신만의 느낌과 해석을 추가해 상대의 생각을 설득하고 있는가? 논리적인 생활 속 언어 습관이야말로 곧 훌륭한 논술의 첫걸음이다.
글쓴이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MBC FM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으로 현재 부산·경남 뉴스1 대표로 근무 중. 두 아들을 카이스트와 서울대에 진학시킨 워킹맘으로 <상위 1프로 워킹맘>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