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모두 리얼
다른 집 부부들은 어떻게 살까? 연예인 부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호가 될 순 없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등이 선방하며 추자현·우효광, 함소원·진화, 홍현희·제이쓴, 최양락·팽현숙 커플 등 많은 인기 스타 부부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보다 더 은밀하고 농도 짙은 부부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다. 바로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이하 <애로부부>)가 그 주인공. 뜨거운 ‘에로’는 사라지고 웬수 같은 ‘애로’만 남은 부부들을 위한 ‘앞담화 토크쇼’를 표방하며 채널A와 SKY 채널에서 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발칙한 제목만큼 파격적이고 솔직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방송이 있는 날엔 리뷰 기사도 수두룩이 올라오고, 검색어를 독식한다. 현실적인 부부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방송에서는 드문 ‘19금 예능’이라는 빨간 딱지도 당당하게 붙였다.
<애로부부>는 진짜 사연을 받아 재연 드라마로 꾸민 ‘애로 드라마’와 실제 부부가 출연해 부부만의 잠자리 고민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속터뷰’로 진행된다. 남편의 심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호스트바 ‘선수’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외도를 하는 아내, 불륜남을 자신의 집 2층에 숨겨두고 함께 생활한 아내, 동성 첫사랑을 못 잊는 남편 등의 이야기가 ‘애로 드라마’의 내용.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애로 드라마’는 모두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침실 이야기 ‘속터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은 ‘속터뷰’는 부부들의 속 터지는 침실 이야기다. 지금까지 여러 유명인이 출연해 자신들의 속궁합 고민을 털어놓았다. 배우 조지환과 최영완, 핸드볼 해설위원 최현호, 개그맨 이광섭, 걸 그룹 ‘LPG’ 출신 허윤아 등 유명인이 출연해 각자 부부의 말 못 할 침실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32시간마다 부부 관계를 요구해서 고민인 아내, 섹스리스 부부, 아직도 야동을 끊지 못한 남편, 집에서 홀딱 벗고 다니는 아내 때문에 성욕이 줄어든 남편 등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 싶은 유명인 부부들의 이야기는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 부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옆집 부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여기에 진행자 5명의 입담이 더해져 더욱 흥미진진하다. 중재자 역할을 하는 비혼의 아이콘 최화정, 결혼 18년 차로 기혼자 입장을 대변하는 홍진경, 결혼 생활의 고단함과 부부 사이의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이상아, 재치 만점 새신랑 개그맨 이용진, 냉철한 분석으로 전문가적인 조언을 하는 미혼의 정신과 전문의 양재진. 이들은 부부들의 사연에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며 공감의 힘을 발휘해 자칫 선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방송에 진정성을 더한다.
실제 부부들의 사연을 받아 드라마타이즈로 재구성한 ‘애로 드라마’는 간통죄가 폐지된 후의 상황을 깊이 있게 다루고자 했다. 유명 BJ에게 2억원의 거금을 갖다 바친 남편의 이야기, 옆집 유부녀와 불륜에 빠져 불법 주식 정보를 건넨 세무 공무원 남편의 이야기 등이 요즘 현실을 반영한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아내가 한때 기업 회장의 비서이자 내연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임신한 아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내의 상간자 소송 위자료를 내준 이야기는 간통죄 폐지 이후 상간자 소송을 많이 하는 현실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라면 과연 배우자의 과거를 어디까지 용서해줄 수 있는지 깊은 고민을 던져주며 화제가 됐던 내용이다.
32시간마다 잠자리, 섹스리스 부부까지
<애로부부> 인기의 일등 공신은 쉽지 않은 부부의 속(?)사정을 작정하고 털어놓는 유명인 부부들이다. 그야말로 베개송사(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로나 할 수 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아내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장소 불문하고 32시간마다 관계를 요구하는 남편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고백한 간호사 아내 박혜민과 배우 남편 조지환 이야기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조지환은 방송 후 자신이 너무 물의를 일으킨 것 같다며 새로운 약속으로 ‘72시간 계약서’를 썼다며 자필 계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계약서에는 “72시간 내에 못 참고 요구하면 96시간으로 가차 없이 늘어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청자들은 ‘솔직히 부럽다’ ‘저런 부부의 속사정까지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등의 상반된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가졌다.
전 핸드볼 국가대표 최현호와 아리랑TV 리포터 출신 홍레나 부부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셀렙 부부. 홍레나는 남편이 스킨십을 너무 싫어하고, 살 닿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최현호는 할머니 손에 커서 스킨십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결혼 전 고강도 운동으로 고환 쪽에 문제가 생겨 불임이 올 뻔했고, 수술 후 성욕이 떨어졌다는 뜻밖의 사실을 고백했다. 또 “결혼 전엔 여자로 느껴지는데 출산 후엔 신성하게 느껴진다. 분만실에는 남자가 안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걸 그룹 출신 허윤아와 건설회사 임원인 남편 이남용도 <애로부부> 화제의 인물. 허윤아는 “이제 결혼 6년 차인데 신혼 때부터 쭉 한 달에 한 번만 부부 관계를 했다. 이제 한 달에 두 번은 하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가 러브 일지를 체크하는 걸 보고 압박감과 강박관념 때문에 더 고개를 숙이게 됐고, 더 큰 이유는 “아내가 집에서 홀딱 벗고 있어 물론 사랑하지만 성적인 매력은 약간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밥 먹을 때도 다 벗고 있고, 몸에 고춧가루까지 튀어 있으니 화가 난다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방송 후 실검 1위를 기록한 허윤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이제는 앞치마라도 입어볼게요”라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했다.
방송을 타도 될까 싶은 아슬아슬한 발언도 연일 화제가 됐다. 32시간마다 부부 관계를 원하는 남편 조지환. 그의 아내 박혜민은 “오늘은 무조건 느끼게 해준다던 남편 덕에 네 번을 느낀 날도 있다”고 했다. 허윤아는 “한 달에 두 번 대신 생활비를 올려준다는데, 난 싫어. 내 자궁 건강 어떡할 거야?”라고 했다.
개그맨 김진혁의 아내 오승연은 “부부 관계 때도 남편은 바로 내려가서(?) 본론에 들어가버린다. 입을 사용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부부 관계 때 입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초토화시켰다.
부부 관계 시 상전처럼 가만히 있어 아내의 원성을 산 개그맨 이광섭은 “임신이 되는 때를 내가 정확히 느낀다.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엄청나게 대소변을 참다가, 어렵게 휴게소 가자마자 시원하게 해결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몸에서 내가 훅 빠져나가는 것 같다”고 리얼한 경험담을 털어놔 화제가 됐다.
진행자 이상아는 남편의 외도 후 이혼을 고민하는 사연에 대해 “2년이라는 바람은 살짝 삐거덕거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헤어져보니까 그놈이 그놈이고, 그X이 그X이다”며 경험자로서 솔직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정신과 전문의 양재진은 “행복하려고 이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덜 불행하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런 프로그램은 없었다. 이것은 특별한 부부의 이야기인가,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인가. 사실 쉬쉬하고 남들에게 털어놓지 못할 뿐, 부부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라는 것이 대부분 부부의 속마음. 덕분에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리얼리티에 입각한 부부의 ‘찐’ 속사정. 이것이 바로 <애로부부>의 인기 비결이다.
부부 관계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자칫 선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애로부부>가 부부들의 성교육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오해하는 지점을 알게 된다. 실제 부부들이 등장하는 만큼 이들의 고민을 희화화하거나 자극적으로 해석해 조롱거리가 안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부란 ‘두 개의 반신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전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리얼 고민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애로부부’에서 다시 ‘에로부부’로 진하게 거듭 태어나는 부부들을 만나고 싶다.
특별한 속사정 고백 릴레이
5년째 섹스리스 - 배우 최영완, 손남목 부부
두 사람의 마지막 잠자리는 5년 전. 결혼 후 급작스럽게 살이 쪄서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후 식욕뿐 아니라 성욕이 억제되고 발기부전까지 와서 잠자리를 피한 남편. 아내가 원해도 자신이 없었다. 아내의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동안 아내 또한 성욕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야 남편은 해보고 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아내는 “나는 지금 깨끗해진 것 같고 좋다”고 거절한다. 이에 대해 MC들은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아내에게 필요한 건 스킨십이 아니라 마음이다. 남편이 아내를 서운하게 했는데 부부의 문제로 돌리면 안 된다”고 솔루션했다.
야동 보는 남편 - 개그맨 김진혁, 오승연 부부
컴퓨터 용량이 부족해 살펴보다 직박구리 폴더를 발견한 아내. 성인 동영상이 10개 정도 나왔고 남편은 “아내가 임신하면서 조심해야 하고 예민해지다 보니 혼자서 해결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부 관계를 할 때, 애무 없이 무조건 본론으로 들어가는 남편이 불만이라는 아내.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인 MC 양재진은 조심스럽게 “포르노 중독의 증상이 보인다. 사회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아내와의 관계에선 문제가 생기니 인위적인 자극에서 벗어나,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아내와 다시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상전처럼 받기만 하는 남편 - 개그맨 이광섭, 이송이 부부
“부부 관계란 주거니받거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상전처럼 가만히 있기만 한다. 부동자세로 미동도 없어 힘들다”고 고백한 아내. 남편은 아내가 공격을 좋아한다고 해명했고, 아내는 “공격만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나, 받고도 싶다”고 했다. 이광섭은 “임신 중에 관계하는 게 겁이 났다. 또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스스로 홍보를 하다 보니 힘들어서 집에 오면 밤에 쉬고 싶다”고 재차 해명했다. MC들은 “40대 가장이 되면 머리가 복잡하고 힘든 것 충분히 이해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다. 쌍방 관계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