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사나이> 시즌1의 화력은 대단했다. 인기 유튜버 공혁준·김재원·꽈뚜룹, 래퍼 베이식 등이 특수부대 UDT 훈련을 체험하는 이 웹 예능은 지난 7월 공개돼 누적 조회수 5,600만을 기록했다. 특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 등 유행어를 히트시킨 교육대장 이근(37세) 대위의 인기는 신드롬급이었다. 그는 지상파방송 예능까지 섭렵하며 일약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빨리 뜬 만큼 부작용도 컸다. 이근 대위는 채무불이행, 성추행 의혹 등 사생활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가짜사나이> 시즌2가 가학성 논란에 휘말렸다. 갖은 잡음이 계속되자 결국 <가짜사나이> 영상은 전부 비공개 처리됐다. 2020년 하반기에 가장 뜨겁게 사랑받은 콘텐츠의 말로는 씁쓸함 그 자체였다.
논란의 타임라인
승승장구하던 이근 대위의 발목을 잡은 것은 채무 논란이었다. 지난 10월 2일 현직 소방관인 A씨는 “2014년 이근 씨가 2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근 대위는 이튿날인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A씨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근 대위는 “200만원 이하의 금액을 빌리긴 했지만 100만~150만원의 현금과 스카이다이빙 장비와 교육 등으로 변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A씨는 “이근 씨의 해명에는 거짓이 많다”고 재차 폭로에 나섰다.
A씨의 잇따른 폭로 이후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이근 대위는 지난 10월 5일 오전 유튜브 계정을 통해 ‘A씨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근 대위는 “A씨와 과거에 여러 번 금전 거래를 했고 돈을 갚은 것으로 착각했다. A씨와 만나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A씨의 주장이 사실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법원에서 정한 채무 비용 모두를 정확하게 변제했다”며 “더는 오해와 재생산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A씨 또한 “이근 형님이 찾아와 만나게 됐다. 서로의 입장에 대해 대화하고 진심으로 사과했고 화해했다. 채무 관계를 깨끗하게 해결했고 감정 문제도 정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채무 논란은 비교적 신속하고 순탄하게 일단락됐다. 이근 대위가 지상파방송과 광고계까지 진출하면서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성폭력 처벌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유튜버 김용호는 지난 10월 12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해 11월 29일 상고기각 결정이 내려진 법원 사건 번호 검색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근의 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다. 상고기각 결정이 났으니 이미 이근은 전과자”라고 폭로했다.
해당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자 이근 대위는 유튜브를 통해 “2018년 공공장소, 클럽에서의 추행 사건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실제 성추행을 한 것은 아니다. 억울하다. 이를 밝히기 위해 내 의지로 끝까지 항소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CCTV 3대가 있었고 추행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나왔는데도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단 하나의 증거가 돼 판결이 이루어졌음을 호소했다.
그러자 이번엔 성추행 피해자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며 직접 나섰다. 하서정 변호사(홈즈 법률사무소)는 공식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피해자는 힘들었던 일이 의도치 않게 세간에 알려지고 이근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일을 허위 사실이라 주장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근은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발언을 일체 중지하고 더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후 10월 16일 공개된 한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하 변호사는 “이근이 피해자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성추행을 당할 당시에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이라며 “피해자는 당시 당혹스럽고 불쾌했으며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추가 입장을 밝혔다.
그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던 이근 대위는 입을 꾹 닫았다. 대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던 채무불이행 사과 영상과 성추행 의혹에 대한 해명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이근 대위, 누구인가?
1984년생 이근 대위는 버지니아 군사대학 출신으로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 대위로 전역했다. 3세 때부터 미국에서 거주한 그는 영주권과 시민권 보유자였으나 대한민국에 자원입대해 해군 장교가 된 이력이 있다.
전역 후 이근 대위는 군사전략컨설팅회사인 ‘무사트’에서 활동하며 군사 전문가로 여러 번 방송에 출연했다. 그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에서 제작된 웹 예능 프로그램 <가짜사나이>. 매서운 눈매와 다부진 체격과는 달리 서툰 한국말이 웃음 포인트가 됐다. 덕분에 “너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 “반으로 죽일 거야” 등 숱한 유행어가 탄생했다.
방송가도 이근 대위를 주목했다. 이근 대위는 JTBC <무늬만 코미디>, SBS 모비딕 <제시의 쇼!터뷰>, 카카오TV <톡이나 할까>, SBS <집사부일체>, MBC <라디오스타> 등 예능 프로그램에 줄줄이 출연했다. 출연이 예정됐거나 이미 녹화를 마친 방송도 많았다.
하지만 이근 대위가 불미스러운 사생활 논란에 휘말리면서 방송가는 뒤늦게 ‘이근 지우기’에 나서는 중이다. 당초 10월 23일 첫 방송 예정이었던 KBS1 신규 교양 프로그램 <재난탈출 생존왕>은 이근 대위 논란 여파로 인해 첫 방송을 11월로 미뤘다.
고정 출연이 아닌 1~2회에 등장하는 스페셜 패널이지만 출연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이다. 녹화를 이미 마친 SBS <정글의 법칙> 제작진도 이근 대위의 분량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방영을 마친 예능 프로그램들도 다시보기 서비스와 영상 클립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 재미있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았던 이근 대위 모델의 햄버거 광고는 유튜브 채널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이근이 참여한 총 7개의 영상 광고 모두 현재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자신을 둘러싼 잡음에도 이근 대위는 꿋꿋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피규어를 제작한 유튜브 채널을 찾아가 “영광입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해내는 일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마이웨이’에 나서고 있다.
잇따른 논란에 <가짜사나이> 결국 중단
이근 대위의 채무불이행, 성폭행 의혹을 비롯해 교관으로 출연한 로건, 정은주가 불법 퇴폐업소 출입을 도모했다는 모바일 채팅 대화가 공개됐다. 여기에 군사전략컨설팅회사로 알려진 ‘무사트’가 레크리에이션 교육기관으로 등록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가짜사나이> 시즌2는 지속적인 가혹 논란에 휘말리며 몸살을 앓았다. 결국 담당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김계란은 <가짜사나이> 영상을 전부 비공개 처리했다.
그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최근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한 훈련진, 교관진 나아가 가족들까지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고 사람들의 가십거리와 사회적 이슈로 소비되고 있어 그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던 욕심보다 한참 부족한 저의 능력 때문에, 출연진을 포함한 그 가족들까지 큰 고통을 겪는 것 같아 비참하고 씁쓸하다. 논란에 대한 모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