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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주가, 빅히트였나?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10월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정식 상장됐다. 주식시장이 들썩였다. 꿈의 ‘따상’도 기록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주가는 이내 곤두박질쳤다.

On October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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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는 내년 초 강남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 트레이드센터’로 사옥을 이전한다. 지하 7층, 지상 19층으로 빅히트는 건물 전체를 빌린다. 단지 사무 공간이 아닌 새로운 복합문화 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58조 4,237억원. 이 어마어마한 금액은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주식을 얻기 위한 일반 청약 일정에 쏠린 시중 자금이다. 국내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아이돌 그룹 BTS 소속사인 빅히트 주주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는데 제한된 주식에 과도한 증거금이 몰리다 보니 최종 경쟁률은 606.97대 1에 달했다. 쉽게 말하면, 1억원을 청약에 투자하면 공모가 13만 5,000원인 빅히트의 주식 2주를 받을 수 있다.

기세를 몰아, ‘따상(공모가 2배로 장 거래를 시작한 뒤 30% 상한가까지 상승하는 것)’에도 도달했다. 카카오게임즈나 SK바이오팜처럼 최근 상장했던 회사들은 따상은 물론 그다음 날에도 상한가(30% 상승)를 기록하는 ‘따상상’을 달성했던 바 있어 BTS에 기댄 빅히트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지난 10월 15일 상장과 동시에 공모가 대비 ‘따블’인 27만원에 거래를 시작한 빅히트는 곧바로 오전 9시 2분 35만 1,000원에 거래되며 ‘따상’을 찍었다. 잠시지만 따상상(이틀 연속 상한가 거래)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투자자들은 빅히트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 따상상을 기록할 경우 빅히트 주가는 45만 6,000원에 달하는데, 이럴 경우 공모가(13만 5,000원) 대비 238% 오른 것에 해당하기 때문.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오전 9시 2분을 기점으로, 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7만원에 거래를 시작한 빅히트는 결국 상장 첫날 25만 8,000원이라는 공모가 이하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그다음 날에는 장 초반부터 내리막길을 타더니 -22.3%나 기록하며 20만 500원에 장을 마감해야 했다. ‘따상’이었던 35만 1,000원에 투자한 ‘아미’들이 있다면 이틀 만에 -40%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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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되는 거품론, 증권사들도 ‘신중’
사실 빅히트는 넘치는 화제성만큼이나 거품론이 제기된 바 있다. 과도하게 쏠린 자금을 감안할 때 상장 후 급등이 연출되더라도 하락 역시 불가피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상장 후 빅히트가 따상(35만 1,000원)을 기록했다고 가정하면,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4조원 수준에서 약 10조원으로 불어난다. 코스피 30위권 진입도 가능했다. 과대평가 지적이 나온 대목이다.

시가총액 10조원 상위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한국전력(13조 6,000억원), 신한금융지주(13조 5,500억원), LG(13조 3,000억원), SK이노베이션(13조 2,000억원), 삼성생명(12조 1,000억원), KT&G(11조 4,500억원) 등이 위치한다. 10조원 밑으로는 아모레퍼시픽(9조 8,500억원), KT(6조원) 등이 있다. BTS를 보유한 빅히트가, 이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발밑에 놓게 된다는 것이었다.

경쟁업체인 SM엔터테인먼트가 7,800억원, JYP엔터테인먼트가 1조 2,655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빅히트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던 이유다.

실제 실적을 보면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읽힌다. 빅히트는 2019년 매출액 5,872억원, 영업이익 987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액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6,578억원)에 이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2위다. 영업이익 1위인, 알짜라고는 하지만 너무 과대평가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FT) 역시 빅히트 상장에 대해 ‘주가 거품’ 논란을 보도했다. 2020년 9월 <파이낸셜 타임즈>는 “회사의 가치가 너무 부풀려졌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하락한 지금의 빅히트는 매력적인 투자처일까.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증가하지만, 폭발적인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8곳이 예상한 빅히트의 2020년 매출액 평균은 7,237억원, 영업이익은 1,278억원이다.

그러다 보니 증권가 역시 빅히트 적정 주가를 16만~38만원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9만원, 유안타증권은 29만 6,000원의 목표 주가를 산정했다. 쉽게 말해, 시가총액이 10조원이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가 흐름이 좋을 것으로 보는 비중도 낮았다. ‘최대 6개월까지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은 43.9%로, 앞서 상장 후 대박이 났던 SK바이오팜(81.2%)과 카카오게임즈(58.6%)보다 낮다. 장기 투자처로도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 셈이다.

더 박한 평가를 한 증권사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빅히트에 대한 적정 주가를 공모가(13만 5,000원)보다 조금 높은 16만원으로 제시했다. 업계에서 매출액 대비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BTS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군 입대 문제로 프리미엄 추가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언급했다.

빅히트에서 BTS를 제외하면 매출은 미미하다. 2019년 기준, 매출의 97%는 BTS가 발생시켰다. BTS가 군 입대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다면 빅히트가 기록한 실적들이 거꾸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아티스트가 부재할 경우 그대로 매출이 줄어들고 업계에서 부침을 겪게 된다는 점”이라며 “SM은 매출이 1위여도 대표 아이돌 그룹이 없다 보니 기대감이 낮아 트와이스가 활동 중인 JYP보다 주가가 낮지 않냐, 빅히트는 BTS의 파워가 막강하지만 거꾸로 그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빅히트에는 BTS를 제외하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2019년에 데뷔한 5인조 남성 그룹이 있지만 아직 존재감은 크지않다.

또 CJ ENM과 손잡고 시작한 합작 법인 빌리프랩의 보이 그룹 프로젝트인 <아이랜드> 역시 시청률이 0%를 맴도는 부진 속에 끝이 났다. 혹평이 난무했고, 프로그램 종영과 함께 7인조 그룹 엔하이픈이 탄생했지만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시청률 3~5%를 오갔던 것에 비하면 완벽한 실패였다.

빅히트도 아는 빅히트의 한계
빅히트도 이런 한계를 알고 있다. BTS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고 자체 플랫폼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 인수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그룹들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걸 그룹 ‘여자친구’ 소속사인 쏘스뮤직, 2020년 6월에는 보이 그룹 ‘세븐틴’ ‘뉴이스트’ 소속사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산하에 계열사도 대거 신설해 수익 다양화를 좇고 있다. 공연과 음원 유통,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 제작·판매, 게임, 교육 사업 등 사업 영역별로 자회사를 직접 만들어 중간 마진을 없애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매출을 늘리는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음악 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영역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2020년 11월호
2020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