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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다> 이상엽, 실제로 희망하는 가정의 모습은?

욕심 많은 배우 이상엽을 만났다. 그는 오늘도 부지런히 달린다.

On October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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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에게 2020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SBS 월화 드라마 <굿캐스팅>, KBS2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연달아 출연했고, SBS <런닝맨>, tvN <식스센스> 등 예능 프로그램과 SBS 교양 프로그램 <고민 해결 리얼리티-인터뷰게임>(이하<인터뷰게임>)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바쁘게 내달린 만큼 눈부신 성과도 있었다.

이상엽은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인생캐’를 만났다. 극 중 ‘송나희(이민정 분)’와 이혼 후 재결합하는 ‘윤규진’ 역을 맡아 훈훈하고 사랑스러운 남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치매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의 절절한 연기는 ‘이상엽의 재발견’이라는 호평까지 이끌어냈다. 그는 가공된 캐릭터 설정을 버리고 진짜 ‘나’를 투영하고자 했다. 윤규진의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 하나에도 진짜 이상엽이 묻어나도록 연기했다.

언제 어디서든 진실한 ‘나’를 스스럼없이 꺼내놓는 것. 이는 이상엽이 추구하는 활동 방향이다. 그는 잦은 활동으로 인한 이미지 소모를 걱정하면서도 거짓 없이 온전한 이상엽 그 자체로 대중에게 다가서고 싶다고 말한다. 욕심 많은 남자 이상엽이 데뷔 후 14년간 버틸 수 있던 이유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끝났어요. 소감이 어때요?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돼요.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아마 앞으로도 며칠은 힘들 것 같아요. 9개월 동안 일주일에 2~3일씩 촬영하다 보니 제작진, 배우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지금 얘기하면서도 조금 울컥하는데 그만큼 저에게는 깊숙이 박힌 드라마예요.


드라마에 합류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주말 드라마에, 스타 작가의 작품이라 부담이 없었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해요. 근데 제가 불나방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그저 들이댔던 것 같아요. 나중에야 시청률이나 평가들이 걱정되더라고요. 꼭 합류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양희승 작가의 굉장한 팬이기 때문이에요. 작가님이 그리는 부부의 모습을 저 나름대로 현실감 있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제 전작이었던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나 SBS <굿캐스팅> 모두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작품이었거든요. 이 작품에서는 ‘찐’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윤규진 캐릭터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해요? ‘찐’을 보여드리기 위해 이상엽의 진짜 모습을 많이 투영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이 ‘이상엽이 지금 연기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랐어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윤규진이 송나희와 이혼한 뒤 재결합한다는 설정이 흔치 않지만 감정만큼은 현실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슬픈 장면에서 그저 슬픈 표정을 짓기보다는 최대한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제 진짜 모습들이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김보연 배우와 나눴던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이상엽은 극 중 알코올성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의 절절한 이야기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극 중 제 어머니였던 김보연 선배님과의 모자 호흡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척 하면 척이었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됐어요. 촬영을 앞두고 신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슛이 들어가면 금세 감정 교류가 이뤄지더라고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면서 함께 연기한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죠. 호흡은 말할 것도 없이 역대 최고였어요. 제 감정을 이끌어주신 김보연 선배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려요.


누군가의 남편, 아빠로 살았던 기분이 어때요? 결혼 경험이 없다 보니, 이혼 후 재결합하는 상황이나 양가 식구들과 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있게 임하려다 보니 금세 적응했어요. 연기하면서 결혼이나 부부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점도 있어요. 말을 아끼는 배려는 진짜 배려가 아니라는 거예요. 부부 사이일수록 더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실제로는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사실 제대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은 늘 갖고 있습니다.(웃음) 가능하다면 친구 같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이민정과 부부 호흡은 어땠나요? 우리 ‘엠제이(이민정의 SNS 아이디)’와의 호흡은 최고였죠. 동년배 중에서 단연 최고의 호흡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연기할 때 이병헌 선배님이 신경 쓰이지 않냐는 질문을 가끔 받았어요. 의식될 때도 있지만 늘 드라마를 재미있게 챙겨봐주셔서 영광이었어요. ‘이병헌 선배가 내 연기를 보고 있다니!’라는 생각을 하면 신나더라고요.(웃음)


방영 중에 이상엽 ‘분량 실종’ 이슈가 있었어요(메인 커플 이상엽·이민정보다 사돈 커플인 이상이·이초이 분량이 많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어요. 후반부에 제가 소화해야 할 양이 많았으니 일종의 휴식처럼 시간을 보내며 힘을 비축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보다는 제작진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논란이 됐을 당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어요. 모든 것은 의도된 떡밥이자 저희의 빅 피처였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팬들의 반응을 자주 체크하는 것 같아요. 검색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팬들이 ‘나규(나희·규진을 줄여서 부르는 말)’나 ‘규본(‘규진 본체’의 줄임말로 이상엽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보고 있었어요. 댓글 반응까지 세세하게 챙겨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관심에 늘 감사드려요.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상엽에게 어떤 작품인가요? 가장 ‘나’다운 작품이에요. 이재상 감독님에게 “규진이라면 이렇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저라면 이랬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더 자주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제 의견을 수용해 현장에서 흔쾌히 상황을 수정해주신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도 제 요구가 과하거나 방향이 다르다고 느낄 땐 딱 잡아주셨죠. 덕분에 더 이상엽스러운 캐릭터가 탄생한 것 같아요.


시즌 2를 기대하는 반응도 있어요. 저는 그 누구도 다시 이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다만 ‘한 번 다녀왔다’는 의미가 꼭 결혼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팬들이 모아준 사진을 보니 드라마 출연진 대부분이 본인 작품에서 죄수복을 한 번씩은 입었더라고요. 그래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KBS2 버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도 했죠.


요즘 드라마 외에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 중이죠? 최근에 <식스센스>에 출연했어요. 제가 예능을 좋아해 예능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어요. 고정 프로그램이라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더 자주 제작진과 소통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이 부럽더라고요. 작년에 tvN <호구들의 감빵생활>에 고정 출연을 했었는데 매번 재미있게 놀다 온 느낌이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예능을 할 때 제 본모습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런닝맨>에 출연했던 회차를 다시 봤는데 정말 열심히 뛰고 진심을 다해 짜증을 내고 있더군요.(웃음) 저도 모르는 제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소중한 경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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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가장 ‘나’다운 작품이자 이상엽이 잘 녹아든 작품이에요. 저에게 깊숙이 박힌 드라마인 만큼 앞으로 한동안은 잊지 못할 거예요."

교양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어요(이상엽은 최근 방영된 SBS 2부작 교양 프로그램 <인터뷰게임>에 출연했다). 고민을 스스로 털어놓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출연자들을 보며 저도 많은 용기를 얻었어요. 사실 프로그램 성격상 MC나 패널의 토크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아쉽거나 서운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저는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2부작으로는 아쉬워서 꼭 정규 편성이 되기를 바라죠. 개인적으로는 배움의 깊이가 남다른 프로그램이라 정규 편성이 된다면 꼭 재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웃음)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요?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육아에 관심이 생겨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섭외가 오기도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나가고 싶네요. <식스센스>에도 다시 한 번 출연하고 싶어요. 그때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봐서 조금 서운했는데, 오디오가 꽉 차는 그 공간에 다시 한 번 제 목소리가 담겼으면 좋겠어요.


활동하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나요? 있죠. 저는 늘 제가 매력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제 연기 스타일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지금도 그 생각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어요. 인지도에 대해서도 늘 걱정하면서 살아요. “사람들이 나를 알긴 아나?”라는 지질한 생각을 해요.(웃음) 작품을 통해 조금씩 극복해나가야겠죠.


어느덧 14년 차 배우예요. 실감이 나나요? 14년 차라는 타이틀이 민망해요. 나이를 한 살이라도 줄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요즘에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제 경력을 단 1년 만이라도 줄이고 싶어요. 촬영 현장은 늘 변수가 많아 감히 다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에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다만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힘이 돼주고 싶어요. 저 시기에 느끼는 기분이 어떤 건지 한번 겪어보니 금세 알겠더라고요. 과거엔 윤계상·장혁·이선균·김석훈 선배 등이 “너 멋있어! 보기 좋아”라는 말로 제 사기를 북돋워줬는데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거든요.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힘을 주고 싶어요.


요즘 고민이 있나요? 제 바닥이 다 드러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고민이에요. 인터뷰에서 이런 치부를 밝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하게 다 털어놓는 이유는 스스로 느슨해지지 않기 위해서예요. 새로움이나 신선함이 바닥난 느낌이라 환기를 시키고 제 속을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더라고요. 앞으로는 그동안 못 보였던 새로운 얼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저도 몰랐던 제 안의 새로운 모습들을 찾는 것이 요즘 고민이자 숙제예요.


배우 이상엽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뭔가요? 현장에서의 엔도르핀이오. 연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뛰어 갑자기 막 춤을 추고 싶을 때가 있어요.(웃음)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싶은 설레는 마음이 배우로서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저도 늦잠을 자거나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막상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현장 카메라나 반사판, 스태프가 그리워지더라고요. 역시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2020년에 많은 일이 있었죠? 이상엽에게 어떤 한 해였나요? 올해는 약을 굉장히 많이 챙겨 먹은 해예요. 영양제, 보충제, 비타민 등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 그만큼 건강을 돌봐야겠다고 마음먹은 한 해였어요. 감사하게도 제가 많이 바빴다는 뜻이죠. 체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성취감이 있어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배우로서 벅찬 순간들도 있었어요. 아, 최근에 20년을 살았던 집을 떠나 이사를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큰 이슈 중 하나였네요.(웃음)


이상엽의 다음 플랜이 궁금합니다. 저는 살면서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어요. 어릴 때 생활계획표를 만들고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던 것 같아요. 계획을 세워 실천하기보다는 매 순간 내가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려고 해요. 당장 눈앞의 목표는 하나 있어요. 드라마가 끝났으니 라면을 끓여 먹고 싶어요. 여러분에게 라면과 절임무 조합을 추천해드립니다.(웃음) 드라마를 끝낸 뒤 작품에 대해, 저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들도 저에게는 힐링이에요.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고 치지 않고 착하게 살겠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세요.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웅빈이엔에스
2020년 10월호
2020년 10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웅빈이엔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