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트콤 같은 가족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가네>에서 가감 없이 솔직한 일상과 200% 리얼한 현실 남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가네 삼남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튜브에는 막내 미르를 중심으로 둘째 누나 고은아(본명 방효진)가 합류했고 이어 첫째 방효선 씨가 합류해 완전체가 됐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에 방귀, 트림, 때, 굉음은 물론 내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스펙터클한 여배우의 야인 생활에 유튜브가 발칵 뒤집혔다. 1년 만에 무려 구독자 수 62만 명을 거느리는 인기 유튜버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지상파 예능과 라디오까지 섭렵하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우먼센스>가 유난히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방가네 자매를 만났다. 카메라를 켠 채 촬영장에 들어온 이들은, 빵빵한 블루투스 음량마저 눌러버리는 하이 텐션과 성량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며 촬영장을 평정했다. 넘치는 자신감과 밉지 않은 장난기, 방가네 특유의 유쾌함이 가득했던 촬영. 서로를 물고 헐뜯고 사랑하고 아껴주던 이들의 DNA는 단언컨대 상상 그 이상이다.
첫 동반 화보 촬영, 어땠나요?
고은아(이하 '고') 언니가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혼자서 셀카를 수십 아니, 수백 장 찍거든요. 그 스킬이 오늘 잘 발휘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언니랑 이런 촬영이 처음이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민망했는데 오히려 언니는 눈도 꿈쩍 안 하고 표정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뻔뻔한 것 같아요.(웃음)
방효선(이하 '방') 그럼요, 찍어댄 게 얼만데요. 사실 평소에도 동생이랑 언젠가 자매 트윈 룩으로 맞춰 입고 예쁜 사진을 찍어두고 싶다는 얘길 여러 번 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제안을 받고 저희는 너무 감사했죠. 오히려 저보다 효진이(고은아 본명 방효진)가 더 긴장한 것 같아 웃겼어요. 어젯밤부터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온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잘해서 놀랐어요.
방 첫 컷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사진작가님이 저희를 포기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뭐지 싶었는데 결과물이 좋다니 다행이에요.
고 전 사실 사진 찍는 걸 워낙 좋아해요. 모델로 데뷔하기도 했고, 배우로 활동할 때도 영상보다는 지면 광고나 잡지 화보 촬영을 좋아했죠. 오늘은 언니가 옆에 있어 더 재밌고 즐겁게 촬영했어요. 자연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주셔서 감사해요.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출연 후 반응이 뜨거웠어요.
고 저희를 알아보는 연령대가 확실히 높아졌어요. 유튜브로만 활동할 때는 10대부터 30대 초·중반까지 어리거나 젊은 팬이 많았는데 방송 이후엔 부모님 나이대의 팬들도 부쩍 늘었어요. 신기하죠.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어른들이 저희를 마냥 귀엽고 예쁘게 봐주시니까요. 그저 요즘은 다 감사한 날들이에요.
방 한번은 깜짝 놀랐어요. 효진이가 지나가면서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 아주머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더라고요. 원래 아는 사이인 줄 알고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모른다고 해서 더 놀랐어요.
방송이 매우 파격적이에요.
고 원본은 더 파격적이었어요. 방송도 제작진이 많이 편집한 거예요.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보면 더 충격받을 수도 있어요.(웃음) 처음 촬영할 때 작가님들이 요즘은 옛날처럼 설정 같은 게 전혀 없으니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덕분에 마음 놓고 정말 리얼한 일상을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방 200% 리얼이에요. 저도 찍고 나서 걱정을 좀 했는데 막상 방송을 보니 편집을 너무 예쁘게 잘해주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끼리 "제작진이 우리를 사랑하나 보다"라고 얘기했어요. 우리가 무슨 MBC의 딸이라도 되냐면서요.
고 근데 저희 꼬락서니가 이러니까, 아무리 편집을 해도 사람 피사체는 바뀌지 않는다고 미안해하는거예요.(웃음) 상황은 어떻게 잘 포장하고 꾸며줄 수 있었지만 사람은 못 바꾼다고요. 최근에 또 <전참시>를 촬영했는데, 저희가 예뻐진 것 같다고 난감해하셨어요. 이거 아니지 않냐고요.(웃음) 미안했어요.
에어컨도 없이 여름을 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방 효진이는 정말 절약이 몸에 배었어요. 더우면 찬물로 씻고 한여름에도 선풍기 하나로 견디죠. 저희 아들이 물티슈를 쓸 때 이모 눈치를 꼭 한 번 봐요. 맘 놓고 쓰라고 말해도 한 장이면 된다고 할 정도로 절약 교육이 철저하게 된 거죠.
고 저희가 어릴 때부터 시골에 살기도 했고 아빠가 용돈을 넉넉하게 주시는 편이 아니라 항상 절약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어렸을 때도 언니는 500원을 받으면 바로 사 먹는 스타일이었는데 저는 절대 쓰지 않고 모으고 모으다 결국 언니에게 빼앗겼죠. 신기하게 언니는 제가 숨겨놓으면 다 찾아내요. 어느 날은 화분에 돈을 묻어놨는데 학교를 다녀오니 제 봉숭아를 다 뽑아서 죽여놨더라고요. 물론 돈도 없어졌죠.
케미가 남다르네요.
방 지금도 다 알아요. 효진이는 제 손바닥 위에 있죠. 그리고 얘는 마음이 약해서 조금만 불쌍한 척을 해도 자기가 가진 걸 다 내놓는 타입이에요.
고 예전에는 제가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언니가 엄마랑 남동생한테 전화를 했어요. 효진이가 지금 술에 취해 집에 왔으니 빨리 모이라고요. 그럼 다들 지금 당장 갈 테니 효진이 재우지 말고 기다리라 말하고 순식간에 제 앞으로 모였어요. 쪼르르 앉아 불쌍한 척 연기하면 그게 또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지갑에 있는 돈을 죄다 꺼내준 적도 많아요.
방 그리고 볼일 끝나면 바로 흩어져 모른 척하는 거예요. 어제도 저는 효진이한테 새 옷 하나 얻어냈어요. 효진이는 너무 착해서 탈이에요.
연예인병은 전혀 없었나봐요.
고 전혀요.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보이는 직업을 가졌을 뿐인데 잘난 척해 뭐 하겠어요. 오히려 팬들이 다가와 말 걸고 아는 척하면 그게 더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매니저 오빠가 막을 때도 제가 나서서 괜찮다고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았죠. 밖에선 고은아라는 연예인으로 살았어도 집에 오면 언니와 남동생이 철저히 방효진으로 무시하니까 그런 병은 생각도 못 했던 것 같아요.
방 오늘도 그래요. 촬영 중간중간 저한테 피드백을 주더라고요. 그럼 제가 "야, 네까짓 게 뭘 알아, 전문가 주제에"라고 얘기하죠. 효진이가 한창 활동할 때도 그랬어요. 바쁜 스케줄에 조금 예민해졌다는 것 외에는 지금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어요.
고 연예인병 걸릴 시기를 놓쳤어요. 건너뛴 거죠. 이제 슬슬 걸려보려고요.(웃음)
언니의 미모도 남달라요.
고 저희 집 뷰티 담당이에요. 사실 연예인 생활을 한 저와 남동생보다 오히려 언니가 더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이에요. 신기했던 게 출산 후에 살이 많이 쪄서 다이어트하겠다고 하더니 순식간에 살을 쏙 다 빼더라고요. 관리는 정말 1등이에요. 화장도 하루에 몇 번씩 했다가 지웠다가 하면서 신상품이 나오면 다 써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으려고 하죠.
방 저 자신을 가꾸고 다듬는 데 관심이 많아요. 지금 오히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출산 이후 최고치의 몸무게를 경신 중이에요.
고 처음에 제가 데뷔했을 때 "방씨네 집에 연예인이 나왔다더라"는 말을 듣고 동네 분들은 당연히 언니를 생각했대요. 저라는 얘기를 듣고 "걔가 왜?" 하는 반응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언니가 오히려 앞에 나서길 좋아하고, 용감하고 이런저런 끼가 많았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고 남동생이 먼저 일 년 정도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우리 여러 사건도 있는데, 한번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묻더라고요(남매였던 고은아와 미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뽀뽀하는 장면이 연출돼 논란이 일었고, 이후 고은아의 술자리 폭행 사건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그 길로 한 번 찍었다가 점점 분량이 늘어났어요. 사실 긴 공백기를 가지면서 일에 대한 회의감 때문인지 우울증이 있었거든요. 남동생 덕분에 유튜브란 세계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됐죠. 그게 벌써 어느새 반년이 됐네요. 언니도 처음엔 모자이크로 등장하다가 점점 얼굴이 노출돼 이젠 완전히 남매 방송으로 자리 잡게 됐어요. 채널명도 '미르방'에서 '방가네'가 됐고요.
댓글 읽어보나요?
방 다 봐요. 어떤 영상은 막 3,000개씩 달리기도 하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삼 남매가 다 그래요. 같이 읽어보는 것도 아닌데 서로 댓글 이야기를 하면 무슨 댓글을 말하는지 단박에 알아차리더라고요.
고 저에게 예전의 댓글과 지금 유튜브의 댓글은 정말 다른 의미죠. 저희에게 선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사람이 많아서 너무 고마워요. 제가 악플이 좀 많았잖아요. 데뷔 초반부터 여러 가수와 엮겨 시샘 아닌 시샘을 받기도 했고, 이미지나 맡았던 역할도 그렇고요. 지금은 그때처럼 나쁜 말이 정말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속상한 댓글이 올라오면 우리 방아지(<방가네TV> 구독자)들이 더 방어하고 보호해줘요.
비호감에서 '극호'가 됐어요.
고 그런 걸 생각하면 남동생한테 고맙죠. 빠른 시간 내에 긍정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게 해줬으니까요. 이제 조금씩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는데 예전보다 훨씬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줘 고마워요.
삼 남매의 흥과 끼는 어디서 나온 건가요?
방 어렸을 때부터 원래 이랬어요.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동생들과 있으면 한순간도 안 심심해요. 어릴 때 장난치던 그 분위기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니까 행복하죠.
고 저는 오히려 지금이 더 재미있어요.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돼서 노니까 이게 더 끈끈하고 소중하게 느껴져요. 요즘은 비즈니스 관계가 됐잖아요. 누구 하나 싸우면 끝나버리니까 옛날 같았으면 인신공격하고 난리 났을 일도 지금은 한 번 더 진정하고 속으로 꾹 삼키죠.(웃음)
"누구를 만나든 숨김없이 다 보여주는 편이에요. 가식 떨고 아닌 척 연기하는 건 제 성격이 아니라서요."
싸우기도 하나요?
방 잘 안 싸워요. 최근에는 거의 싸운 기억이 없을 정도예요. 그래도 사람이니까 부딪칠 때가 있죠. 그럴 때 효진이는 단순하고 뒤끝이 없어서 대판 싸우고도 뒤돌아서면 "밥 뭐 먹을래?" 하는 거예요. 상대방은 환장하죠. 아시잖아요. 화가 다 풀리지도 않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말 걸면 정말 황당한 거요. 제가 뒤끝이 많아 보이는 것 같고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술 한잔하면서 풀 텐데 정말 얘는 싸우고 뒤돌아서면 끝이에요.
고 어차피 화해할 건데 왜 시간 낭비하나요? 다시 안 볼 사이라면 모르지만 언니잖아요. 싸운 건 싸운 거고 밥은 밥이죠.(웃음)
언니가 시집갈 때 많이 울었을 것 같아요.
방 그날은 제 결혼식이 아니라 장례식인 줄 알았어요. 효진이가 대성통곡해서 제가 엄마한테 제발 쟤 좀 데리고 나가달라고 할 정도였죠.
고 (웃음) 기억나요. 그날 제가 결혼식 전부터 하객을 맞이하고 식장에 뛰어 들어갔는데 바로 문이 열리면서 언니가 입장하더라고요. 그 순간 눈물이 너무 나서 주체를 못 했어요. 근데 정말 웃겼던 게 신부가 걸어 들어오면서 절 한심하단 듯이 쳐다보는 거예요. 신부의 그 눈빛을 정말 잊을 수 없어요.
누나들에게 남동생은 어떤 존재인가요?
방 아마 철용이(미르의 본명)는 큰누나보다 작은누나를 더 무서워할 거예요. 저랑은 소울메이트랄까, 좀 남다른 친분이 있거든요. 가끔 철용이가 오빠 같아요. "오빠"라고 부르면 뻔뻔하게 "왜?" 하고 대답하죠. 다정하고 이해심이 많은 성격이라 누나들을 이끌어주고 다독여줄 때가 많아 고마운 존재예요.
고 남동생이 술을 전혀 못 해요. 언니랑 저랑은 술을 즐기는데 예전에는 자리에 끼지도 않더라고요. 요즘은 저희가 한잔할 때 앞에 앉아 말동무가 돼줘요. 묵묵히 들어주고 지켜봐주고 다 마시면 손수 대리 기사도 돼주고요.
다 컸어요.
배우로서 계획도 궁금해요.
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굶어 죽을 때까지 일할 팔자라고 하더라고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일하다 죽을 거래요.(웃음) 사실 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었어요. 옷을 워낙 좋아해 디자인을 배워보고 싶기도 했고, 꽃을 전문적으로 배워 플로리스트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국 연기더라고요. 부족하긴 했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동료들과 호흡하며 연기했던 그때가 참 좋았어요.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고 최우식 씨요. 배우로서도 남자로서도 매력 있고 멋있으신 것 같아요.
방 꼭 크게 써주세요.(웃음)
고 오랜 시간 팬이었어요. 예전에 멀리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너무 멋있더라고요. 성격도 좋고 장난기도 많다는 얘길 들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더 매력 있을 것 같아요.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요?
방 방송이랑 똑같아요. 그래서 다 떠나죠.(웃음)
고 중독된 애들도 있어요. 그래서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못 만난대요. 전 누구를 만나든 숨김없이 다 보여주는 편이에요. 가식 떨고 아닌 척 연기하는 건 제 성격이 아니라서요. 첫날부터 방귀를 트는 건 기본이고 '빙구' 같은 모습도 솔직하게 다 보여줘요.
방 (웃음) 얘가 만난 남자 중에 한 명은 방귀 소리를 듣고 잘못 들은 줄 알았대요. 여자가 뀌는 방귀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들었다고요. 보자마자 방귀를 뀌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고 아니에요. 제가 은근 중독성이 강한 매력이 있대요. 친구처럼 지내는 전 남친은 저와 헤어진 이후 아직까지 여자친구가 없어요. 저랑 연애한 이후로 다른 여자는 너무 재미 없고 심심하다고요.(웃음)
공백기엔 어떻게 지냈어요?
고 집순이였어요. 시골집에 왔다 갔다 한 것 외에는 정말 조용히 살았죠.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사건 사고 없이 안전했던 것 같아요. 은둔형 외톨이 수준으로 집에만 있었달까요. 원래 쉬면 친구들이랑 연락도 많이 하고 더 많이 만날 것 같잖아요. 전 오히려 이번 공백기가 주변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어요. 훌훌 털어버릴 건 털어버리고, 또 스스로 돌아보고 다잡을 수 있는 건 다잡으면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덜도 말고 더 오버하지도 말고 부족하지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언니로서 바라는 동생의 모습은?
방 생각나는 배우로 이야기하자면 전도연 같은 배우가 됐음 좋겠어요. 전도연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배우라는 이미지가 딱 떠오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품이나 배역을 맡아도 다채롭게 변신을 잘하고요. 전 효진이가 그런 배우로 성장했음 좋겠어요. 얘는 사실 뭐든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분명 더 잘될 거라고 믿어요. 이왕 하는 거 획을 그어야 한다는 독기가 있는 애라 뭘 해도 잘해낼 거예요.
고 내 인터뷰 봤지?
방 아니, 난 네 인터뷰 절대 안 봐.
고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전도연 선배님 얘기를 엄청 많이 했어요.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고 선배님 작품을 빠짐없이 챙겨본 팬이에요. 그리고 언니 말대로 전 좀 독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으니 얼굴로는 욕먹어도 연기로는 욕먹지 말자고 다짐했죠. 어차피 시작한 거 제대로 하자는 마음에서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했어요. 다행히 연기력 논란은 없었고요.
동생을 보며 마음 아팠던 적도 있나요?
방 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애예요. 나 몸매 예뻐, 다리 예뻐, 얼굴 예뻐 하면서 넘치는 자신감으로 사는 애였죠. 그런데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영화 촬영장에서 코를 크게 다쳤어요. 급하게 봉합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무리 수술을 잘한다고 해도 다치기 전의 코와 똑같아질 순 없잖아요. 이후에 회복이 잘 안 되니까 효진이가 심적으로 엄청 힘들어했고, "왜 예쁜 얼굴 다 망쳐놨냐" "성형 중독이야" 같은 악플을 보면서 속상해하니까 저 역시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팠죠.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
고 이야길 잘 안 했어요. 사건이 있고 7~8년쯤 지나서 한 번 이야기를 꺼낸 적은 있지만 여기저기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수술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적은 없었죠. 영화사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굳이 그때 일을 끄집어내고 싶진 않았어요. 코도 코지만 당시엔 스스로 피해망상과 피해의식이 심했어요. 사람들이 다 내 코만 쳐다보는 것 같고 다 내 욕을 할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자세히 보면 보일 거예요. 얼굴 정면 부위를 다섯 바늘 넘게 꿰맸으니까요. 회복이 되면서 코가 점점 쪼그라들고 작아졌지만 뭐, 제가 코 때문에 못 살겠어요? 이런 모습도 저니까 크게 개의치 않고 살려고요.
충분히 예뻐요.
방 요새 좀 예뻐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효진이한테 맨날 "넌 참 귀엽게 못생겼어"라는 말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살도 빠지고 자신감도 생긴 모습을 보니 예뻐 보여요. 카메라 마사지가 바로 이런 건가 봐요.
고 언니는 자고 일어났을 때 제일 예쁜 것 같아요. 피부가 정말 예술이에요. 맨날 아침마다 얼굴에 뭐 발랐냐고 물어볼 정도로 피부가 정말 좋아요. 아까도 민낯으로 메이크업 받으려고 하는데 스태프가 묻더라고요. 얼굴에 혹시 뭐 발랐냐고요.
서로에게 제일 고마웠던 점은 뭐예요?
방 효진이는 제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육아로 답답하고 힘들 때 먼저 "언니 좀 나갔다 와" 하고 등을 떠미는 동생이죠. 자기가 육아뿐만 아니라 형부 식사까지 챙길 테니 트렁크 끌고 2박 3일 정도 나갔다 오래요. 말이라도 너무 고맙잖아요. 그 길로 실제로 나가 놀기도 하고요.(웃음)
고 전 언니가 결혼, 임신, 출산, 육아라는 길을 먼저 걸어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미리 공부할 수 있었고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었잖아요. 만약 제가 멋모르고 살았다면 지금 전 어떻게 됐을까요?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방 지금처럼만. 그 다섯 글자면 충분할 것 같아요.
고 저도요. 덜도 말고 더 오버하지도 말고 부족하지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저희 삼 남매가 같은 순간에 같이 잘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한 명이 힘들면 두 명이 괜찮고. 또 다른 한 명이 괜찮아지면 다른 두 명이 안 좋아지는 식이었죠. 지금 처음으로 세 명 모두 좋아요. 마인드, 관계, 건강, 운, 컨디션까지 전부 다요. 부디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