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는 특히나 '특집 방송'을 내건 방송가의 경쟁이 치열하다. 수많은 특집 프로그램과 영화들이 편성되며 방송가의 소리 없는 경쟁이 펼쳐지던 때 2시간 30분 방송 한방으로 2020년 추석 연휴의 안방 1열 시청자를 사로잡은 방송사가 있었으니, 이는 바로 15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나훈아를 내건 KBS다. 지난 9월 30일, KBS2 채널은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기획, 파격 편성하여 방송했다. 콘서트의 편성 결과는 과히 성공적. 29.0%의 시청률을 기록한 KBS2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10월 3일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 - 15년 만의 외출>을 긴급편성하며 축배의 잔을 들이켰다. 2시간 30분, 잠깐의 공연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훈아 신드롬'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중이다.
나훈아, 15년 만의 방송 복귀 이유는?
2006년 이후로 방송 출연 없이 콘서트로 팬들과 호흡해온 나훈아. 공연 만족도 천 퍼센트에 달한다는 콘서트 후기 외에 신비주의에 휩싸여있던 그가 15년 만에 방송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국민'에서 비롯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국민을 위로하고자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정지은 것. '가황'의 컴백에 KBS는 추석 연휴 전부터 대대적으로 나훈아의 공연 소식을 알렸다. 2시간 30분 동안 총 28곡의 노래를 소화하는 언택트 콘서트를 통해 나훈아는 비대면으로 안방 1열 시청자들과 호흡했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시청자 1,000명과 함께 실시간으로 공연을 즐겼다는 점. 관람객이 없는 공연장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었고 나훈아는 스크린 속 전세계 시청자들과 함께 실제 콘서트 현장과도 같은 공연을 즐겼다.
이때 것 보지 못한 상상 그 이상의 퍼포먼스
'효도를 위해 부모님과 공연에 간 자식들도 팬이 되어 돌아간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켓보다 구하기 힘든 게 나훈아 콘서트' 등 나훈아 콘서트를 향한 소문은 무성했고, 브라운관을 통해 소문의 콘서트를 실제로 접한 시청자들은 나훈아에게 단숨에 빠져버렸다. 눈 한번 깜박일 시간도 허락지 않았던 그의 공연은 과감한 패션스타일과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할 뿐 아니라 퍼포먼스의 귀재다운 와이어 액션과 첨단기술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압도 했다. 그중 압권은 '코로나 화형식'. 나훈아는 콘서트 피날레에서 코로나 19에 지쳐있는 국민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사내'를 부르기 시작했다. 록버전으로 재탄생된 '사내'에 맞춰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형상화한 그래픽이 등장했고, 이내 곧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을 연출해내며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코로나 화형식'이라고 불리는 해당 퍼포먼스를 본 시청자는 '나훈아 형님이 코로나를 불태웠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열광했다.
정치권, 연예계를 사로 잡은 나훈아
온라인을 장악한 '나훈아 신드롬'. 각종 포털 사이트엔 나훈아와 관련된 어록과 패러디물이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비의 '깡' 신드롬 이후 오랜만인 '밈(Meme) 현상 (밈: 인터넷에서 재미난 말을 넣어 다시 포스팅한 그림이나 사진)'이다. 나훈아의 콘서트를 접한 연예인, 정치인, 유튜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SNS 채널에 나훈아 관련 글을 게재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인생의 고단함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는 그의 노래는 제 인생의 순간들을 언제나 함께했고 그는 여전히 저의 우상"이라며 "조금 더 오래 팬과 대중 속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코로나가 걷힌 언젠가 실황 공연장에서 사인 한 장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며 팬심을 드러냈고,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은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 형!"이라며 나훈아를 함께 태그했다.
인기 캐릭터 펭수도 '나훈아 신드롬'에 동참했다. 펭수는 유튜브 <자이언트 펭 TV> 채널을 통해 '테스형(테스형!) 펭훈아 런치쇼'라는 영상을 게재하며 나훈아를 깜짝 패러디해 팬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나훈아의 팬으로 알려진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역시 발 빠르게 나훈아 콘서트 후기 영상을 게재했다. 나훈아의 '코로나 화형식'을 언급한 박막례 할머니는 "코로나 불태워버렸어", "꾕과리만 친 게 아니고 난리 법석이야 아주 그래서 코로나를 불태웠어", "이제 코로나 없어 어제 나훈아가 쓸어버렸어"라고 언급하며 생생한 후기와 함께 웃음을 안겼다.
화제의 신곡 '테스형!'은 무엇?
펭수가 패러디 했다는 '테스형!'은 무엇인가. '테스형!'은 제목 그대로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의 진리에 관해 묻는 노래다. 소크라테스를 소환하며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라고 묻는 직설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 중독적인 가사와 애절한 창법에 매료된 시청자들은 콘서트 방송 이후에도 나훈아의 신곡을 찾았으며 '테스형!'은 단숨에 온라인 음원 차트를 장악하면서 멜론, 지니뮤직의 일간 차트의 순위권에 진입해 인기를 증명했다. "테스형! 2020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테스형! 출근이 왜이래" 등 각종 패러디물도 잇따랐다. 황민현, 김희철 등 연예인 또한 개인 SNS에 '테스형!'을 언급하며 나훈아 신곡 열풍에 동참하고 있어 '테스형!'열풍은 비의 '깡'만큼이나 오래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