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리스식 웨딩> My Big Fat Greek Wedding
조엘 즈윅 감독 | 니아 발다로스, 존 코벳 출연 | 2003
미국에서 블록버스터급으로 흥행한 독립영화다. 시끌벅적한 그리스 대가족과 미국 청교도 집안이 결혼 때문에 빚는 문화 충돌을 그렸다. 주인공한테 결혼해라, 그리스인 만나라, 식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그리스 가족의 모습에 우리네 친척들이 오버랩된다. 그걸 유쾌한 풍자로 보는가, 고문으로 여기는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전자를 기대하면 충분한 보상이 따른다.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Gaestebud
가브리엘 엑셀 감독 | 스테판 오드랑, 버짓 페더스피엘 출연 | 1987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는 덴마크 시골 자매에게 사연 있는 프랑스 여자 '바베트'가 찾아온다. 자매와 바베트가 함께 살던 어느 날 바베트가 복권에 당첨된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최고급 만찬을 준비한다. 평생 금욕적으로 살아온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하지만 바베트는 굽히지 않는다. 프랑스 요리 예술의 극치와 철학을 담아낸, 언제 봐도 감동적인 영화다.
<Mr. 후 아 유> Death At A Funeral
프랭크 오즈 감독 | 매튜 맥퍼딘, 피터 딘클리지 출연 | 2007
명절에 가족을 못 봐서 허전하다면, 혹은 봐서 괴롭다면 이 영화가 완벽한 처방이다. 부유한 노인이 사망하자 개성 강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장의사의 실수로 낯선 시신이 배달된 건 대환장 드라마의 서막일 뿐. 영국식 무표정 코미디에 점입가경 상황극을 곁들인 명작이다. <왕좌의 게임> '티리온' 역으로 유명한 피터 딘클리지가 불가사의한 존재감을 발한다.
<블랙 쉽> Black Sheep
조나단 킹 감독 | 매튜 챔벌레인, 테미 데이비스 출연 | 2006
환경 운동가들이 동물실험 현장을 기습하고, 그 틈에 실험용 양 한 마리가 탈출한다. 그 양이 다른 양들을 감염시키면서 좀비 양 떼가 탄생한다. 다음 차례는 인간들이다. 환경 운동가, 목축업자, 유전공학자 기타 등등 관계자들을 모두 화나게 만들기 충분한 냉소적인 코미디다. 하지만 평소 블랙코미디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좀비 영화가 될 것이다.
<미드소마> Midsommar
아리 에스터 감독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출연 | 2019
누군가에겐 최고의 축제,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불편한 영화, 하지만 "감독이 약을 얼마나 빤 거냐, 내가 뭘 본 거냐"는 반응은 일치하는 걸작 컬트 호러다. 한국의 2대 명절은 설날과 추석이고 스웨덴의 2대 명절은 크리스마스와 미드솜마르(하지 축제)다. 시골 미드솜마르에 간 주인공은 연이어 석연찮은 일을 겪는다. 도망치려 할 땐 이미 늦었다.
<더 플랫폼> The Platform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 이반 마사구에, 조리온 에귈레오 출연 | 2019
전염병 때문에 오래 칩거해서 여기가 집인가 감옥인가 싶을 때 보면 몰입도 100%인 영화. '플랫폼'은 30일마다 랜덤으로 레벨이 바뀌는 수직 감옥이다. 수감자들은 위층 사람들이 남긴 음식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래로 갈수록 굶주린다. 당연히 살벌한 투쟁이 벌어진다. <설국열차>를 횡에서 종으로 바꿔놓은 듯한 계급 우화다. 설정은 더 간단하고 표현은 더 세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 Fast & Furious Presents: Hobbs & Shaw
데이빗 레이치 감독 | 드웨인 존슨, 제이슨 스타뎀 출연 | 2019
이제 추석에 성룡 영화가 없으니 할리우드 성룡 드웨인 존슨으로 대신하자. 특유의 코믹 액션에 구수한 가족극을 곁들인 <분노의 질주: 홉스&쇼>가 어울리겠다. 사건을 해결하다 궁지에 몰린 주인공은 고향 사모아로 간다. 오래 안 보긴 했지만 가족이라면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건 착각. 그 덩치로 가족 앞에서 쩔쩔매거나 어린애 취급받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나 싶다.
<컨테이젼> Contagion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 2011
코로나 판데믹 사태로 재평가받은 재난 영화. 홍콩 출장을 다녀온 미국 여성(기네스 팰트로 분)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한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과학자들은 역학조사에 나서고 인터넷에서는 음모론이 퍼진다. 전염병 생성, 전파 경로를 표현한 대목은 언제봐도 목덜미가 서늘하다.
<인 더 더스트> Dans La Brume
다니엘 로비 감독 | 로망 뒤라스, 올가 쿠릴렌코 출연 | 2018
'이놈의 세상, 그냥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 때 보면 좋은 또 한 편의 잔잔한 재난 영화. 유럽 곳곳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파리에서는 호흡이 불가할 정도로 심각한 미세먼지가 지표를 뒤덮는다. 이미 파리 인구 60%가 사망한 상황. 미세먼지가 점점 위로 올라오면서 고층 아파트 주민들도 위험해진다. 선천성 질환으로 캡슐 안에서만 살아가는 딸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 부부는 행동에 나선다.
<큐브> Cube
빈센조 나탈리 감독 | 니콜 드 보아, 닉키 과다그니 출연 | 1999
SF 독립영화의 전설. 칩거의 고통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뭘까 생각하다, 15년 동안 만두만 먹으면서 홈트하는 남자 얘기(<올드보이>)는 다 봤을 테니 <큐브>를 골랐다. 6명의 사람이 밀폐된 정육면체 방에서 눈을 뜬다. 왜, 어떻게 여기 왔는지 아무도 모르고,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과연 이 고약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Mistress America
노아 바움백 감독 | 롤라 커크, 그레타 거윅 출연 | 2015
고향과 가족이 그립지만 도시를 못 떠나는 사람들에게 초심을 상기시키는 영화. 대학 때문에 뉴욕에 와서 아직 어리바리한 '트레이시'에게 조만간 의붓 자매가 될 서른 살 '브룩'은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트레이시의 허세와 무책임한 성격이 드러난다. 감독은 노아 바움백이지만 각본가이자 배우 그레타 거윅의 개성이 강하게 담겼다. 여성의 시선으로 찍은 우디 앨런 영화 같은 작품이다.
<그 이름은…> Le Prenom
알렉상드르 드 라 파텔리에르 감독 | 매튜 델라포테 출연 | 2012
'뱅상'은 가족, 친구가 모인 자리에서 곧 태어날 아들 이름을 발표한다. 히틀러와 같은 '아돌프'라는 이름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이내 논쟁이 벌어지고, 온갖 사회 문화 레퍼런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참석자들의 비밀이 폭로된다. 최근작 <완벽한 타인>(2018)을 연상시키는 구성이다. 와인 한잔 마시면서 혼자 키득거리기 딱 좋은, 지적이고 재치 넘치고 허를 찌르는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