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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결혼도 이제는 옛말, 오너가 혼맥 트렌드

코로나19를 뚫고, 재벌가 3세들의 결혼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

On August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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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가 지난 6월 27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이날 약혼식은 삼엄한 경비 속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아모레·보광 사돈됐다

코로나19 한가운데서도 개인과 집안의 가장 큰 경사인 결혼은 계속되고 있다. 재벌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4일에는 현대가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지난 6월 21일엔 경동그룹 후계자로 언급되는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이 각각 결혼했다.

지난 6월 27일에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가 약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 일정은 아직 알려진 바 없으나, 약혼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결혼 또한 임박했을 거라는 전망이다. 결혼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쪽은 말을 아끼고 있다. 본지 또한 관계자와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사적인 영역이라 확인이 불가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재벌가 혼사는 사적인 영역이 아닌 재계 그룹 간의 대대적인 결합이다. 서민정 씨와 홍정환 씨의 약혼식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약혼식은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치러졌다. 올해 초 지인의 소개로 만나 교제 중이라는 소식이 지난 4월 처음 보도된 뒤 약 2개월 만이었다. 양가 친척들만 모인 소규모 약혼식이었으나 경비는 그 어느 때보다 삼엄했다. 굵직한 재벌가가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이날 약혼식 현장에는 홍석준 보광그룹 회장의 누이인 홍라희 여사를 비롯해 홍정환 씨와 사촌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범삼성가인 보광그룹과 사돈을 맺으면서 삼성으로까지 혼맥을 넓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계는 아모레퍼시픽의 사업적 시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와 식품기업 농심과도 혼맥을 두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 1990년 신춘호 농심 회장의 막내딸 신윤경 씨와 결혼했다.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작은아버지다.

재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재벌 3세 서민정 씨와 홍정환 씨에 대한 관심도 크다. 서민정 씨는 1991년생으로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중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에 재입사해 과장 직급으로 일하고 있다. 1985년생인 홍정환 씨는 현재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 심사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올해 초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대외적으로는 연애를 거쳐 결혼까지 이어진 케이스지만 두 기업이 막강한 혼맥을 갖추게 되면서 일부 재계에서는 ‘혼인 동맹’으로도 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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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 함연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를 통해 일반인 남편의 얼굴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재계간 결합을 깬 연애결혼 사례로 주목 받았다.

정략결혼도 이제는 옛말

서민정 씨와 홍정환 씨의 약혼식으로 재벌가의 혼맥이 화제를 모았지만 근래 재벌가 자제들은 ‘연애결혼’을 지향하는 분위기다.

지난 7월 4일 화촉을 올린 아산재단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연애결혼 케이스다. 정략결혼보다 연애결혼을 선호해온 현대가의 결혼 풍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사장의 신부는 서울 명문 사립대를 갓 졸업한 교육자 집안의 재원으로 알려졌다. 베일에 가려진 신부의 나이 등 신상에 대해 궁금해하자 정몽준 이사장은 결혼식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건강한 여성”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지난 6월 21일 결혼한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도 재계가 아닌 곳에서 배우자를 찾았다. 상대는 전 KBS아나운서 강서은이다. 강서은이 지난 3월 개인사정을 이유로 KBS에서 퇴사한 것이 결혼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 함연지는 재벌가 연애결혼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함연지는 지난 2017년 2월, 대기업 임원의 아들이자 일반 직장인인 김재우 씨와 결혼했다. 현재 뮤지컬 배우이자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함연지는 지난 6월, 방송을 통해 남편의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재우 씨는 함연지와 1992년생 동갑내기로, 고등학교 연합 졸업파티에서 처음 만난 뒤 6년간 연애한 끝에 결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선호 씨가 이다희 전 스카이티브이(skyTV) 아나운서와 재혼한 것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2018년 초 지인의 소개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고 그해 10월 결혼했다. 이선호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금융경제학과를 전공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 사원으로 입사, 현재 바이오 사업관리팀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다희 전 아나운서 는 미국 퍼듀대학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2016년에는 케이블채널 스카이티브이 공채 아나운서로 발탁, 스카이 스포츠 <랭킹 베이스볼>에 출연하며 스포츠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CJ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선호 씨와 결혼한 이다희 아나운서.

CJ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선호 씨와 결혼한 이다희 아나운서.

CJ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선호 씨와 결혼한 이다희 아나운서.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과 결혼한 강서은 아나운서.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과 결혼한 강서은 아나운서.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과 결혼한 강서은 아나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해외에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렸다. 김 부사장의 아내 정 씨는 재벌가 출신이 아닌 ‘일반인 여성’이다. 김 부사장이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한화에 입사했을 때부터 무려 10년 동안 사랑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결혼 스토리도 한동안 화제였다. 지난 2018년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그룹을 이끌게 된 ‘LG그룹 4세’ 구광모 LG 회장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구광모 LG 회장은 2009년 정효정 씨와 결혼했다.

정효정 씨는 향료, 화공약품 등 식품첨가물 및 원료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중소 식품업체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다. 두 사람은 뉴욕 유학 시절 만나 사랑을 키웠다. 정효정 씨는 밝고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결혼 과정이 쉽지 않았음은 이미 공공연히 밝혀진 사실. 정효정 씨의 가족은 재벌가와 사돈이 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고 LG그룹 쪽에서도 반대가 있었다고. 하지만 구광모 회장이 설득한 끝에, LG그룹이 두 사람의 만남을 지원했고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재벌가는 또 다른 재계나 관계, 정계, 법조계 집안과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사업 영향력을 높이거나 소모적인 경쟁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혼맥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 3~4세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결혼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재벌가 3세 여성의 본격적인 경영 진출도 한몫하는 듯 보인다. 후계 승계를 위해 재벌가 3세 여성이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결혼 후 배우자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경우도 있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상무가 해당 케이스다. 사돈 기업과의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기업들의 변화도 여기에 한몫한다. 섣불리 결혼을 사업 확장의 발판으로 활용했다간 또 다른 리스크를 떠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유력 재계 간의 결합이 줄고 연애결혼 사례가 늘었다고 해서 재벌가가 자유분방해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반인과의 결혼’이라는 타이틀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웬만한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갖춘 집안의 재원인 경우가 많기 때문. 대대적으로 시선을 끄는 자본 간의 결합보다는, 무난하지만 결속력 높은 재계의 결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REDIT INFO
에디터
박주연
사진
최준필(<일요신문> DB), 유튜브 캡처, KBS, skyTV 제공
2020년 08월호
2020년 08월호
에디터
박주연
사진
최준필(<일요신문> DB), 유튜브 캡처, KBS, sky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