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수목극 <우리, 사랑했을까>는 14년 차 생계형 독수공방 싱글맘 앞에 나쁜데 끌리는 놈, 잘났는데 짠한 놈, 어린데 설레는 놈, 무서운데 섹시한 놈이 나타나며 펼쳐지는 '사남초가(四男楚歌) 리부팅 로맨스' 드라마다. 인생에 사랑 따위는 없다고 믿는 '노애정(송지효 분)' 앞에 '오대오(손호준 분)', '류진(송종호 분)', '오연우(구자성 분)', '구파도(김민준 분)'가 나타나 전력을 다한 애정 공세를 펼친다. 여기에 톱 배우 '주아린' 역을 맡은 김다솜이 4대1 로맨스에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는다.
연출을 맡은 김도형 PD는 "즐겁고 행복한 드라마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 속에서 힐링이 되고 공감도 되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극 중 손호준은 '노애정'의 구남친이자 할리우드도 탐내는, 베일에 싸인 스타 작가 '오대오' 역을 맡았다. 오대오는 '천억만'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신비주의 작가다. 어렸을 때부터 낭만과 공상에 빠져 살며 타고난 예술가 기질을 보였고, 등단 후엔 세계 3대 문학상 수상은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대박 난 작품을 쓴 스타 작가로 거듭났다. 그의 절절한 멜로 대사에 눈물을 훔치지 않는 이 없을 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뛰어난 힘을 지녔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갖춘 그가 유일하게 '허당'인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연애다. 글로 쓸 때는 달콤하기 그지없지만 막상 실전에 돌입하면 그 글의 반의반도 따라잡지 못한다.
"평소 뛰어난 관찰력으로 상대방을 잘 파악한다. 가끔은 내 능력에 스스로 놀랄 지경이다."
캐릭터를 설명해달라. 내가 연기하는 오대오는 당당하고 솔직한 남자다.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해줄 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자신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한다. 그게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배우들과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연기했다.
극 중 오대오가 쓰는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오는 과거 노애정과 헤어지게 된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애정이가 자기를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은 피해의식으로 쓴 것이 많다. 실제 오대오와 글 속의 오대오는 다른 점이 많다.
배우 송지효와 호흡을 맞춘다(극 중 송지효와는 14년간 쌓은 '애증'이 있는 관계를 연기한다). 워낙 송지효 씨가 모든 배우에게 잘 맞춰주는 성격이다. 현장에서 편하게 잘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에 송지효는 "극 중 오대오와는 특히 자주 싸운다. 과거와 현재의 느낌이 오가고 교차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라, 애와 증을 함께 나누는 친구다. 그게 호준 씨라서 다행이었던 거 같다. 워낙 애드리브도 강하고 현장에서 잘해줘서 처음 촬영할 때 우려했던 부분을 수월하게 넘어간 것도 있고, 더 재미있게 찍은 것도 많다. 호준 씨라 너무 좋다"라고 화답했다.
김도형 감독은 캐스팅 비화를 묻는 질문에 손호준은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친근함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각자 다양한 캐릭터를 어떻게 살리면서 구애하는지를 보면 재밌을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 타이밍 때문에 어긋나는 상황이 많다. 주저하지 말고 고백하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본인의 장점은(최근 손호준은 예능 <아는 형님>에 출연해 자신의 관찰력을 자랑했다)? 평소 뛰어난 관찰력으로 상대방을 잘 파악한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다른 멤버들이 요리를 할 때 소금이 필요한 타이밍이 되면 몸이 저절로 반응해 이미 소금통을 들고 서 있다. 가끔은 내 능력에 깜짝 놀랄 지경이다.(웃음)
그는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도 그렇듯,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유해진, 차승원과 친해지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이번 시즌에 들어서야 비로소 편해진 느낌이다. 스스로도 친하고 편한 사람들 앞에선 믿음이 있어서 편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심을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낯을 가리는 조용한 성격임에도 예능 프로그램 PD들은 그를 애정한다. <삼시세끼>뿐만 아니라 <커피프렌즈> <정글의 법칙> 등 다양한 예능에 출연해 사랑을 받았다. 그는 최근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처럼 그런 역할이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아요. 왜 엄마가 해주는 일은 워낙 익숙해져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버리잖아요. 아빠가 엄마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으면 드러나질 않는 거죠.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에도 그런 역할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실제로 유해진은 손호준에 대해 "티를 안 내면서 묵묵하게 잘한다"고 칭찬했다. 손호준은 어린 시절 축구 선수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로 말하면 골을 넣는 선수보다 어시스트를 해주는 선수에게 항상 눈길이 갔다. 그래서 자신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좋다. 결정타를 날리는 사람보다 어시스트하는 사람에게 박수 쳐주고 싶은 사람. 그게 그의 성격이다.
연기를 안 했다면 뭘 했을까? 어린 시절 그는 교회에서 연극을 했다. 그러다가 극단에서 제의를 받아 연기를 시작했다. 그때 들은 칭찬이 좋아 계속 연기를 하게 됐다. 요즘 들어 공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어릴 때는 마냥 어렵고 귀찮았는데 30대가 된 이후 공부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래서일까. 그는 간혹 시나리오를 쓴다. 연출자 시각에서 인물을 바라보면 어떤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가 차기작으로 〈우리, 사랑했을까〉를 선택한 이유는 '판타지'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볼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아 좋았어요." 바른 생활 청년 손호준다운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