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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박원순이 남긴 4가지 논란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했다. 그의 빈자리엔 여전히 많은 것이 남았다.

On August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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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0일 믿을 수 없는 속보가 전해졌다. 하루 전날인 7월 9일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악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 숙정문 근처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박 시장은 모두의 기대를 뒤로한 채 고인이 돼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가 실종된 지 정확히 7시간 만의 일이었다.
 

긴박했던 타임라인

7월 9일 오전 10시경
'박 시장, 건강상의 이유로 결근'

박 시장이 출근하지 않아 모든 일정이 취소됐고, 서울시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자단에게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후 4시 30분에 예정된 행사가 취소됐음"을 알렸다. 오전 10시 44분쯤 박 시장은 종로구 가회동 소재 서울시장 관사에서 나와 외출했다. 이후 오전 10시 53분 와룡공원을 지나는 그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그는 당시 평범한 차림으로 등산길에 올랐다.

7월 9일 오후 5시 17분
'딸, 경찰에 실종 신고'

박 시장의 딸이 경찰에 "4~5시간 전쯤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즉각 박 시장의 마지막 통신 기록을 확인하고 서울 성북동 길상사 인근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기동대·소방관 등 770여 명과 야간 열 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수색견 9마리 등을 동원해 박 시장 발견에 심혈을 기울였다.


7월 9일 오후 6시경
'성추행 피소 사실 공개'

다수의 언론을 통해 박 시장의 실종이 성추행 피소 사건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가짜 뉴스와 근거 없는 지라시들이 퍼지기 시작했고 고소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도 유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박 시장 실종 하루 전인 7월 8일, 성추행 사실을 고소하고 9일 새벽까지 경찰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0일 오전 0시 20분
'사망 확인'

박 시장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희망을 기대했던 경찰과 시민은 망연자실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장 감식을 담당한 경찰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서울시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장례는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졌다.

7월 11일 오전 11시
'시민 분향소 설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일반인 조문객을 위한 시민 분향소가 설치됐다. 재단은 박 시장의 영정 사진과 함께 꽃 9,500송이로 장식됐다. 화환과 조기는 따로 받지 않았으며 코로나19의 위험성으로 엄격한 방역 수칙에 따라 진행됐다. 7월 13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된 시민 분향소에는 밤낮으로 많은 시민이 방문해 박 시장을 추모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성추행범으로 피소된 박 시장에 대한 예우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7월 13일
'발인. 장례 절차 마무리'

서울시청사에서 진행된 영결식이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화장을 마친 박 시장의 유해는 그의 유서에 따라 고향인 경남 창녕에 안장됐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딸 박다인 씨는 "아버지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셨습니다. 서울 시민이 꿈꾸던 행복한 서울·안전한 서울, 이제 여러분이 시장으로서 지켜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서울광장에 설치됐던 시민 분향소에는 2만 명의 조문객이 다녀갔으며 온라인 분향소에는 100만 명 이상의 네티즌들이 헌화하며 추모에 동참했다.
 

그가 남긴 것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시장의 영결식에서 "제가 아는 박원순은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대학 1학년 때 그 모범생이 김상진 열사 죽음을 추모하며 반유신 시위에 참여했고, 그래서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검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1년 만에 다시 인권변호사로 돌아왔고, 군사정권하에서 시국 사건을 도맡는 용기와 열정을 보여줬다"고 조사했다. 이어 "1987년 민주화 이후 인권변호사 박원순은 척박한 시민운동 길을 닦았다. 시민운동가 박원순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가게로 대변되지만, 넓게 보면 한국 사회 시민운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의 전체 인생을 봤을 때 사회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로서 그가 약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누구보다 여성 인권에 앞장선 혁신적인 법률가였으며 청년, 사회취약계층, 노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 변화를 꾀한 능동적인 정치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죽음은 그의 업적만큼 명예롭지는 못했다. 실종과 함께 알려진 성추행 피소 사실에 많은 국민이 충격을 금치 못했던 것. 1990년대 한국 최초의 직장 성희롱 사건 무료 변론을 맡아 승소한 것을 비롯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며 여성 인권 향상에 기여한 박 시장이 직장 성희롱의 가해자가 돼 많은 국민들이 배신감과 분노를 쏟아냈다.
 

논란 1 '4년간 성추행… 고통의 시간'

박 시장을 성폭력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위력추행) 위반 및 형법상의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비서 A씨는 박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4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범행 장소는 박 시장의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다. 박 시장은 셀카를 찍자며 A씨에게 신체를 과하게 밀착하거나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입술을 접촉하고 침실로 은밀하게 불러 안아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박 시장은 A씨를 수차례 텔레그렘 비밀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 메시지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은 선정적인 사진을 전송하는 등 A씨를 괴롭혔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A씨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처분을 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서울시는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은 직장이다.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A씨는 대독을 통해 "많은 분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5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했고, 숨이 막힌다"고 심경을 밝혔다. 추가로 공개한 피해자의 피해 사실 중에는 '박 시장의 속옷 챙기기, 낮잠 깨우기, 혈압 재기, 동반 마라톤' 등이 있어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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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를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자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묻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이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고소인에게 직접 사과를 전했다.

고 박원순 시장의 빈소를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자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묻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후 이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고소인에게 직접 사과를 전했다.

 

논란 2 '피소 사실, 누가 유출했나?'

박 시장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다수 관계자는 박 시장이 자살 직전 성추행 피소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7월 8일 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비서관 2명 등과 함께 대책회의 성격의 현안 회의를 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박 시장은 앞서 구청장 11명과 막걸리를 곁들인 만찬을 즐긴 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지 않고 해당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내에서 가장 먼저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인지한 인물은 임순영 젠더특보로 그는 지난 7월 8일 오후 3시쯤 외부로부터 "시장님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박 시장에게 직접 "실수한 것이 있으시냐"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시장은 "잘 모르겠다. 정확한 내용을 알아봐 알려달라"는 취지의 대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한석 전 비서실장 역시 박 시장과 마지막 통화를 한 인물로 박 시장 실종 직전 공관 앞을 지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피소 누설 의혹'이 일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피소 사실은 정말 몰랐다"고 잘라 말하며 "사람들은 그저 제가 마지막으로 공관에 갔고 마지막으로 통화했다고 관심이 많지만, 제가 가진 정보는 시장님이 공관을 나가신 걸 알게 된 후 백방으로 시장님을 찾으려 노력하고 산에서 내려오시도록 설득한 것뿐이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러한 누설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사망 경위 조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논란 3 '아들 박주신의 등장'

박 시장의 장례가 5일장으로 치러진 데는 영국에 체류 중이던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의 귀국 일정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주신 씨는 박 시장 임기 내내 '병역 비리 의혹'에 시달린 인물로 2013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숱한 의혹을 유발하며 여러 정치인의 표적이 돼왔다.

실제로 박주신 씨는 2004년 2급 현역 판정을 받고 2011년 8월 공군에 입대했지만 허벅지 통증으로 입대 나흘 만에 귀가 조치돼 12월 병무청 재신검에서 4급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2012년 공익 판정을 받기 위해 자기공명(이하 MRI) 영상을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주신 씨는 공개 재검진을 진행했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MRI를 재촬영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12월 병무청은 영상을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당시 특정 단체는 "박주신이 아닌 대리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같은 시각·장소에서 박주신과 함께 MRI 촬영을 했다. 박주신의 세브란스병원 MRI 촬영을 병무청 재검이나 공개 신체검사로 갈음하려면 신원 확인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박주신 씨를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지었지만 여전히 그의 '병역 비리 의혹'은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래통합당 배현진 대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병역 비리 의혹에 관한 2심 재판이 1년 넘게 중단돼 있다. 대한민국 모든 남성이 의무로 지고 있는 병역의 의무에 '지위 고하'란 없다. 당당하게 재검을 받고 2심 재판에 출석해달라. 주신 씨 부친(박 시장)께서 18년 전 쓴 유언장 글에는 '정직과 성실'이 가문의 유산이라 적혀 있었다. 주신 씨가 부친의 유지를 받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여권의 날카로운 비난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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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시민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 서울광장에 설치된 박 시장의 시민 분향소에는 3일간 약 2만 명의 시민이 방문해 박 시장을 추모했다. / 서울시에서 공개한 박 시장의 유서. 공관을 정리하던 주무관이 책상에 놓인 유서를 발견했고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됐다.

(왼쪽부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시민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 / 서울광장에 설치된 박 시장의 시민 분향소에는 3일간 약 2만 명의 시민이 방문해 박 시장을 추모했다. / 서울시에서 공개한 박 시장의 유서. 공관을 정리하던 주무관이 책상에 놓인 유서를 발견했고 유족의 뜻에 따라 공개됐다.

논란 4 '서울시 어떻게 되나'

'슈퍼 예산'이라 불리는 44조 규모의 대도시를 과연 누가 어떻게 꾸려나갈지 많은 우려와 기대가 쏟아졌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에 따라 서울시는 시장 권한대행 체제를 발표했다. 지방자치법 제111조에 의거해 다음 보궐선거인 내년 4월 7일까지 서울시장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을 이어 시정 업무를 차질 없이 지속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서울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협 부시장은 30년 가까이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재직해온 '꼼꼼한 행정가'로 실무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서울시에 적합한 전문가로도 손꼽힌다.

한편 서정협 부시장은 2016년 비서실장으로 있던 시기에 피해자 측이 요청한 인사이동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 A씨는 서정협 부시장이 비서실장으로 있던 2015년 3월~2016년 7월 처음으로 인사이동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시장이 무려 4년간 성추행을 이어왔고 피해자의 인사이동 요청이 수차례 좌절된 사실에 '측근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취지로 <가로세로연구소>가 박 시장을 보좌한 고한석·오성규·김주명·허영 등 비서실장 8명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가세연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분노해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고한석·오성규·김주명·허영은 전직 서울시 비서실장으로 피해 여성의 업무상 중간관리자인데 피해 사실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묵살하는 식으로 방조했다"며 "이들은 모두 박 시장의 부적절한 행동을 인지하거나 적어도 보고를 받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년간에 걸쳐 수명의 피해자를 양산해온 강제추행죄를 방조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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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께도 '왜 이제야'라고 물으실 건가요?"

피해자 여비서 A씨의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 일문일답.

Q 구체적인 법적 준비는 언제 시작하게 됐나?
2020년 5월 12일 피해자를 1차 상담했다. 5월 26일에 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 피해 내용을 상세히 듣게 됐고, 이후 2차 상담을 끝낸 하루 후인 5월 27일부터 구체적인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Q 증거는 충분한가?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해 나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피해자가 비서직을 그만둔 이후인 올해 2월 6일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제출했다.

Q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한 적은 없나?
여러 차례 피해를 호소했다. (박 시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문자나 사진을 피해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동료 공무원이나 친한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친구는 아직까지 그 문자를 기억한다. 이런 성적 괴롭힘으로 인해 비서관에게 부서를 옮겨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Q 고소 진행 상황은 어떤가?
7월 8일 오후 4시 30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 접수 직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 범죄 사실은 성폭력특례법 위반, 구체적으로는 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위력추행, 형법상의 강제추행이다. 제출 증거는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들이다. 피해자가 비서직을 관둔 이후 제출한 것도 있다. 피해자가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던 2020년 2월 6일 텔레그램을 받았다. 비밀대화를 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시점이다. 이 자료도 검찰에 제출했다.

Q 온라인상에 '고소장'이라는 문건이 돌아다닌다.
인터넷에서 고소장이라며 떠돌아다니는 그 문건은 우리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 문건 안에는 사실상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서울지방경찰청에 해당 문건을 유포한 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 처벌해달라고 고소한 상태다.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고소장도 제출했다.
 

김재련 변호사가 박 시장에게 받은 피해자의 텔레그램 화면을 증거로 보여주고 있다.

김재련 변호사가 박 시장에게 받은 피해자의 텔레그램 화면을 증거로 보여주고 있다.

김재련 변호사가 박 시장에게 받은 피해자의 텔레그램 화면을 증거로 보여주고 있다.

Q 피해자는 현재 사직 상태인가?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피해자는 자발적으로 서울시장 비서직에 지원한 적이 없다. 공무원으로 다른 기관에서 일하다 어느 날 서울시청에서 연락을 한 통 받게 됐고, 이후 면접을 거쳐 비서실 근무를 하게 됐다. 피해자는 박 시장의 비서로 약 4년간 일했다.

Q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얘기하자면.
상세한 방법은 말하기 어렵다. 개괄적 방법을 얘기하자면 박 시장은 피해자에게 '셀카를 찍자'며 집무실에서 셀카를 촬영했다. 그때 불쾌한 신체적 밀접 접촉이 있었다. 피해자 무릎의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입을 맞췄고 집무실 안 내실, 즉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하기도 했다. 그 외에 텔레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했다.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며 성적으로 괴롭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해했다.

Q 피해자의 상태는 어떠한가?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피해자를 바라보고 공감하는지에 따라 피해자가 더 나빠질 수도, 좋아질 수도 있다.

Q 왜 이제야 고소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는 성 착취 피해를 겪은 지 50년이 지난 1991년에야 비로소 목소리를 냈다. 김학순 할머니께도 '왜 이제야'라고 물을 건가. 진실이란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사실의 영역이다. 믿고 싶지 않다고 해서 부정될 수 없다.

*일문일답은 지난 7월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과 김재련 변호사 SNS 내용을 토대로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되었습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사진
김재경, <일요신문>, 서울시제공
2020년 08월호
2020년 08월호
에디터
김두리
사진
김재경, <일요신문>, 서울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