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 400만 시대
해외여행 재개 시기가 요원해진 가운데, 국내 근교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면서 캠핑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적당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의 형태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 지난 6월 초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캠핑 시장 규모는 2조 6,000억원대였다. 이듬해인 2019년에 소폭의 성장을 이뤘다 해도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의 형태가 바뀌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를 통해 추정하는 2020년 캠핑 시장 규모는 약 3조원대. 국내 캠퍼 수는 40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지난해까지 등록된 캠핑장 수는 1,900개였다. 실제로 캠핑용품 판매량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캠핑용품 성장률은 항목별로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600% 이상 성장했다. 네이버의 한 차박 커뮤니티는 불과 2년 전까지 회원 수 4만 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올 상반기에는 11만 명을 돌파했다. 바야흐로 캠핑이 대세요, 차박이 핫하다.
캠핑용품 made in 카페
지난 5월 초여름 무렵, 유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스타벅스의 '서머 레디백' 이벤트였다. 올여름 프로모션용 e-프리퀀시 상품으로 선보인 미니 여행용 가방 '서머 레디 백'과 휴대용 의자 '서머 체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일종의 사회 현상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행사 시작 첫날 한 고객이 이 프로모션 제품을 받기 위해 한 번에 음료 300잔을 주문한 해프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캠핑용품 제작을 통해 이색 프로모션을 진행한 곳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배우 이천희의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하이브로우는 할리스 커피와 손잡고 캠핑 체어와 파라솔, 쿨러백, 폴딩 카트를 출시했다. 두 커피 브랜드의 이벤트는 연일 온라인 뉴스에 오르내렸으며 실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예능도 캠핑이 대세
지난해 JTBC <캠핑클럽>이 방영할 때만 해도 캠핑은 낯설고 신선한 소재였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여행 프로그램은 해외에서 이색 체험을 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담아내기에 집중돼 있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은 올 스톱 됐고, 방송국은 국내 곳곳에서 이색 촬영지를 찾아냈다. 스페인에서 하숙을 하고, 발리에서 식당을 열던 나영석 PD가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을 데리고 무인도로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삼시세끼 어촌편 5>) 본격 국내 여행과 캠핑 예능이 시작됐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첫 전성기를 맞이한 안보현은 절친 '엑소' 세훈과의 차박 여행으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었고(<나 혼자 산다>), 성동일·김희원·여진구라는 독특한 조합의 세 배우는 프로그램명처럼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유랑한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보이는 스타의 일상에서도 캠핑이 노출되고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매니저와 캠핑을 떠난 강다니엘의 모습은 팬들에게 '대리 힐링'을 선사했다. tvN D는 7월부터 이수근, 데프콘이 차박을 다니며 벌어지는 모습을 담은 새로운 예능 <휠링캠프>를 방영할 예정이다.
유통업계의 효자, 캠핑용품
여행의 형태가 달라졌다는 것은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는 의미다. 유통가의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실내 스포츠용품의 대다수가 절반 이상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아웃도어 관련 제품들은 50% 가까이 상승세를 보였다. G마켓은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 한 달간의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텐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 접이식 테이블이 49%, 캠핑 체어가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역시 비슷한 기간 동안 텐트, 침낭, 왜건 등이 전년 동기 대비 147.6% 상승했다. 드라마틱한 상승세가 이루어진 것은 단지 캠핑족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색 홈캉스를 위해 실내에서도 캠핑용품을 사용해 집에서 이색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 캠핑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바비큐 그릴과 차양, 인조 잔디 판매량 모두 평균적으로 40% 이상 판매율이 급증했다.
규제 완화가 쏘아 올린 '차박'
올해 캠핑 키워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는 '차박'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최신 캠핑 트렌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1월부터 8월 사이 캠핑 유형별 언급량은 동기간 대비 71% 증가했다. 캠핑 전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한 것도 이유지만, 그보다 실질적인 이유는 국토교통부의 규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는 캠핑카 튜닝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종전까지는 11인승 승합차와 캐러밴 등만 가능했던 차박의 조건이 중·소형급 차량을 보유한 사람에게도 주어졌다. 종전에는 3,000만원에 달하는 캐러밴을 구매 및 보관할 도리가 없어 포기해야 했던 차박이 SUV로도 충분히 가능해진 것. 이와 관련해 올 한 해 차량용 루프톱 텐트와 도킹 타프, 어닝의 판매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세단에 비해 승차감을 지적받아온 SUV 시장의 폭발적 성장 역시 근교 여행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도표로 보는 캠핑 트렌드
<출처 캠핑 아웃도어 진흥원>
1 캠핑을 떠나는 이유
35.9%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31.5%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21.4% 도심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11.2% 기타
2 캠핑 동반자 유형
61.6% 가족
16.6% 친구
12.5% 연인
9.3% 기타
3 캠핑 시 선호하는 숙박 형태
77.8% 텐트
8.0% 카라반
5.4% 선호하는 형태 없음
4.6% 글램핑
4.2%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