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합병증일까?
'어린이 괴질'의 정확한 명칭은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증후군(MIS-C)'(이하 '다기관 염증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지난 2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유럽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4월 미국으로까지 확산됐다. 현재 미국 내 20개 주 이상에서 환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있고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 10여 개 국가로 퍼지고 있다.
다기관 염증증후군은 면역 과잉 반응으로 장기와 혈관 등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열과 피부 발진,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수반하며 심한 경우 관상동맥 염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아직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질환은 발병 초기에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으로 분류됐다. 5세 미만에서 주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혈관염 질환으로, 다기관 염증증후군과 증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주 환자의 60%가 코로나19 감염자였다는 점, 영·유아뿐 아니라 청소년 및 20대 성인에게도 발병했다는 점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합병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기관 염증증후군과 코로나19가 관련이 있다는 가정 아래 사례를 축적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2건의 의심 사례(11세 남아, 4세 여아)가 발생,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했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2건 모두 코로나19와는 관련 없는 가와사키병 환자로 밝혀졌다. 해외에서는 다기관 염증증후군을 앓는 환자 중 일부가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있어 인과관계를 조사 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한 것. 해외 사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대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3월에 코로나19 환자가 많았기 때문에 4월부터 발병 환자가 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주요 발병 시기는 지났고 앞으로도 다기관 염증증후군 사례가 많이 나올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또 다수의 전문가들은 다기관 염증증후군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극히 드물고 감염성도 없어 현재 학생들의 '등교 개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도 다기관 염증증후군과 관련해 국외 동향을 파악하고 국내 발생에 대한 감시·조사 체계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 괴질 증상 체크리스트
1 0~19세 어린이·청소년 3일 이상 발열
2 다음 중 2가지 이상 증상 해당
✔ 피부 발진, 결막염, 점막 및 피부 염증
✔ 저혈압 또는 쇼크
✔ 관상동맥 이상으로 인한 심장 기능부전
✔ 혈액 응고가 잘 안 됨
✔ 설사, 구토, 복통 등
3 혈액 검사 때 염증 수치 상승
4 다른 병원균(폐렴구균 등) 감염이 없음
5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관련 환자와 접촉 가능성
※출처 : 세계보건기구(WHO)
"눈 충혈, 손발 붓는다면 의심"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증후군에 대한 궁금증을 김윤경 대한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물었다.
미국, 유럽에서 발병이 확산됐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현재로서는 연관성이 확실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진된 19세 미만 아이들 중에 다기관 염증증후군 증상을 보고한 사례가 없다. 만약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할지라도 바이러스 자체가 유발하는 직접적 증상인지, 감염이 선행되고 나서 후속으로 따라오는 질환인지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단계다.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에서 5월 26일 신고된 의심 사례 2건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가 음성이었다. 신고 체계가 가동되면서 앞으로 의심 사례 신고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각각의 사례를 취합해 코로나19로 인한 다기관 염증증후군이 맞는지 그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먼저 관련된 자료가 축적돼야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어떤 증상이 발현될 때 의심해야 하나? 최소 하루 이상 고열이 지속되고 눈이 빨개지고 몸에 발진이 생기거나 손발이 부어오를 때다. 또 급격히 혈압이 떨어지고 소변이 줄거나 호흡이 어려워질 때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기저 질환 없이 건강했던 소아 코로나19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일이 드문데, 다기관 염증증후군 환자는 상당수가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질환으로 보고된 사례 중에서 실제 사망까지 이른 사례는 적은 수준이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대처가 가능하다.
발병을 피하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보건 당국과 학계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면밀히 상황을 관찰 중이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고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생활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만약 아이에게 고열이나 여러 유의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진료를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