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수 이승환의 '그대가 그대를'의 뮤직비디오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정화가 올해로 20년 차 배우가 됐다. 이국적인 외모와 큰 키, 매력적인 마스크로 데뷔 직후부터 '청춘 스타'로 인기를 얻은 그녀는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혼 7년 차,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가 된 요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최고의 관리 비결이라 말하는 그녀. 좋은 배우이자 좋은 엄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욕심이 그 어느 때보다 예뻐 보이는 요즘이다.
벌써 데뷔 20년 차예요.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20년 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나 긴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네요.(웃음) 배우로서 연기는 참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매번 할 때마다 새로움이 느껴집니다. 하면 할수록 배울 것 투성이에요.
한결같이 아름다우시고요. 제가 10대 때 데뷔했는데, 그때 저를 10대로 봐주시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웃음) 이제 조금씩 제 나이를 찾아가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결혼 전에는 제 삶에 불안한 것이 참 많았어요. 일이나 삶이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늘 흔들리고 불안정함을 자주 느끼며 살았죠. 삶을 즐긴다거나 인생이 행복하다는 생각조차 별로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결혼을 했고, 30대에 접어드니 점점 마음이 안정되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안 되는 것에 매달리고 안달하기보다는 깔끔하게 내려놓고, 또 저를 인정하는 법도 배우게 됐고요. 마음이 편해지니 삶이 더 행복해진 덕분인 것 같습니다. 거창한 것만이 행복이 아니고 소소한 행복을 찾게 되니 얼굴에도 그러한 감정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여전히 늘씬한 몸매도 부럽습니다. 두 아들을 키우려면 체력 관리가 필수예요.(웃음) 아이들이 어릴 때는 몸매 관리를 따로 할 겨를조차 없었는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어깨와 목 통증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복근도 생기고 군살도 없어지더라고요. 조금이나마 제 시간을 갖게 됐다는 점이 비결이 아닐까 싶네요.
이제 '엄마'라는 이름이 익숙해 보여요.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종종 느껴요. 하루하루가 새롭고 돌발 상황에 부딪히는 순간이 정말 많거든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있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꾸준히 노력하려고요.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은 어떤가요? 스케줄이 없을 땐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신랑 역시 그렇고요. 저는 요즘 아이들과 레고 만들기와 그림 그리기에 푹 빠졌고 신랑은 주로 몸으로 많이 놀아주고 있답니다.(웃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웃음소리만 끊이지 않는 건 아니에요. 아이 키우는 집이 그렇듯 울음 소리가 나고 야단치는 소리도 많이 나죠. 제가 어릴 때 예의범절 교육을 엄격하게 받고 자란 편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예절 교육에 무엇보다 신경 쓰고 있어요.
보기 좋아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행복의 연속이에요. 차곡차곡 추억을 쌓고,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터놓고 나눌 때 특히 행복함을 많이 느끼고요.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한창 활동할 시간에는 눈을 맞추고 찬찬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 자기 전에 불 끄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하루 중 속상했던 일, 좋았던 일, 궁금했던 일 그리고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까지 진심 어린 대화가 오고 간답니다.
SNS에서 둘째 별이의 '모발 기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가 예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예지'라는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는 7대 장기가 손상돼 4살 때부터 수액을 맞으며 살고 있어요. 예지는 늘 자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고 노력해요. 그중 하나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길러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의 가발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것인데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우리도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별이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 가발에 사용되는 모발은 염색과 펌을 한 번도 안 한 모발이어야 가능한데, 저희 집에는 별이를 제외하곤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아기 때부터 기르기 시작해 5살이 되던 올해 2월에 드디어 기부할 수 있는 기장이 돼 기부를 했어요. 엄마 욕심에 아이의 의견은 묻지 않고 시작한 일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별이도 아픈 친구들 도와준다고 하니 기대이상으로 좋아해줬어요. 얼마 전엔 "친구들한테 선물해주게 또 기를까?" 하고 물었더니, 또 하겠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웃음) 나중에 저희에게도, 별이에게도 특별하고 감사한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결혼 8년 차, 남편과의 사이는 어떤가요? 아직까지는 신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조금 더 편해진 부분은 있지만 여전히 서로를 최고로 존중하고 있거든요. 결혼 생활에서 아이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부 사이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부모이기에 앞서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혼, 추천하나요? 저는 결혼하고 좋아진 부분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주변에도 결혼을 많이 추천하죠.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 어려움을 혼자 극복해나갈 때보다 함께 헤쳐나가는 요즘이 훨씬 안정적이고 행복해요.
남편 아닌 아빠로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을 주고 싶어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들들에겐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있거든요. 심지어 아이들의 친구들까지도 자주 안아주고 놀아주는 아빠예요.(웃음)
아내로서, 엄마로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요? 음… 몇 점일까요?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저는 스스로에게 조금 엄격한 편이라 65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항상 더 좋은 엄마이고 싶습니다.
엄마가 되고 난 후 배우로서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감정의 폭이 더 넓어지고 다양해졌어요. 대사나 장면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더 풍성해졌달까요? 혼자였다면 몰랐을 감정과 상황을 많이 겪게 되잖아요. 연기할 때도 그런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해졌죠.
최근 드라마 <외출>과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했어요. 우선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작품을 고를 때 시청자나 관객 입장이 돼 얼마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외출>의 경우 연출을 맡으신 장정도 감독님과 <은주의 방>이라는 드라마로 인연을 맺었어요. 좋은 작품에 좋은 배역으로 출연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해요. 돌이켜보면 제가 의외로 센 캐릭터를 많이 안 해봤더라고요.(웃음) 기회가 된다면 색이 명확한 캐릭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기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요. 역할의 크기는 상관없어요. 좋은 작품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찾아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종 꿈이 있다면요? 제 인생 목표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너무 광범위한가요? (웃음) 작은 것에 만족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게 제가 행복해지고 또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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