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뭐길래?
'숏폼(Short-Form)'은 15초에서 10분 이내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명칭이 생소하지만, 쉽게 말해 짧은 분량의 재미있는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고 즐기는 개념이다. 제니퍼 로페즈, 셀레나 고메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숏폼 세대 이전부터 춤·노래 영상들을 대중에게 공개해왔다. 다만 숏폼 콘텐츠는 시간이 짧게 한정된다는 점, 영상에 다양한 특수효과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순간적으로 웃고 즐기는 일회성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적격이다. 시각적 정보 습득이 빠른 1020세대를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현재 숏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2016년 9월 중국 바이트댄스가 내놓은 '틱톡(TikTok)'이다. '틱톡'은 숏폼 콘텐츠의 이점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했다. 별다른 손재주가 없어도 영상에 각종 특수효과나 필터를 삽입할 수 있고 영상 분할 등 고급 편집 기술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챌린지'를 통해 유저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참여 방법도 간단하다. '틱톡' 내 유명 사진이나 영상을 직접 재가공하고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면 된다. 국내에서는 '아기상어' '오나나나 댄스' '한잔해 댄스' 챌린지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중 가장 잘된 사례는 지난 1월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다. 당시 지코는 신곡 '아무노래'의 홍보 차원에서 청하, 화사 등과 함께 안무 영상을 짤막하게 찍어 공개했다. 이후 이효리, 지석진, 송민호, 박신혜 등 국내 연예인들이 영상을 커버해 국내에서 유행했고 '#anysongchallenge'라는 해시태그로 해외 유저들에게 퍼지면서 전폭적인 인기를 얻었다.
주목할 만한 숏폼 5
'틱톡'의 독주를 막기 위해 현재 많은 기업이 숏폼 플랫폼을 제작하고 있다. 미국의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바이트'는 지난 1월, 6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론칭했다. 동영상을 간편하게 제작한다는 점에서 '틱톡'과 유사하지만, 수익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동등하게 나누겠다는 차별화를 내세웠다. 디즈니, 워너미디어, 구글, 알리바바 등이 약 17억 달러를 투자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퀴비(Quibi)'도 지난 4월 서비스를 론칭했다. 주로 10분 내외 동영상을 서비스 하고 있으며, 가로세로 어떤 방향으로 시청하더라도 최적의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턴스타일' 기술을 앞세웠다. 유튜브는 '틱톡'의 대항마로 연말에 '쇼츠' 론칭을 준비 중이다. '틱톡'과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로 모바일 유튜브에서 짧은 형식의 비디오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별도의 설치 없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는 블로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숏폼 동영상 편집 서비스 '블로그 모먼트'를 4월에 출시했다. 10분 안쪽 분량의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으며 목차 생성과 위치, 상품 정보 추가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달마다 새로운 주제로 공모전을 열고 우수작에는 최대 100만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해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M은 올해 론칭을 목표로 '톡tv'라는 숏폼 콘텐츠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영상을 강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미디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TV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자 짧은 동영상 클립을 제작하고 있다. SBS <동물농장>의 유튜브 콘텐츠 '애니멀봐'는 국내외 구독자 260만 명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등록된 '아기 코끼리 깨우기' 동영상은 누적 조회 수 2,836만 회를 기록한 바 있다. KBS에서는 과거 코미디 예능을 편집한 '크큭TV'가 인기몰이 중이며 MBC는 'M드로메다'라는 숏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tvN은 지난 1월 나영석 PD의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통해 일찍이 숏폼 형식의 TV 예능을 시도했다. 과학, 요리, 스포츠 등을 주제로 10분짜리 프로그램 6개를 묶어 방영하는 형식이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낯설고 산만하다는 혹평이 이어졌으나 업계에서는 숏폼 시대에 걸맞은 유의미한 도전으로 평가받았다. FNC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콘텐츠랩 나나랜드 또한 숏폼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김숙, 이영자가 K팝 스타들과 함께하는 맛집 예능 <K-밥 STAR>, 노홍철이 다양한 분야 및 상황 등을 미리 체험해보고 프리뷰해주는 <생활 언박싱 노대리>가 방영될 예정이다.
짧은 호흡이 특징인 웹드라마의 성장세도 무섭다. 2013년 웹드라마의 본격적인 출범 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 웹드라마는 수출을 겨냥해 아이돌 스타를 앞세우거나 대부분 기업 홍보가 목적이었다. 20분 내외 드라마에 대한 개념이 생소했기 때문에 '유저들의 자투리 시간을 공략하겠다'는 웹드라마의 출사표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이 숏폼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즐기고 있다. <연애플레이리스트> <에이틴> 등을 제작한 웹 시리즈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는 유튜브 구독자 236만 명을 돌파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기존의 형식을 깬 새로운 변화가 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외 스타들도 '틱톡' 열풍
비 @ rain.xix
비는 '더 드립 챌린지(#thedripchalleng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5초짜리 춤 영상을 공개했다. 편안한 차림으로 녹슬지 않은 댄스 실력을 선보인 비는 해외 '틱토커'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비는 채널 개설 1개월 만에 55만 팔로어를 모았다. 대표 한류 스타였던 만큼, 각국의 팬들이 비의 '틱톡' 입성을 환영하고 있다.
현아 @hyunaofficial
트렌드세터 현아도 '틱톡'을 선택했다. 현아는 지난해 11월 틱톡을 통해 신곡 '플라워샤워(FLOWER SHOWER)' 홍보에 나섰다. '플라워샤워(#flowershower)'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꽃잎이 흩날리는 효과로 국내외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현아는 현재 74만 팔로어를 보유 중이며 꾸준히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방탄소년단' @bts_official_bighit
1,100만 팔로어에 빛나는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틱톡'에서도 절대적이다. 제이홉이 처음 선보인 15초짜리 어깨춤 영상은 '아이돌 챌린지(#idolchalleng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지난 4월 멤버 뷔가 미국 토크쇼에서 자신을 '아임 어 굿 보이(I'm a good boy)'라고 소개한 것이 '틱톡'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인사말을 차용한 '#GoodBoyChallenge'는 수천 건의 비디오로 재생산됐다.
릴 나스 엑스 @lilnasx,
외국 음악계에선 2018년을 '틱톡' 챌린지의 해로 꼽으며 일찌감치 주목했다. 그중 릴 나스 엑스는 가장 성공적인 홍보 효과를 거둔 케이스다. 그는 카우보이 콘셉트를 활용한 '이호 챌린지(#yeehawchallenge)'로 '틱톡'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이후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9주간 1위를 기록했다.
저스틴 비버 @justinbieber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저스틴 비버-헤일리 볼드윈 커플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섰다. 두 사람은 '#happyathom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초짜리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커플 동작이다. 특히 저스틴 비버는 SNS를 통해 자발적인 격리와 거리 두기를 꾸준히 독려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