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경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5월 11일에 학교를 열겠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인터넷 수업을 준비하는 와중에 정부가 갑작스럽게 말을 바꾼 셈이다.
이런 급작스러운 개학 추진은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프랑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제대로 배울 수 있고, 더불어 자신들도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아이를 집에 혼자 두지 못하는 프랑스 관례상, 초등학생 이하 아이를 둔 부모들은 학교 외에는 아이를 봐줄 제도가 전무하다. 상황이 이러니, 일해야 하는 부모들의 원성을 견디지 못해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로 개학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모두 혼란에 빠지자 ‘전체 학교 개학’에서 ‘점차적 개학’으로 말을 바꿨고, 이후로도 ‘학생들의 절반만 학교에 복귀할 것’이라고 하루가 다르게 방침을 바꾸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위생 관념 등을 아무리 당부해도 어린아이들을 학교에 모아두면 서로 밀고 당기며 놀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정작 올해 프랑스의 수능이라 할 수 있는 ‘바칼로레아’를 봐야 하는 고3 학생은 전원 ‘내신 반영’이라는 방침으로 전환해 시험까지 취소해버렸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재떨이(프랑스에서는 ‘아버지의 날’에 선물로 재떨이를 만들어 준다) 만들어 오는 게 고등학생 아이가 바칼로레아를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가 보다”라고 라디오 만평에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등교의 최종적인 결정권이 학부모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만약 학교에 보내기가 꺼려지면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최종적인 책임 역시 아이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학부모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또 학생 전원이 학교에 가는 대신,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한 반에 10명 내외만 출입시키겠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월요일과 화요일, 혹은 목요일과 금요일에만 간다. 급식도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부모들은 등교할 때 데려다주고, 점심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오후에 다시 등·하교 시켜야 한다. 하루에 총 여섯 번 학교를 왕복해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아이에게 도시락을 싸줘야 하고 아이들은 교실에서 서로 1m씩 떨어져 앉아 식사를 한다. 학교에 안 가는 날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
무엇보다 가장 불안한 것은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감염자가 100명이 넘는 사람에게 감염시켜 이슈가 됐지만 프랑스에서는 하루에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일일 감염자 수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개학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일지는 의문이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하는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