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요요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018년 싱글 앨범 <첫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요요미는 TV조선 <미스트롯>에 참가해 '통편집'이라는 수모를 겪었지만, 신인 가수 유산슬의 KBS1 <아침마당> 동기로 얼굴을 알리며 유명세를 치렀다. 사실 트로트 팬이라면 요요미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유튜브를 통해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그녀는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커버송 영상을 매주 업로드하며 일찌감치 견고한 마니아층을 다져왔다. 5060 중·장년층 사이에선 '중통령' '해피 바이러스' '인간 비타민'으로 통할 정도.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요요미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마주한 요요미는 방송에서보다 더 앳된 모습이었다. 아담한 키에 큰 눈, '척하지' 않아도 절로 배어 나오는 애교가 그녀의 예명만큼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빼곡히 채워진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촬영 내내 발랄한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요즘 '대세'가 된 이유를 200% 이해할 것 같다.
요즘 대세 중의 대세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무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절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화보 촬영은 사실 기대도 못 했는데 이렇게 <우먼센스>에서 절 콕 찍어 불러주셔서 놀라기도 했고요. 예쁜 척 사진도 찍고,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건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트로트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저 타이밍을 잘 맞춘 운 좋은 사람일 뿐이에요.
유산슬의 KBS1 <아침마당> 동기로 유명해졌어요.
그 덕분에 실시간 검색어 1위도 하고 여기저기서 섭외 전화를 많이 받았죠. 제겐 후배이기도 한 유산슬 씨가 KBS1 <아침마당>의 인연으로 SBS <런닝맨>에 절 추천해주시기도 했고요. 돌이켜보면 유산슬이란 후배를 만난 것이 제겐 '신의 한 수'였죠. <런닝맨>에서 유산슬 씨는 존경하는 유재석 선배님으로서 절 이끌어주셨어요. 덕분에 <런닝맨> 이후에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고요. 처음엔 방송이 마냥 어려웠는데 이제 조금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농담도 되받아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달까요.(웃음)
TV조선 <미스트롯>에도 출연했더라고요.
절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리액션하는 장면이 잠깐잠깐 전파를 타긴 했지만, 대부분의 장면이 통편집됐거든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에요. 국내 최초 트로트 오디션이기도 했고 유례없는 화제의 프로그램이었잖아요. 저는 현역부 A팀이었는데 같은 팀에 (송)가인이 언니부터 홍자, 지원이 언니까지 쟁쟁한 참가자들이 밀집해 있었어요. 제가 제일 막내다 보니 위축되고 긴장됐죠. 언니들이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노련하게 이끌어주셔서 대기실에서 꽤 긴장이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본무대에 올라가니 웬걸, 여전히 너무 떨리는 거예요. 마스터 박명수 선배님께서 제 애교 섞인 인사를 보고 특유의 '버럭 농담'을 건네셨는데, 제가 너무 다큐로 받아들였을 정도로요. 어찌 대꾸해야 할지 몰라 실없이 웃기만 했더니 몽땅 통편집돼버렸죠.
많이 아쉬웠겠어요.
다시 경연 프로그램 제의가 오면 많이 망설일 것 같아요. 워낙 잘하시는 분도 많고 확실히 경연 프로그램은 성량이 풍부한 분들이 돋보이는 무대니까요. 하지만 제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어요. 그때 만약 큰 관심을 받았다면 전 지금 기고만장해 있을 것 같아요. 한번 제대로 깨지고 나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 열심히 살게 됐고요. 해석하기 나름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미스트롯>은 제게 정말 좋은 영향을 준 경험이었어요.
'고속도로 아이유' '제2의 혜은이' 등 이미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유튜브를 통해 매주 커버곡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팬분들이 댓글에 '중통령'이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중년들의 대통령'이라는 의미죠. 처음 들어보는 별명이라 생소했는데 그 뜻을 알고 나니 쑥스럽기도 하고, 무척 감사했어요. '초통령'이라 불리는 펭수나 뽀로로처럼 절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몰라요.
예명도 정말 찰떡이에요.
'요요(窈窈)'가 '어여쁘고 아름답다'는 뜻의 한자어예요. 그냥 '요요'라고 부르기엔 이상하니까 많이 사랑받고 마음까지 아름다워지라고 아름다울 미(美)를 붙여 완성했죠. 회사 대표님께서 직접 지어주셨는데, 듣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어요. '요요미'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어 신선했고 뭔가 '귀요미'의 어감과 비슷해 제 이미지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제가 '최초'를 좋아하는데 '요요미'라는 단어 역시 제가 최초로 쓰게 된 것 같아 좋아요.
<미스트롯>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뭔가 틀에 박힌 욕심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몇 등 안에 들고 싶다거나 어떤 특정한 결과를 내고 싶다는 것들요. 지금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사람보다는 인류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반짝 스타가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고요.
어떻게 트로트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아버지께서 트로트 가수세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공연 스케줄을 종종 따라다녔어요. 그때가 아마 6살 때쯤일 거예요. 차 안 라디오에서 우연히 혜은이 선배님의 '제3한강교'가 흘러나왔는데 그때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 어린 나이에도 노래가 맘속 깊이 박히더라고요. 가수가 누구냐고 아버지께 물어봤더니 '혜은이'라고 하셨죠. 선배님의 목소리가 너무 예뻤고 사랑스러웠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죠. 이후 늘 트로트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기 때문에 트로트 가수가 된 것은 제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혜은이 씨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나요?
아직까진요. 좀 더 열심히 활동한 다음에 뵙고 싶어요. 혜은이 선배님을 마주한다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려요. 선배님과 무대를 꾸민다면 정말 꿈같을 것 같고요. 선배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실력을 갈고닦아 자신 있게 만나뵙고 싶어요.
트로트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제 인생은 늘 트로트와 함께였어요. 트로트 가수이신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그런지 성대도 트로트에 적합한 것 같아요.(웃음) 저한테는 트로트가 '아빠' 같은 존재예요. 아빠와 딸 사이엔 진심과 다르게 말이 튀어나올 때가 많잖아요. 속으로는 서로를 끔찍이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표현할 때가 있죠. 트로트를 부를 때면 그런 진심이 느껴져서 좋아요. 사실 내 마음은 이렇다, 내가 당신을 이만큼 사랑한다는 걸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따로 전문적인 음악을 배운 적은 없고요?
전혀요. 굳이 꼽자면 아버지의 노래를 많이 듣고 아버지의 무대를 보면서 배웠어요. 그렇지만 아버지께서도 정형화된 가르침을 강요하진 않으셨어요. 제가 원하는 대로, 제 방식대로 부를 수 있도록 가르치셨죠. 지금 저희 회사 대표님께서도 마찬가지고요. 다들 요요미스럽게, 요요미답게 노래할 때가 가장 좋다며 응원해주세요.
어떤 노래든 다 잘 부를 것 같아요.
음악이라면 트로트에 국한하지 않고 다 좋아하고 즐겨 듣는 편이에요. 학창 시절에 또래 친구들은 트로트를 그리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노래 부를 기회가 생기면 당시 유행하던 아이돌 노래를 즐겨 불렀어요. 춤추는 것도 좋아해 열심히 따라 추기도 하고요. 중·고등학교 때 '빅뱅' '투애니원' '소녀시대' 선배님들의 인기가 어마어마했는데 그런 댄스곡들을 즐겨 불렀던 기억이 나요.
요요미의 18번은 어떤 곡인가요?
혜은이 선배님의 '제3한강교'요. 셀 수 없을 만큼 정말 많이 불렀어요.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제 18번은 늘 '제3한강교'였어요. 주변에서 다들 신기해하셨죠. 어린 꼬마가 동요나 당시 가요가 아닌 '제3한강교'를 불렀으니까요.
유튜브의 커버송 영상들도 화제예요.
그냥 생각나는 노래, 부르고 싶은 노래를 영상으로 찍어 업로드하고 있어요. 몇 번 듣긴 했지만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제 생각보다 댓글이 정말 많이 달리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댓글이라는 걸 달아본 적이 없는데 이토록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고 피드백을 해주시는 분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콘텐츠를 봐도 댓글까지 남기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거고 또 그 관심을 표현해주시니까 감사할 따름이에요.
팬층은 어떤가요?
딸처럼 예뻐해주시는 분이 많죠. 전 참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뭘 해도 좋게, 귀엽게 봐주시니까 저도 부모님 앞인 것처럼 맘껏 애교 부리고 표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서인지 저보다 어린 팬도 꽤 늘었어요. 최연소 팬은 4살이에요. 소담이요.(웃음) 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팬카페에 올렸는데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지면서 뿌듯하고 흐뭇하더라고요. 요즘은 오히려 제가 소담이의 팬이 돼 푹 빠져 있어요.
트로트의 힘이네요.
회식이나 모임 장소에서 트로트만 한 게 없잖아요. 어디서나 분위기를 띄울 수 있고 하나가 될 수 있는 노래는 역시 트로트가 최고니까요. 한동안 트로트의 인기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미스트롯> 이후에 <미스터트롯>도 대박 나 더더욱 인기가 견고해졌으니까요.
<미스터트롯>에서 눈여겨본 참가자가 있다면요?
방송을 다 챙겨 보진 못했지만 이찬원 씨를 응원했어요. 뭔가 순수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줄곧 트로트를 사랑해온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 무대 매너나 장악력도 저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찬원 씨를 보며 많이 배웠어요. 실력도 출중하고 방송에서 활약하시는 모습을 보면 예능감도 좋으신 것 같아요.
인간 '요요미'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요.
예능에 출연한 제 모습이 평상시 모습과 가장 가까워요. 무대 위에선 어른 같고, 세상 다 산 모습인데 예능에선 말이며 행동이며, 완전히 다른 사람 같잖아요. 평상시에도 그래요. 팬들이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다가 이제 조금 적응이 됐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노래할 때랑 너무 다르니 더 재미있다고 하시는 분도 많고요. '귀여운 척한다'는 말도 정말 많이 들어요. 그런데 이게 제 본모습이기 때문에 억지로 아닌 척하면 더 어색해 보일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데뷔 초 한동안 진지한 어른인 척, 가식도 떨어봤어요. 근데 그게 제겐 더 '척'이더라고요. 지금은 솔직하게 요요미 그 자체를 보여드리고 있어요.
트로트 말고 좋아하는 건요?
밤에 섹시한 팝송을 즐겨 들어요. 그런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 자신도 몽환적인 사람이 된 것 같거든요.(웃음) 혼자 거울 보면서 이런저런 표정도 지어보고 연습도 많이 하죠. 오늘 화보 촬영 때 그런 연습이 조금 빛을 발하지 않았나 싶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데 캐릭터들의 표정을 연구하고 따라 한 보람도 있고요.
참 부지런한 사람 같아요.
그것도 제 복이죠. 제가 잠이 별로 없는 편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셨어요. 밤늦게까지 일하시다 보니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느라 늦게 잘 때가 많았죠. 그때부터 숙달된 것 같아요.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사촌동생들이 밤 9시에 자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웃음) 아니, 어떻게 이 시간에 잠을 잘 수 있지? 의아하더라고요.
연애도 해야죠.
지금은 제가 가야 할 길이 멀잖아요. 연애보다는 현재 제게 주어진 기회와 찬스를 잘 이끌어가고 싶어요. 팬들이 넘치도록 사랑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마음이 꽉 찬 느낌이에요.
학창 시절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 질문이네요.(웃음) 초등학교 때는 공부 빼고 다 잘했어요. 까맣고 긴 생머리에 체육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잘해서 남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좀 있었죠. 저도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제가 초등학교 때 '퀸카'였대요. 푸하하. 너무 웃기죠? 그 단어를 듣자마자 너무 황당하고 재미있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요.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장기 자랑이라면 빠지지 않고 나가서 그런지 또래 여자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어요. 남자 아이돌의 춤도 곧잘 따라 춰 함성을 듣는 일이 많았죠.
'퀸카' 요요미의 꿈이 궁금해요.
<미스트롯>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뭔가 틀에 박힌 욕심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몇 등 안에 들고 싶다거나 어떤 특정한 결과를 내고 싶다는 것들요. 지금은 눈에보이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사람보다는 전 인류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른 분들이 절 보면서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실 때가 가장 행복해요. 반짝 스타가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고요.
2020년은 요요미에게 어떤 해가 될까요?
요즘 팬들을 만나면 제 손을 꼭 붙잡고 우시는 분들이 있어요. 유튜브를 보면서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만나니 너무 좋으시다고요. 팬들이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제 노래와 존재가 그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선사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요.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만큼 저 역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