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갱년기 힙스터가 되겠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히며 시작한 유튜브 촬영. 현재의 힙한 트렌드는 모두 유튜브에 있다는 믿음 아래 평소 구독하던 채널의 유튜버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봄이니 패션 스타일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에디터의 의견에 ‘옆집언니 최실장’ 최희승 스타일리스트가 떠올랐다. 패션 잡지에서 화려한 스타일링 작업을 해왔던 그녀가 2년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는 걸 알고 틈틈이 보던 차였다. 기본 아이템을 가지고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그녀의 영상을 보며 ‘아, 저런 조합도 괜찮네’란 팁을 종종 얻었다. ‘패션’이 아닌 ‘스타일’이 중요하고, “유행하는 패션의 요소를 자기만의 감성으로 섞을 줄 알아야 스타일리시한 여성”이라는 멘트에 100% 공감하면서 말이다.
촬영은 가로수길 에잇세컨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진행했다. 에디터가 전달한 미션은 ‘봄맞이 스타일링, 트렌치코트로 완성하라!’ 였다. 이번 시즌 핫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를 활용해 스타일링을 해보라는 말이다. 나를 모델로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최실장이 권하는 스타일을 비교한다는 것. 평소에도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기는 했으나 솔직히 말하면 늘 입던 방식, 그러니까 몸매의 단점을 커버하는 쪽으로 스타일링하곤 했다(우연히 촬영 당일 입고 간 옷도 트렌치코트였다). “편집장님 스타일은 심플하고 같은 계열의 컬러를 사용하는 단색 룩이 많잖아요. 좀 다양하게 변신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촬영을 기획한 에디터가 전한 말이 생각나 매장을 돌며 평소와는 다른 룩을 찾아보았다.
이번 시즌 셀린느와 구찌 쇼에서 보았던 데님을 매치한 쿨 빈티지 룩도 떠올랐고, 세련된 업타운 걸 느낌의 빅토리아 베컴식 슬릭한 룩도 떠올랐지만, 늘 그렇듯 결국 베이지색 롱 원피스에 몸의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트렌치코트를 골랐다. “편집장님이 고른 옷들은 많은 사람이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선택이네요. 저는 좀 더 에지 있고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착장으로 골라봤어요” 라며 최실장이 건넨 룩은 보테가 베네타 쇼피스를 연상하게 하는 롱 트렌치코트, 그리고 블랙 슬립 드레스! 역시 트렌드 리더답게 일상의 아이템이지만 한 끗 에지를 더한 최실장의 룩이 스태프들의 환영을 받은 건 당연했다.
최실장이 권한 새로운 트렌치코트 스타일링은 안 입어본 아이템 믹스하기다. 보디라인이 비치는 트렌치코트 12만9천9백원·레이스 시스루 블라우스 5만9천9백원·레몬 컬러 셔링 뷔스티에 1만9천9백원·플리츠 롱스커트 4만9천9백원·미들 힐 블로퍼 3만9천9백원 모두 에잇세컨즈.
(왼쪽) 스냅 버튼 변형 트렌치코트 6만9천9백원·셔츠형 롱 원피스 5만9천9백원·캔버스 뮬 스니커즈 2만9천9백원 모두 에잇세컨즈.
(오른쪽) 롱 트렌치코트 12만9천9백원·리넨 티셔츠 2만9천9백원·블랙 새틴 슬립 드레스 3만9천9백원·레이스업 뮬 샌들 5만9천9백원 모두 에잇세컨즈.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좀 더 재미있게 입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아이템 중 하나만 다른 선택을 해보는 거죠. 안 입어본 소재나 컬러를 매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최실장이 조언하며 건넨 또 하나의 룩은 싱글 포켓 트렌치코트와 시스루 블라우스. 놀라운 건 평소 내 모습보다 이렇게 다른 스타일로 꾸민 모습을 촬영팀 후배들이 더 좋아한다는 점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느낌이 들어요. 이렇게 입고 다니세요.” 후배들의 코멘트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나만의 스타일과 사람들이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은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굳어져 있던 생각과 믿음을 좀 더 유연하게 열어보는 게 소위 ‘지금을 이해하는 방법’! 역시 갱스터는 즐거운 도전이다. 촬영에 참여해준 ‘옆집언니 최실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