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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코로나19’

텅 빈 마트… 미국 특파원이 전한 코로나 실황

<우먼센스>에 보내온 5개국 현지 특파원들의 생생한 이야기.

On May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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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000만 명의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3월 13일보다 앞선 3월 4일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른 조치였다. 이후 3월 19일, 주지사는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외출 금지령을 발령했고 필수 업종인 병원, 은행, 식료품점,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과 학교가 문을 닫았다. 식당은 배달과 포장만 가능하도록 한 가운데 모든 주민이 집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이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한 뉴욕주보다도 앞선 조치로 급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필요한 의료 시설, 장비, 인력의 증강에 미리 대비하는 발 빠른 행정 능력이라는 평가다.

가장 빨랐다고는 하지만 캘리포니아 역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면 심각성을 인지한 시점이 매우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대구 신천지 교도들의 집단 감염 소식이 전해지던 2월 말, 봄기운이 완연했던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연일 파티가 열렸고 해변과 등산로는 인파로 가득했다. 마치 코로나19는 동양인들에게만 전파되는 바이러스인 양 차이나 타운과 중국 식당을 찾는 발길만 뚝 끊겼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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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확진자 수가 연일 증가세를 보이자 국민들은 식료품점에 몰려 생필품 사재기를 했고, 자택 대기령으로 자가격리 중인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등 독특한 문화도 생겼다.
 

외출 금지령 선포 직전 주말, 지인이 갑자기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필수 업종에 봉쇄령이 내려졌는데, 은행도 포함될지 모르니 작은 단위의 현금을 확보하라는 내용이었다. 지인의 우려처럼 외출 금지령 이후 은행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마트에는 휴지, 손세정제, 소독 효과가 있는 청소용제 등이 모두 품절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식료품점은 한 시간씩 줄을 서서 들어가도 비어있는 선반만 즐비할 뿐 원하는 식자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마스크 착용 사례가 외출 금지령 이후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스카프, 생일 축하용 고깔모자, 핼러윈 가면, 헬멧 등 코와 입을 가릴 수 있는 모든 도구를 동원해 외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 이민자들은 전국적으로 부족한 휴지나 면 마스크 등 생필품을 한국에서 공수받아 일종의 ‘구호물자’를 자녀에게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 캘리포니아의 주민들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정부가 각 가정에 지원할 예정인 보조금을 기다리며 각종 실업수당과 중소기업 지원금 등의 신청에 매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미국이 풀지 못한 의료보험, 복지, 고용 불안 등의 사회·경제·정치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가감없이 드러내준다. 생애 처음으로 ‘갈 곳이 마트밖에 없어진 삶이란 어떤 것일까’를 상상해본다면 그게 바로 코로나19에 점령당한 ‘캘리포니아 드림’일 것이다. 꿈처럼 비현실적인 현실과 예측 불가능한 미래,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낙천적인 캘리포니언들에게도 실존적 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급성으로 전염되고 있다.

글·사진 _ 김진형

패션 기자 출신으로 현재 LA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18년째 미국 생활 중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두리
글·사진
김진형
2020년 05월호
2020년 05월호
에디터
김두리
글·사진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