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도시' 청담이 새로운 고급 아파트로 부촌 1번지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는 최고 200억원대 이상의 분양가로, 최고가 자리를 지켜왔던 '한남더힐'을 꺾었다. 우수한 한강 조망은 물론 강남 8학군을 누릴 수 있는 교육시설, 교통 인프라 등 편의시설까지 두루 갖춰 이목을 끌고 있다.
화려함 속 신비함이 돋보이는 외관
실제로 본 PH129는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빌딩 숲에서 한눈에 띄는 화이트 톤의 외벽으로 우아함을 뽐냈으며, 각진 모양으로 지어진 주택과 달리 곡선으로 설계돼 세련미가 강조됐다. 총 29세대로 구성된 데 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하는 크기로 웅장함이 돋보이기도 했다.
PH129는 프라이빗 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넘어 신비함이 감돌았다. 크게 난 창문에는 바깥 풍경이 반사돼 주택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했으며, 지하 1층 로비 라운지를 통해 오갈 수 있도록 해 외부인의 출입이 어렵다는 점에서도 뛰어난 보안을 자랑했다. 또 보행자도로 쪽의 펜스는 밖에서 안을 전혀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설치됐다.
지난 10월 말 입주가 시작된 PH129는 엘루이 호텔 부지를 부동산 개발 회사 빌폴라리스AMC와 더펜트하우스청담PFV가 매입해 세운 고급 아파트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 맡았다. 당초 프로젝트명은 '더펜트하우스 청담'이었으나, 펜트하우스를 의미하는 PH, 주소지(129번지)를 결합해 'PH129'로 최종 선정됐다.
PH129는 호텔 대지 2,588㎡에 연면적 2만 957㎡,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를 자랑한다. 입주 가구는 주택형별로 전용면적 273㎡ 27가구, 396㎡ 최고층 펜트하우스 2가구까지 총 29가구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주택형별 80억원에서 120억원가량이며 최고층 펜트하우스는 200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대가 복층으로 설계됐으며, 높은 천장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 센터, 라운지, 스크린골프, 미팅 룸 등 부대시설이 마련돼 거주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고 편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단지는 영동대교 남단 교차로에 위치해 전 세대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또 올림픽대로, 영동대교, 강변북로 등 도로망으로 인프라를 갖춘 것도 큰 이점이다. 청담초·중·고 등 강남 8학군으로 꼽히는 교육시설이 인근에 있으며, 갤러리아 백화점, 스타필드 코엑스몰 등도 인접해 있다.
PH129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고급 아파트 한 채가 늘었다는 건, 인근 거주자들에게도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오로지 29가구, 누가 살까?
PH129의 분양권이 5년간 최고가 자리를 지켰던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을 뛰어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PH129 단지 전용면적 273㎡(12층) 분양권이 95억원에 계약되면서 지난해 한남더힐 전용 244㎡ 최고 실거래가 84억원을 경신했다. 이는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된 이래 공동주택 기준 최고 매매가격이다.
PH129의 향후 부동산 가치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서울 고급 주택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트라움하우스 3차 전용면적 273㎡ 실거래가는 8월 기준 52억으로 앞서 2월 거래가였던 40억원에 비해 12억 급등했다.
한남더힐도 올랐다. 올해 공시가격 65억 6,800만원으로 지난해 55억 6,800만원에 비해 10억원이 상승했다.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성동구의 트리마제도 1억원이 올랐다. 트리마제 전용면적 136㎡(44층)는 지난해 7월 39억 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 40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를 갖는 게 낫다는 심리까지 더해져 차익을 누리는 데에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PH129에는 재계·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입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등기부에 공개된 내역에 따르면, 배우 장동건 부부를 비롯해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셋째 아들 채승석 전 대표이사, 골프선수 박인비, 뷰티 브랜드 '티르티르'의 이유빈 대표이사 등이 분양을 받았다. 펜트하우스 2가구는 메가스터디 일타강사 현우진과 홍상욱 홍인터내셔널 대표이사가 분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사 현우진은 250억대에 달하는 분양가를 대출 없이 현금으로 완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도별 고급 주택 트렌드
잘나가는 주택에도 흐름이 있다. 소위 '잘사는 동네'는 몇 군데 꼽을 수 있지만, 들어선 고급 주택에 따라 급부상하거나 주춤하기도 한다. 거물급 재계 인사들의 거주지로 부촌을 형성한 한남동부터 압구정동, 도곡동, 대치동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부촌 지도가 새롭게 그려진다.
2011년 용산 시대 개막 '한남더힐'
5년 연속 전국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지켰던 '한남더힐'. 한남더힐은 구 단국대 부지에 자리한 고급 주택이다. 한남더힐의 전용면적 243㎡가 최근 77억 5,000만원(1층)에 실거래되면서 올해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주택의 명성을 이었다. 한남더힐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배우 소지섭, 안성기, 이승철, 한효주 등 유명 연예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급 주택으로서 명성을 쌓았다. 또 기업 총수 일가 중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현대자동차, SK, 두산 등 대기업 오너들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등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진이 부모와 공동소유로 소유했던 한남더힐을 부모에게 전부 증여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2017년 신흥 부촌 성동구 '트리마제'
부의 상징으로 거듭난 성동구 '트리마제'. 서울숲과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초고층(47층)으로 지역 내 최고층 단지이다. 트리마제는 최고 47층, 4개동 688가구 규모로 한강 조망권, 호텔식 서비스, 고급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트리마제 전용면적 136㎡는 지난해 7월 39억 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 40억 5,000만원에 거래돼 1년 사이 1억원이나 뛰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2018년 19억5000만원에 매입해 이목을 끌었으며 최근 20억 5,000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마제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동해, 그룹 소녀시대 써니·태연, 그룹 씨스타 출신 보라 등 유명 연예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프라이빗 한 공간 '나인원'
국내 부촌 용산구의 새로운 얼굴 '나인원'. 지난 5년간 가장 비싼 집으로 꼽힌 '한남더힐' 맞은편에 들어선 고급 주택이다. 나인원 한남은 247m² 170세대, 290m² 93세대, 333m² 복층 43세대, 297m² 슈퍼 펜트하우스 32세대, 297m² 펜트하우스 10세대로 구성됐다. 펜트하우스 시세는 약 90억원으로 알려졌다. 나인원에는 롯데그룹 총수를 비롯해 주요 재계 인사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가수 장윤정, 지드래곤, 배우 전지현, 배용준·박수진 부부 등 유명 연예인들도 입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 거주했던 지드래곤이 나인원 펜트하우스를 SNS에 공개해 입소문을 탔다.
2021년 '에테르노 청담' ph129 넘어설까
'에테르노 청담'은 지난해 1월 부동산 개발사 넥스플랜이 청담동의 옛 씨티아파트 부지를 920억원에 매입해 시공 중인 최고급 아파트이다. 올해 3월 소수 VIP 고객을 상대로 분양했을 당시 3.3㎡당 2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경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저렴한 평형이 120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최상층 펜트하우스는 300억원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에테르노 청담은 대지면적 3,202㎡에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로 총 29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세대별로 테라스가 주어져 개인 정원이나 휴식 공간 등으로 사용하며 한강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큰 이점으로 꼽힌다. 전용면적 273㎡의 복층형 4세대, 전용면적 497㎡의 슈퍼 펜트하우스 1세대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