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 35%를 기록하며 종편 예능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운 TV조선 <미스터트롯>. 쟁쟁한 성인 참가자들 사이에서 유난히 존재감을 드러내며 결승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킨 한 소년이 있다. 2007년생, 올해로 열네 살이 된 정동원이다. 변성기 전 청아한 목소리를 무기로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가창력과 무대 매너, 가사 전달력을 선보인 소년은 프로그램 초반부터 ‘우승 후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대선배 진성은 소년이 부른 ‘보릿고개’에 눈물을 흘렸고, 장윤정은 “내가 어린아이에게 오히려 가르침을 받았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12세에 트로트를 시작한 동원이는 그동안 KBS1 <인간극장>, SBS <영재 발굴단>에 출연해 적잖은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저 한 곡조 잘 뽑아내는 꼬마에서 <미스터트롯>의 무려 1만5,000:1을 뚫은 ‘우승 후보’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미스터트롯>의 결승전이 있은 다음날, 동원이를 만났다. 무대를 장악하는 무시무시한 ‘괴물 소년’의 등장을 기대하던 우리 앞에 수줍음 많은 앳된 얼굴의 동원이가 걸어 들어왔다.
방송 잘 봤어요.
요즘 어딜 가나 알아봐주시고 반겨주셔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팬클럽 회원 수도 엄청 늘었어요. 다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그저 감사해요. 이모, 삼촌 같은 팬들이 제 노래를 통해 힘과 위안을 얻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요. 방송을 하는 동안은 <미스터트롯>만 생각하며 지냈어요. 어제 결승전을 끝으로 이제 완전히 경연이 끝난 거니까 당분간은 푹 쉬면서 잠을 좀 자려고요. 이제 진짜 끝났다는 생각에 계속 하품이 나와요.(웃음)
화보 촬영도 가창력처럼 수준급인데요?
재미있었어요. 집에서 혼자 연습을 많이 해봤거든요. 어떤 표정이 제게 잘 어울릴지, 어떤 포즈가 멋있어 보일지 거울 보고 연구도 했어요.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가 더 익숙하긴 하지만 이런 사진 촬영도 노래만큼 재미있어요.
<미스터트롯>의 큰 무대가 긴장되진 않았나요?
긴장되죠. 그래도 무대 위에서 노래를 시작하면 그 긴장감마저 사라져요. 제가 중요한 경연 중이라는 사실보다는 노래 자체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결승 무대는 확실히 이전의 무대와는 다르더라고요. 제가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고, 이 무대를 통해 진선미가 발표되는 거니까.
떨리고 긴장됐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5위, 예상했어요?
전혀요. 팀 미션만 올라가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방송까지 함께 하게 돼서 깜짝 놀랐어요. 도중에 탈락하게 되더라도 아쉬움보단 뿌듯함이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 함께 출연한 형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았잖아요.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미션을 거듭할수록 형들과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아요. 또 <미스터트롯>이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직접 트로트에 대해 알려주시기도 하고, 무대를 바로바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제겐 큰 가르침이었어요.
우승자는요?
결승전에서 (임)영웅이 형과 (이)찬원이 형이 워낙 잘해서 둘 중 한 명이 우승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영탁 삼촌도 진선미에 들 것 같았고요. 초반부터 우승 후보로 유력했던 세 명이 마지막 결승전까지 잘해왔으니까. 모두가 예상하는 우승 후보가 저도 유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역시 우승은 영웅이 형이었고, 영탁 삼촌과 찬원이 형도 순위권에 들었어요. 우승하기에 마땅한 사람들이 모두 제자리를 잘 찾았다고 생각해요. 노래뿐만 아니라 끼도 많고, 재주도 많은 형들이니까 진심으로 공감하고 축하해줬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분들의 말씀처럼 결승전에 올라간 7명이 다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해요. 모두 우승자 못지않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실력파들이었으니까요.
탈락자 중 아쉬운 우승 후보를 꼽자면요?
(양)지원이 형요. 형의 무대를 보고 결승전에 진출해도 손색없을 실력이라고 느꼈거든요. 신동부에서 유난히 눈에 띄기도 했고요. 형의 실력에 비해 너무 일찍 탈락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어요. 돌이켜보면 신동부 형들이 대체적으로 다 잘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떠는 기색도 안 보이고, 확실히 자신감부터 달라 보여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이 잘 드러나는 거겠죠?
체력 관리 비결도 궁금해요.
녹화를 하면 10시간씩 계속 촬영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잠이 부족하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제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겨 틈날 때마다 계속 잠을 보충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것 말고는 딱히 힘든 점은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힘들기보다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
제게 트로트는 ‘자유’예요. 할아버지도, 아빠도, 다른 가족들도 제게 공부만 하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주셨고, 제가 선택한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셨죠. 그래서 책임감도 더 커요. 제가 직접 선택한 일이니까,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제대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밥은 잘 챙겨 먹었어요?
제가 원래 먹는 데 관심이 별로 없어요. 삼겹살을 좋아하긴 하지만, 딱히 군것질을 즐기지도 않고요. 배가 고프면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전 밥을 못 먹어도 그렇진 않아요. 밥보다는 잠을 자는 게 더 좋아요.
동생들과의 무대도 인상적이었어요(정동원은 <미스터트롯> 경연 중 19세 남승민,12세 임도형, 10세 홍잠언과 함께 팀을 이뤄 무대를 꾸몄다).
이번 <미스터트롯> 방송을 하면서 팀 미션이 두 번 있었어요. (고)재근이 형, (이)찬원이 형, (김)호중이 형과 ‘패밀리가 떴다’ 팀을 했고, 승민이 형, 도형이, 잠언이랑은 ‘승민이와 국민 손자들’이란 팀을 이뤘죠. 아무래도 실력 면에선 경험이 많은 ‘패밀리가 떴다’ 팀이 뛰어났지만, 놀면서 즐겁게 준비했던 건 제 또래들과 했던 ‘승민이와 국민 손자들’ 팀이었어요. 먹는 것도, 장난치는 것도, 노는 것도 다 재미있었거든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 늘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저는 12세에 음악을 시작했는데 도형이와 잠언이는 저보다 일찍 음악을 시작했고 실력도 뛰어나잖아요. 저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도 같고, 무엇보다 너무 귀여워요.(웃음) 승민이 형도 리더로서 친형처럼 잘해줘서 고마워요. 방송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더 친해졌어요. 저희 세 명을 케어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리더십이 정말 좋은 형이라고 생각해요.
제일 기억에 남는 무대는 뭐였나요?
무대는 아무래도 ‘패밀리가 떴다’ 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아직 변성기가 안 와서 형들이랑 다른 음정, 키를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근데 그걸 극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는 게 제겐 뜻깊은 일이었죠. 또 그 무대를 준비할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힘든 시기였는데, 무대를 준비하면서 많이 위로받고 에너지를 얻었어요. <미스터트롯>이 끝나면 이렇게 여러 형과 무대를 준비할 기회를 갖기가 어렵잖아요. 실력 있는 형들과 함께 많은 무대를 꾸밀 수 있어 정말 좋은 추억이에요.
할아버지가 무척 뿌듯해하실 것 같아요.
전 할아버지께서 제 곁을 떠나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늘 가까이서 절 지켜보고 또 지켜주고 계실 거라 생각하거든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이튿날까지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다시는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로는 할아버지께서 마냥 슬퍼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시면 더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슬픈 내색 하지 않고 남은 촬영에 최선을 다했죠. 할아버지도 분명 잘했다고 해주실 거라 생각해요. 제게 할아버지의 의미는 특별해요. 절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고, 또 앞으로도 제가 잘되도록 도와주실 분이죠. 가끔 할아버지 생각에 슬퍼질 때가 있는데, 그래도 울진 않으려고요. 감사하니까 더 열심히 할 거예요.
트로트 말고 잘하는 게 있다면요?
꼭 트로트만 잘하는 가수가 아닌 ‘음악’을 잘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트로트만큼은 아니지만 평소 다른 장르의 음악들도 즐겨 들어요. 아이돌은 ‘BTS’를 좋아해요. 오래전부터 ‘BTS’ 음악을 즐겨 들었거든요. 트로트에 푹 빠지기 전까지 ‘BTS’의 ‘DNA’ ‘불타오르네’ ‘쩔어’를 자주 들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는요?
남진 선생님이랑 나훈아 선생님요. 일단 대선배님이시고, 정말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계시잖아요. 히트곡도 많으시고요. 트로트 가수라면 남진·나훈아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름만으로도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분들이니까요. 또 제가 두 분의 노래를 좋아해요. 평소에 즐겨 부르고, 또 제가 부르면 언제나 반응이 좋아 더 자주 부르게 되더라고요.
전 천재가 아닌 노력파예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잘하는 천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노력을 했으니까 제가 바라는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죠. 지금까지 늘 노력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거예요.
제일 처음 접한 트로트도 궁금해요.
진성 선배님의 ‘보릿고개’예요. 이번 <미스터트롯>에서도 불렀는데, 방송을 통해 진성 선배님께서 제 무대를 보고 눈물 흘리시는 걸 뒤늦게 봤어요. 저도 뭔가 울컥할 만큼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노래하고자 했던 감정을 다 이해하고 알아주신 것 같아 감사하기도 했고요.
트로트 가사를 해석할 때 어렵진 않나요?
주로 유튜브를 보면서 많이 따라 해요. 따로 배우거나 교습을 받은 건 아니고요. 멜로디를 외우면서 가사도 여러 번 듣고 최대한 그 의미와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표정이나 목소리 톤, 노래하는 자세도 가사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려 하고요. 아직 온전히 그 의미가 와닿지 않는 노래들은 그에 맞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스스로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대단해요. 한창 게임에 빠져 있을 나이잖아요.
게임도 당연히 좋아하죠.(웃음) 컴퓨터 게임도 좋아하고 모바일 게임도 좋아해요. 그치만 게임보다 트로트가 훨씬 더 좋아요. 트로트 안 하고 게임만 했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거고, <미스터트롯> 결승전에 진출하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비교도 안 될 만큼 트로트가 훨씬 좋아요.
어떤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남진·나훈아 선생님 같은 가수요. 저도 선생님들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동원 군은 천재일까요, 노력파일까요?
전 무조건 노력파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잘하는 천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노력을 했으니까 제가 바라는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죠. 지금까지 늘 노력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거예요.
정동원에게 트로트란?
제게 트로트는 ‘자유’예요. 할아버지도, 아빠도, 다른 가족들도 제게 공부만 하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주셨고, 제가 선택한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셨죠. 제가 그 자유 속에서 선택한 것이 트로트니까 트로트는 한마디로 제가 선택한 ‘자유’예요. 그래서 더 책임감도 커요. 제가 직접 선택한 일이니까,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제대로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