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티는 똑똑한 괴짜다. 오로지 내신성적으로만 연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고, 불모지였던 유튜브에서 250만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유튜버가 됐다. 지금은 카피추, 유병재, 흔한남매 등이 소속돼 연 매출 600억원을 달성한 크리에이터 전문 기획사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공동대표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문제집을 푸느라 정신없을 때 그는 교무실을 찾아 선생님들의 책상을 훑어봤다. 선생님들이 시험 문제를 내는 데 참고하는 문제집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대학생 때는 더 괴짜였다. PD 지망생인 그는 친구들이 영어 점수나 공모전을 준비하며 스펙 쌓기에 집중할 때 유튜브를 했다. 일찌감치 '콘텐츠'에 '미래'가 보였기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 등 모바일 게임에 관련된 영상을 올렸다.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덕질'을 하면서 틈틈이 배운 편집 기술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오락부장을 하며 쌓아온 입담을 발휘했다. '자소서'에 한 줄 추가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자고 일어나면 구독자가 늘어났고, 돈이 생겼다. 팬들도 생겼다. 그렇게 도티는 우리나라 대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됐다.
오늘 촬영하면서 '초통령'의 위엄을 실감했어요.
김연아 선수를 좋아했어요. 몇 십만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도전 정신, 모든 점프를 정석으로 뛰는 완벽함, 탤런트로서 그녀의 가치…. 무엇 하나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심각한 '덕후'였죠. 그래서 어린이 친구들이 저를 좋아해주는 게 어떤 마음인지 잘 알아요. 지금 저를 만나는 그 순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이해해주니까 어린이들도 저를 좋아해주는 것 같고요. 아이들은 좋아하는 대상 앞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예의 바르죠. 디지털 세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팬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팬들을 만나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도티의 실제 학창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옛날 말로 하면 오락부장, 요즘 말로 하면 '인싸'였어요.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리더였달까요. 친구가 많았어요. 공부도 꽤 잘했고요. 키도 작고 외모도 특출하지 않아서 내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성적뿐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죠. 머리가 좋았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지를 알았던 것 같아요. 시험 기간 한 달 전쯤 교무실을 돌면서 선생님들이 어떤 문제집을 보시는지 확인한 뒤 그 문제집만 파고들었거든요. '꼼수'를 쓴 거죠. 그래서 놀면서도 성적이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 같은데, 게임 유튜버가 됐어요.
친구들과 피시방에 가는 걸 좋아해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했죠. '게임은 나쁜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순기능도 있어요. 게임을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창의력, 그리고 모험심, 도전 정신이 생기죠.
대학생 때는 JYP 엔터테인먼트 오디션도 봤다고 들었어요.
연예인의 세계가 궁금했어요. 당연히 떨어졌죠.(웃음) 근데 그 오디션장에서 연예인이 되기 위해 인생 전부를 걸고 온 다른 친구들을 보면서 누군가의 꿈을 장난스럽게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궁금한 마음에 지원했지만 진지하고 절실한 친구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미안했죠.
부모님에겐 어떤 아들이었나요?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었어요. 부모님도 저를 믿고 자유분방하게 키우신 것 같고요. 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오히려 책임감도 커졌던 것 같아요.
법대에 입학한 아들이 유튜브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이셨나요?
사실 어른들에게 유튜브는 익숙하지 않은 플랫폼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셨어요. 이것 역시 '알아서 잘하겠지' 싶은 마음이셨을 거예요. 요즘엔 제가 TV에도 나오고 그러면서 용돈도 많이 드리니까 좋아하세요.(웃음) 오히려 부모님보다 친구들이 색안경을 끼고 봤죠.
왜요?
그땐(2014년) '왜?' 하는 시선이 많았어요. '스펙 쌓기야?'라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죠. 다들 취업 준비 하느라 바쁜데 저는 유튜브를 하겠다고 했으니, 친구들 눈엔 얼마나 이상하게 보였겠어요.
그런데도 꿋꿋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원래 저는 피디 지망생이었어요.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인기였죠. 그 영상을 찾아보느라 자연스럽게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알게 됐고 비슷한 시기에 들은 수업에서 유튜브에 대한 담론이 오고 갔어요. 내 이야기를 제약 없이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고, 구글이 운영하는 최대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것에 믿음이 갔죠. 김연아 선수 '덕질'을 하면서 팬 영상을 만들어봤기 때문에 편집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고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돈이 벌리더라고요. 그때 가능성을 봤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는 "그 좋은 학교 나와서 왜 이걸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죠. 결론적으론 후회하지 않아요. 내가 만든 20분짜리 영상을 100명이 보면 누군가의 2,000분을 제가 책임지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게 재미있었고 보람이 있었죠.
지금은 25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어요. 승승장구했지만 스트레스 또한 있었을 것 같아요.
한때 숫자에 연연했던 적이 있어요. 구독자 수, 조회 수, 시청 시간….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보다 노골적으로 보이는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았었죠. 아마 구독자가 100만 명쯤이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팬덤이 생기고 수익이 많이 생기면서부터 그 숫자에 노예가 되더라고요. 분석 툴, 성과 페이지만 확인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이건 아니다' 싶어 의식적으로 안 보기 시작했어요. 그 시간에 콘텐츠를 기획하고, 팬들의 댓글을 하나라도 더 보는 게 유의미하다는 걸 알았죠. 지금은 만족합니다. 제 영상을 여전히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고마워요.
그래서였을까요? 지난해에는 유튜브 활동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도티'라는 캐릭터로만 살아왔어요. 인간 '나희선'은 없었죠. 저도 사람이고 그래서 아플 때도, 힘들 때도, 짜증날 때도 있다는 걸 설명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러면서 괴리감이 왔고, 힘들었어요. 자연인 '나희선'으로 살아보자는 생각에 유튜브를 잠시 중단했어요.
인기를 얻게 되면서 슬럼프도 왔었어요. 자연인 '나희선'으로서의 삶이 없어지는 것 같아 유튜브 방송을 잠시 중단했었죠. 앞으로 도티는 크리에이터로, 방송인으로 열심히 살 거고요. 인간 나희선은 '적게 일하고 많이 쉬는' 사람이고 싶어요.
도티를 우상으로 여기는 유튜브 꿈나무가 많아요.
어린 친구들이 크리에이터에 관심을 갖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나를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혹 '나는 게임 크리에이터가 될 거니까 게임만 할 거야', '나는 뷰티 크리에이터가 될 거니까 화장만 잘하면 돼'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건 위험한 생각이에요. 이 직업은 결국 '소통'이 중요한데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안 돼죠. 유튜뷰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고요. 친구와도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데 팬들과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겠어요.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한 직업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책이든, 여행이든, 많은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해요.
최근엔 유튜브라는 온라인 세상에서 활동하다 방송이라는 오프라인 세계로 영역을 옮겼어요. 어떤가요(도티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다 최근 <문제적 남자>에 고정 출연 중이다)?
확실히 달라요. 유튜브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거라 모든 책임을 다 져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방송은 녹화에만 집중하면 돼요. 달란트로써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피디님과 작가님의 몫이죠.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인터넷에서 방송하던 사람'이라는 편견과 안 좋은 인식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그게 제가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가 잘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방송도 잘한다는 인식과 좋은 사례를 만들면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기 수월해질 테니까요.
도티의 다음 스텝은 뭘까요?
가장 큰 목표는 저와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 샌드박스 네트워크를 크리에이터들의 안전한 놀이터로 만드는 거예요.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모든 콘텐츠가 대중의 신뢰를 얻길 바라죠. 출연자, PD, 편집자 등을 합쳐 200여 명의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는데 그들 모두 각각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우리 회사가 미디어의 한 축이 되기를 바라요.
사업가로서 도티는 어떤가요?
저는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전문 경영인인 친구와 동업을 한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인데 사업적인 부분을 도맡아 하죠. 저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하고요. 분업이 잘되어 있다 보니 서로 신뢰하고 존중해요. 우리 회사가 연 600억원의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의 합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도티에게 '돈'이란 뭘까요?
돈은 있으면 좋은 거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요. 한번은 '돈 많은 사람들이 왜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할까'를 생각해봤어요. 단순히 인간의 욕심일까? 아닌 것 같아요. 돈이 많으면 돈을 쓸 수 있는 규모 또한 커지죠. 보이는 세상이 달라집니다. 이를 테면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제3국의 상하수도를 위해 돈을 투자하는 식이죠. 내가 가진 돈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선한 욕망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콘텐츠와 미디어 시장에 투자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행복해하길 바라니까요.
소속 크리에이터 중에 눈여겨봐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요?
'총몇명'(224만 명), '장삐쭈'(216만 명)는 연예인과 다름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그들이 생각해내는 아이디어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과나'(28만 명)도 눈여겨봐야 할 유튜버예요. 요리를 주제로 한 곡을 만드는데 재능이 무궁무진합니다. 그가 유튜브에 올린 첫 번째 영상을 보고 바로 계약하자고 했을 정도죠.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도티는 크리에이터로서, 방송인으로서 열심히 활동할 거고요. 나희선은 적게 일하고 많이 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웃음)
도티는 최근 영화 <룸>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한 남자에게 납치돼 7년 동안 갇혀 지내다가 탈출에 성공했지만, 사회가 더 큰 감옥처럼 느껴진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자신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했다. 단절된 방 안에서 홀로 방송하다가 녹화 버튼을 끈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도티는 어쩌면 지난 7년간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크리에이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