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의 서민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피해를 주는 보이스피싱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치밀해져 우리의 일상에 더욱 깊이 파고들고 있다. 전화기 하나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신종 수법 보이스피싱을 정리했다.
TYPE 1 / 검사 사칭 ‘전통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의 대표명사인 ‘김미영 팀장’ 수법도 이젠 옛말이다. 2000년대 중반 처음 보이스피싱 범죄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뿌린 뒤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사칭하며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후 한국말이 원활한 조선족들이 검사를 사칭해 불법 금융 사기에 연루됐다며 돈을 갈취하더니, 이후에는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보증금 명목의 거액을 전달책에게 전달하는 보이스피싱이 성행했다. 이후 범죄는 진화를 거듭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홈페이지와 똑같이 만든 사이트를 이용해 사람들을 속였고, 현재는 결제 단계에서 흔히 이용하는 결제창을 모방해 돈을 편취하는 수법이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또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를 빙자해 여권 사본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토대로 범죄에 활용하는 신종 수법도 늘고 있다. 결제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보이스피싱 범죄 역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해외송금대행 부업 등을 가장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 피해도 증가했다. 세 살배기 쌍둥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A씨는 주부도 할 수 있는 고액 부업이라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범죄자가 됐다. 해외에 근거지를 둔 범죄 조직이 A씨의 통장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갈취하고 A씨는 실시간 입금액을 그들에게 이체시켜줬던 것. 단순히 입금된 돈을 특정 계좌로 이체하는 일만 반복한 A씨는 이러한 행위가 범죄임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몰랐다고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책으로 범죄에 연루되면 가담 정도, 횟수, 대가 수수 등에 따라 엄중한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가를 주겠다고 약속한다거나 자신의 통장과 신분을 활용하는 업무는 범죄 수익 인출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TYPE 2 / 아들딸도 사칭한다! ‘메신저 피싱’
메신저를 이용해 가족, 지인을 사칭하며 돈을 송금해달라거나 문화상품권의 일련번호를 요구하는 일명 ‘메신저 피싱’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 사용자를 대상으로 자녀를 사칭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데, 가족이라는 굳건한 신뢰를 미끼로 한 범죄라 타깃이 된다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범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달 50대 여성 B씨는 딸에게 다급한 메시지를 한 통 받았다. 휴대전화가 고장나 통화가 불가능하니 지금 당장 가까운 편의점에서 문화상품권을 구매해 일련번호를 불러달라는 것. 평소와 다름없는 딸의 프로필 사진과 말투에 의심 없이 다량의 상품권을 구매한 그녀는 문화상품권의 마지막 장 일련번호까지 불러준 후에야 무언가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딸과 통화 후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임을 알게 된 B씨는 급하게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으나 이미 문화상품권은 현금화돼 종잇조각이 된 상태였고, 해외에 기반을 둔 범죄 조직을 잡아 피해액을 환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경찰은 이러한 메신저 피싱에 대해 프로필 사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에서 접속한 경우 프로필에 빨간색 지구본 표시가 돼 있고 이 표시가 보이면 사기를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전화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평소 연락을 해왔던 상대방 번호로 전화를 걸어볼 것을 당부했다.
TYPE 3 / 결혼·연애 빙자 ‘로맨스 스캠’
최근 신종 사기 수법으로 결혼과 연애를 빙자하는 ‘로맨스 스캠’이 기승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로맨스 스캠은 ‘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Scam’의 합성어로 SNS를 통해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금전을 갈취하는 지능범죄를 일컫는다.
두 번의 결혼에 실패하고 홀로 외로운 연말을 보내던 40대 남성 C씨는 SNS를 통해 사진이 마음에 든다는 메시지를 한 통 받게 됐다. 미국에서 거주 중인 한인 교포라 한국말이 어눌하다는 상대는 C씨의 외로운 상황을 알기라도 한 듯 매일 애정이 담긴 메시지와 관심을 보내며 환심을 샀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는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결혼을 전제로 두터운 친분을 쌓으며 C씨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음성 통화는 가능했지만 온갖 핑계를 대며 영상통화를 거부하던 상대는 어느 날 C씨를 위해 한국에 오겠다며 비자와 항공료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금전 거래는 1년 8개월간 1억원을 넘어섰고,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지셨다거나 회사에 중대한 일이 생겨 올 수 없다는 그녀가 어느 날 갑작스레 잠적하며 C씨의 콩깍지도 벗겨졌다. 이후 c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경찰서에 그녀를 사기 혐의로 신고했지만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에 기지를 둔 범죄 조직의 소행이라는 답변만 들은 채 사기당한 돈은 전혀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로맨스 스캠의 대책이라면 그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기 범죄이긴 하지만 자진해 돈을 송금하고 또 상대가 의도적으로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 역시 해외에 근거지를 둔 사기 범죄라 피해액을 돌려받기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애초에 범죄를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TYPE 4 / 나체 협박 ‘몸캠 피싱’
2014년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몸캠 피싱’은 주로 온라인 채팅방에서 시작된다. 온라인 채팅을 통해 상대의 음란한 행위를 유도해 녹화한 영상을 유포하거나 녹화 전후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코드를 설치해 연락처를 탈취한 뒤,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영상을 유포하는 방식이다.
피해자 D씨는 익명 채팅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한 여성을 알게 됐다. 서로 사진이 마음에 든다며 채팅을 시작한 두 사람은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메신저를 통해서도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다. 어느 날 D씨의 벗은 몸이 보고 싶다는 상대의 요구에 따라 D씨는 나체가 담긴 영상을 전송했고, 답례로 자신의 나체도 보여주겠다는 영상 파일을 다운로드하자마자 상대는 돌변하기 시작했다. D씨 휴대전화 속 연락처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 500만원을 계좌로 입금하라는 것. 당황한 D씨는 상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상대는 D씨의 나체 영상을 지인 200명을 초대한 단체 채팅방에서 전송하며 D씨의 치부를 공개했다.
‘몸캠 피싱’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선다. 나체를 전송한 피해자의 잘못도 크다는 의견과 온라인을 통한 음란 행위부터 근절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캠 피싱’은 근본적으로 완전한 사기 범죄다. 상대방의 연락처와 개인정보를 탈취해 부정적으로 사용할 여지가 크고, 상대방의 동의 없이 나체 영상을 공유하고 유포하는 행위는 성별을 막론하고 근절해야 할 악질 범죄이기 때문이다. ‘몸캠 피싱’에 당했다면 주저 말고 즉시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더불어 인터넷 보안회사 등에 문의해 유포를 차단하고 영상을 회수, 삭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TYPE 5 / 터치 한 번으로 끝 ‘스미싱’
스미싱(Smishing)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자메시지의 인터넷 주소(URL)를 클릭해 악성 코드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범죄로, 최근에는 코로나19를 악용한 스미싱이 급증하고 있다. KT에 따르면 최근 ‘국내 우한 폐렴 감염자 및 접촉자 신분정보 확인’ ‘우한 폐렴으로 인해 택배배송 지연’ 등의 내용을 미끼로 악성 URL 접속을 유도하고 미확인 앱을 설치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미싱에는 택배 관련 스미싱, 공공기관 사칭 스미싱, 지인 사칭 선물 관련 스미싱 등 그 종류와 방법이 다양하다. 스미싱 피해자 E씨는 최근 코로나19를 예방하고자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대량 주문했다. 다음 날 ‘마스크 지연 배송 안내’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고 현재 배송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에 의심 없이 해당 URL에 접속했다. 자세한 배송 확인을 위해선 특정 앱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안내가 이어졌고, E씨는 안내 단계를 따라 해당 앱을 설치 완료했다. 앱의 설치가 완료된 순간 E씨의 휴대전화가 원격조정을 통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 관련 앱과 연락처, 사진첩이 차례대로 실행되던 E씨의 휴대전화 속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스미싱 범죄 조직의 손아귀로 넘어간 것.
이처럼 터치 한 번으로 엄청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스미싱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URL을 클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이 함부로 설치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의 보안 설정을 이중으로 강화하고, 앱을 다운로드할 경우 문자 속 링크를 통해 받지 않고 공인된 오픈마켓을 통해 앱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스타도 당했다!
보이스피싱의 마수, 연예계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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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주
개그우먼 이국주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그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지인들에게 “급하게 송금해야 할 곳이 있는데 공인 인증 때문에 못 하고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국주는 해당 캡처를 공개하며 “누가 지금 저인 척하고 있다. 저 아니니까 돈 빌려주지 마세요”라며 경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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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
중국 배우 탕웨이가 거액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탕웨이는 공안 당국에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으로 21만 위안(한화 약 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다. 그녀는 영화 촬영을 하던 중 공안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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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탤런트 이해인은 보이스피싱으로 무려 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사기당한 사실을 공개했다.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한 그녀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창에 의심 없이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했다”며 “이후 출금 문자메시지를 받고 사기라는 걸 알았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이해인은 “정말 순간인 것 같다. 답답해서 힘들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