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치료 목적, 약물 남용은 없었다"
최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에 휩싸인 배우 하정우가 "얼굴 흉터 레이저 치료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월 18일 밤, 그의 소속사 워크하우스는 '프로포폴 투약 관련 일부 추측성 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지난 2월 13일 <SBS 8시 뉴스>가 유명 영화배우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관련 기사를 내면서 하정우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지 5일 만이다.
소속사는 "하정우는 얼굴 부위 흉터 때문에 평소 고민이 많았던 중 2019년 1월 레이저 흉터 치료로 유명하다는 모 병원 원장을 소개받았다. 시술받은 기간은 2019년 1월경부터 9월경까지로 10회가량 강도 높은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치료를 받을 때 원장 판단하에 수면 마취를 시행한 것이 전부"라는 것. 그는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본 후 그해 가을경 내원을 마쳤다고 한다. 특히 "어떠한 약물 남용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본인의 이름이 아닌 동생 명의로 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해당 병원 원장이 최초 방문 때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오라"고 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중시했고, 이 과정에서 하정우에게 "소속사 대표인 동생과 매니저의 이름 등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으로 막연히 생각했고, 그 정보를 병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하지만 하정우로서는 치료 사실을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원장의 요청이 있었다고는 하나 경솔하게 다른 사람의 인적 사항을 알려준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팬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또한 "병원 치료 과정에서 주고받은 수개월간의 문자 내역과 원장의 요청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과정이 확인되는 문자 내역이 남아 있다"고 주장하며, "수사기관이 사실 확인을 요청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속사는 "전혀 거리낄 것이 없다고 생각해 논란이 자연스럽게 잦아들기를 바랐는데, 억측이 계속되고 있어 이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고, 입장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한국 영화계의 대표 배우로 손꼽히는 하정우.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의 배우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았고, 그의 출연작과 차기작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정우는 최근 영화 <보스턴 1947>의 촬영을 마쳤고, 영화 <피랍>과 드라마 <수리남> 촬영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관련 작품 측은 일단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하정우의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원'의 조광희 변호사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특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차명 진료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하정우가 먼저 요청한 사항이 아니라, 의사가 먼저 하정우에게 차명으로 진료를 볼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정우는 평소 식당을 예약할 때도 본인 명의로 예약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러워하는데, 담당 주치의가 강력하게 차명 진료를 이야기해서 아무 의심 없이 신뢰하며 진료를 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진료를 한참 받고 난 뒤에야 본인이 다니는 피부과가 재벌가 사람들이 다니는 병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더 주치의의 차명 진료 제안을 아무 의심 없이 이해하게 된 상황이라는 것. 물론 지금은 하정우 스스로 자신의 선택이 경솔하고 무심한 태도였다는 걸 깨닫고 반성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로포폴은 내시경할 때 처방을 받는 약물이다. 하정우의 흉터 치료는 레이저 시술의 강도가 워낙 높아 고통이 큰 시술로, 주치의의 판단 아래 처방을 받은 약물일 뿐이다. 과용하거나 불법으로 사용한 적이 절대 없다"고 했다. '내성이 생길 정도', 혹은 '기계 사용' 등은 사실 무근이라며 "하정우는 정확한 시술로 필요한 만큼만 처치를 받았다. 그 외의 약물 남용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 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검찰 출석 요청을 받지 않았다. 사건의 관련자가 많아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한시라도 빨리 조사를 받아 모든 의혹을 깨끗하게 털어내고 싶어 검찰에 우리의 입장을 담은 소명장을 제출하기도 했다"고 말하며 "도피설 또한 사실이 아니다. 현재 스케줄로 해외 체류 중이며 검찰의 조사 요청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하정우는 누구보다 검찰의 요청에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박시연, 이승연, 장미인애, 현영 등 배우들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2011년부터 2년간 통증 치료를 이유로 42~185회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정우의 경우 흉터 치료를 위해 10회 정도 투약을 받았다면 중독을 의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하지만 본인의 본명(김성훈)이 아닌 동생의 이름(김영훈)을 사용해 차명 진료를 받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은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가 수사하고 있다. 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재벌가 자제와 연예기획사 대표, 유명 패션 디자이너 등 10명 가까운 인물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를 병원에 소개해준 애경그룹 2세 채승석 전 대표는 70차례 넘게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의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왜 프로포폴에 빠지나
정맥에 투여하는 마취유도제 프로포폴은 보통 수술이나 검사 시 수면마취제로 사용된다. 하얀색 액체 형태로 일명 '우유주사'로도 불리는데 다른 마취제보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피로·불면증 해소, 불안감 진정 효과 등이 있어 연예계, 정·재계, 의료계 인사들이 프로포폴의 유혹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포폴을 소량 주입하면 가벼운 수면 상태가 되며 일부 황홀감과 회복감이 느껴져 약물 의존성이 생기기 쉽다. 과량 투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프로포폴 과량 투여로 인한 호흡 중지로 사망한 것은 유명하다. 정부는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해 투약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1월 프로포폴 불법 상습 투여 연예인 명단이 공개되며 큰 충격을 주었다. 배우 박시연(185회 투약), 이승연(111회 투약), 장미인애(95회 투약) 등이 불구속 기소되고 방송인 현영(42회 투약)은 약식기소됐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인한 환자들의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았고, 2019년에는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이 동거녀에게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 보통 강남 등지에서 한 병에 30만~50만원 선에 거래되는데, 식약처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시술을 빙자한 투약이 이뤄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