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중화권에 속하는 만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높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채식 인구가 많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만의 채식 인구 비율이 인도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채식인구>의 통계에 따르면 대만 전체 인구 중 13%가 채식주의자다. 현재 대만 전역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만 6,000개가 운영 중이다.
이처럼 대만에서 채식이 보편화된 이유는 종교와 관련이 있다. 대만의 일류 호텔에서 채식 케이터링을 담당하는 요리사 임언보 씨는 “내가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종교 때문”이라며 “채식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나 역시 채식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대만에는 70%의 도교 및 불교 신자가 살고 있다. 따라서 채식 문화가 잘 정립돼 있고 더불어 채식이 트렌드가 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건강과 환경을 위해 채식을 하려는 움직임 또한 늘고 있다.
대만에서 채식 식당을 알아보는 방법은 쉽다. ‘본디 소(素)’ 자가 간판에 쓰여 있으면 채식 식당이라 여기면 된다. 전통 채식 식당부터 채식 레스토랑까지 식당 종류와 메뉴도 다양하며 보통 채식 식당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있도록 뷔페식으로 운영된다. 메뉴 수는 약 40가지로 가격은 160NTD(약 6,000원) 정도다. 가장 기본적인 채식 요리인 마늘청경채볶음, 표고버섯탕수, 콩고기튀김 등을 먹을 수 있다.
‘루웨이’는 대만 사람들이 즐겨 먹는 요리다.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야시장을 포함한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채소, 고기, 어묵 등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육수탕에 넣어 끓여주는 방식의 요리로 집집마다 특제 육수를 갖추고 있어 그 맛이 다양하다. 최근엔 채식으로 루웨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채식 콘셉트를 전면으로 내세운 루웨이 레스토랑 ‘베지 크릭’에서는 채소와 약재로 우려낸 국물에 고기 대신 콩고기, 각종 채소, 두부 등을 주재료로 한 루웨이를 선보인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1인용 녹색 채소와 소분해 포장한 식재료를 골라 바구니에 담은 뒤 계산하면 직원이 고른 재료를 한데 모아 육수에 5분간 담가 잘 익혀 그릇에 정성스럽게 담아준다.
각자 취향에 맞게 재료를 선택하기 때문에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나만의 루웨이’를 100~200NTD(약 4,000~8,000원) 선에서 맛볼 수 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타이베이의 구팅(古亭) 지역에 위치한 ‘우차차(Ooh Cha Cha)’에서는 비건 버거를 만날 수 있다. 고기 패티 대신 팥으로 만든 패티를 넣은 비건 버거는 심지어 맛도 있어 다양한 국적의 채식주의자를 한곳에서 만나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쓴이 유미지
<코스모폴리탄> <M25> 등의 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썼다. 대만에서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이곳저곳에 글을 기고하며 디지털 노매드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