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책방
작가 실비아 플라스에 대하여
그 남자는 부인이 있었지만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여자 제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이혼하고 제자와 결혼했다. 무척 고집스러워 자신의 사인이 된 당뇨병은 치료 가능한 병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말기 폐암이라고 굳게 믿고 치료를 거부했다. 그가 죽을 때 여덟 살이었던 딸은 이후 이런 시를 쓰게 된다. “아빠의 살찐 검은 심장에 말뚝이 박혔어요/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조금도 아빠를 좋아하지 않아요/그들은 춤추면서 아빠를 짓밟고 있어요/그들은 그것이 아빠라는 걸 언제나 알고 있었어요/아빠, 아빠, 이 개자식, 이젠 끝났어”(‘아빠’ 중에서)
그 남자는 부인이 있었지만 바람이 났다. 그가 외도를 한 건 결혼한 지 겨우 6년 만이었다. 두 아이를 끌어안고 결연히 돌아선 부인은 이런 시를 쓴다. “만일 제가 한 남자를 죽였다면, 전 둘을 죽인 셈이에요. / 자기가 아빠라고 하며, 내 피를 / 일 년 동안 빨아 마신 흡혈귀,/ 아니, 사실은 칠 년이지만요. / 아빠, 이젠 누우셔도 돼요.”(‘아빠’ 중에서)
작가 실비아 플라스에게 이 두 남자의 존재는 무겁다. 아버지인 오토 플라스는 저명한 생물학 교수이자 땅벌 연구가였다. 그가 죽은 다음 해, 실비아는 아홉 살의 나이로 자살을 시도한다. 그리고 자살 시도는 평생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문학적 재능만큼이나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실비아는 여덟 살 때 <보스턴 헤럴드>지에 시를 발표한 이후 내내 뼛속까지 시인으로 살았다. 그림도 잘 그렸던 그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일찍부터 인정받았다. 대학에 입학할 때 벌써 400편이 넘는 시를 쓴 시인이었다. 그는 학업 면에서도 빛났다. 장학금을 받으며 스미스 여자대학에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에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실비아는 두 번째 남자, 테드 휴스를 만난다. 그 남자는 이미 천재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었고, 이후 엘리자베스 2세에게 계관시인 칭호를 받기도 했다. 둘은 각각 대학에 자리 잡고 강의하다가 창작에 방해가 된다며 학교를 그만둔다. 실비아는 1960년부터 62년까지 두 아이를 낳으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도 펼쳤다. 이때 첫 번째 시집 <거대한 조각상>이 출간됐고 자전적 소설 <벨 자>도 썼다.
그리고 남편의 외도와 싸움과 눈물이 있었다. 그가 남편을 떠난 해에는 10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로 모든 것이 온통 얼어붙어버렸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실비아는 아이들이 자고 일어나 먹을 간식을 차려두고, 아이들 방으로 가스가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테이프로 단단하게 막은 뒤 가스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고 자살했다. 서른 살이었다.
실비아가 죽은 뒤 그의 작품에 대한 권리는 모두 테드 휴스에게 넘어갔다. 그는 실비아가 쓴 일기 중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는 부분을 없애고, 유고 시집을 편집하면서 임의로 순서를 뒤섞었다. 그가 엮은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은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작가 사후에 출간된 시집이 퓰리처상을 수상한 것은 이 책이 유일무이하다. 이후 테드 휴스는 명성을 얻었다. ‘천재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살인자’로. 그가 바람을 피웠던 상대는 테드 휴스가 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자 딸과 함께 동반 자살했다. 실비아 플라스와 똑같은 방법이었다.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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