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데뷔 후 지금까지 20년을 '한은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던 그녀가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2년 전 <우먼센스>와 만났을 때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행보였다. 그녀의 선택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이름처럼 특색 있는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는 평소의 바람이 담긴 결정이었다. 부모님과 소속사, 절친한 사람들과 함께 오랫동안 고심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그녀는 '한다감'이 됐다.
개명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작품 선택에 늘 신중했던 그녀가 과감해졌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도 주저함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다감은 1월 중 방송되는 채널A 금토 드라마 <터치>에서 톱 여배우 '백지윤' 역을 맡아 시청자와 만난다. 화려함 속에 숨겨진 상처로 아슬아슬한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인데 그동안 맡아온 '차도녀' '까칠녀' 역할과는 조금 다르다. 그녀에겐 또 다른 도전인 셈이다.
변화는 또 있다. 1월 5일, 한 살 연상의 사업가와 1년간 열애 끝에 결혼을 한다. 여배우로, 싱글로, 화려하게 살아온 그녀에게 포근하고 따뜻한 울타리가 생긴 것이다. 가정을 꾸리고 새 삶을 시작하는 한다감. 새로 정한 이름만큼이나 다정다감한 그녀를 만났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촬영 날짜는 2019년 12월 12일이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어요. 일단 너무 설레요. 결혼 후 일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거잖아요. 제가 꾸릴 가정, 제 두 번째 삶이 기대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고 싶어요. 행복하게 잘 살게요.(웃음)
과거 인터뷰에서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었어요.
예전엔 결혼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거나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언젠가 '인생의 동반자로 친구같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남자를 만나면 해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뿐이었죠. 지금이 그때인가 봐요.(웃음)
예비 신랑 자랑 좀 해주세요.
결혼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그의 믿음직한 성품 때문이었어요. 제가 무언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다 알아서 해주죠. 한마디로 듬직해요. 만나면 만날수록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이 사람이라면 내 미래를 맡겨도 되겠다 싶었죠. 장점이 너무 많아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웃음) 하나만 꼽자면 '자상한 남자'입니다.
어떤 아내, 어떤 며느리,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막연하게나마 따뜻하고 기댈 수 있는 좋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역할에서든요.
남자친구의 듬직한 성품이 좋아서 결혼을 결심했어요. 만나면 만날수록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사람이라면 내 미래를 맡겨도 되겠다 싶었거든요. 장점이 너무 많아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요즘 일상은 어떤가요?
드라마 촬영하느라 바빠요. 집-촬영장-집-촬영장, 이런 스케줄이죠. 얼마 전부터 민화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서 좋아요. 특히 민화는 배우면 배울수록 매력적인 분야죠. 요즘엔 드라마 촬영 때문에 자주 그리지 못해 아쉬워요.
드라마 <터치>에선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요?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성공을 향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여자 '백지윤' 역을 맡았어요. 톱 여배우로서 우아하고 고혹적인 매력과 그 속에 감춰진 상처와 아픔을 표현해야 하죠. 이름을 바꾸고 하는 첫 드라마라 그런지 더 신경 쓰이고 기대가 많이 됩니다. 한은정으로 활동할 때보다 더 자유롭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배우로서는 어떤 한다감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신선하다는 이미지가 각인됐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배우이고 싶달까요.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으니까 한 해, 또 한 해 부족함을 채워나가며 나아지고 성숙해지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배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배우는 주어진 캐릭터를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전달해주는 사람이에요. 작가님이 써준 대본을, 피디님의 연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완벽하게 연기해내는 게 배우죠. 한마디로 전달자입니다. 저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운명이에요. 운명처럼 제게 왔고, 운명처럼 받아들였죠.
연기…. 왜 하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운명처럼 다가오기도 했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죠. 이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됐어요. 이제는 연기를 왜 하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캐릭터를 맡든 잘 소화하는 배우, 어떤 역할이든 믿고 맡기고 싶은 배우로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요. 궁극적으로는 주어진 캐릭터에 맞게, 진실하게 가슴으로 느껴질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기 활동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연기할 때 문득문득 가슴속에서 어떤 벽에 부딪힐 때가 있어요. 작가님이나 감독님의 의도가 잘 이해가 안 된다든지, 스스로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할 때는 너무 힘들죠. 연기하면서도 '이게 아닌데'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스트레스는 연기하면서 풀어야 해요. 한계를 극복해내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죠. 결국 해내고 나면 기분이 좋거든요. 연기 앞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진실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No!' 입니다. 거짓으로 하는 연기는 결국 들통나기 마련이거든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연기가 통한다는 걸 저도, 시청자도, 팬들도 다 알고 있죠.
배우는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열려 있어야 해요.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 경험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껴봐야 하죠. 시야도 넓어야 해요. 무엇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가장 중요한 건 순수한 영혼이죠.(웃음)
경력이 쌓일수록 고민은 더해지는 법이죠. 요즘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배우뿐 아니라 일반적인 회사원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실 거예요. 연차, 즉 경력이 쌓일수록 잘해야 한다는 고민요. 저도 해가 갈수록,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요. 더 세심하게 표현해 진짜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죠.
데뷔 후 쭉 연기만 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도전했어요. 이유가 있었나요?
처음 섭외 제안이 왔을 때는 두려운 마음이 컸어요. 연기와는 전혀 다른 분야잖아요. 드라마나 영화는 맡은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만 잘하면 되는데 예능은 저의 본모습을 전부 가감 없이 보여줘야 하거든요. '내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제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시청자와 가까워지려면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죠.
시크하고 도도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털털하고 '허당기'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예능에서 보이는 모습이 실제 저의 모습과 거의 똑같아요. 진짜 친한 지인들은 제 본래 성격이 더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죠. 틀에 박힌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몇몇 프로에선 요리 실력을 뽐내기도 했죠. 연기 외에도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으려면 재능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 늘 뭔가를 배워왔어요. 그런 의미에서 민화도 배우고 있고요. 특히 MC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프로그램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다양한 분야에 두루 어울릴 수 있도록 제 역량과 그릇을 키우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답니다.(웃음)
인기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어렸을 때는 인기에 대한 욕심이 꽤 많았어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인기보다는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커요. 인기는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거품 같은 거잖아요. 언젠가 인기의 허무함을 느끼고 나니까 이제는 인기보다는 실력에 집착하게 됐죠.
저는 제가 너무 좋아요. 긍정적이면서 쿨하지만 한편으론 여린 전형적인 여자 스타일인 성격이 좋거든요.
스스로를 예뻐하면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새해에는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요. 바쁘게 달려왔으니 잠시 여행을 떠나 힐링하고 싶어요.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매력은 뭐예요?(웃음)
나만 아는 나의 매력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장점은 모든 일에 긍정적이라는 거예요. 도전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진취적인 마인드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음…, 피부도 좋아요.(웃음) 여자로서, 여배우로서 피부는 생명이라고 생각해 꾸준히 관리하죠. 반대로 단점은 스트레스를 잘 이기지 못한다는 거예요. 어떤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그걸 이겨내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또 다른 장점은 부러운 몸매죠. 운동 관련 책과 DVD를 내기도 했어요.
PT를 꼭 해요. PT가 없는 날에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요. 전날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 날 가볍게 먹는 정도로 관리해요. 제 지론이 '먹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말고 운동을 열심히 하자'거든요. 오랫동안 쉬지 않고 운동하다 보니 어느 정도 다져진 몸매가 된 것뿐인데 많은 분이 부럽다고 해주셔서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하면서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긴 게 좋아요. 뭐든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달까요.
한다감은 한다감이 좋은가요?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제가 너무 좋아요. 긍정적이면서 쿨하지만 한편으론 여린 전형적인 여자 스타일인 성격도 좋고, 아무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직업도 좋죠. 무엇보다 스스로를 예뻐하면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누구보다 저를 예뻐하죠. (웃음)
2020년은 한다감에게 굉장한 변화의 해가 될 것 같아요. 새해 버킷리스트는 뭔가요?
새해에는 한 달 정도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요. 여행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바쁘게 달려왔으니 잠시 여행을 떠나 힐링하고 싶어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따뜻하다. 우리가 아는 시크하고 도도한 여자 '한은정'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튼 올해는 그녀의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