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의 관광 명소는 정해져 있다. 어부의 요새, 부다 왕궁, 갤레르트 온천, 자유의 다리…. 네이버 ‘초록창’을 띄워 검색해보면 꼭 들러야 할 장소와 동선까지 짚어주는 열성 블로거가 허다하다. 나의 집은 앞서 열거한 관광지들을 큰 원으로 모은 지점 안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자유의 다리는 등굣길이고, 부다 왕궁과 어부의 요새는 매일 보는 풍경이며, 갤레르트 언덕은 한강을 대신하는 조깅 코스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이곳 부다페스트를 떠났을 때, 과연 이 풍경과 이 도시를 그리워하게 될까? 그러려면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 도시 곳곳에 숨겨진 신비들에 대해서 말이다.
부다페스트의 풍경은 한마디로 ‘샐러드 볼’ 같다. 한 많은 식민지의 역사를 지닌 헝가리답게 어떤 구역은 프랑스식, 어떤 구역은 터키식 혹은 동독식으로 건축 양식이 혼재돼 있다. 그러나 도서관만큼은 ‘헝가리스러움’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보 에르빈 도서관(Szabo Ervin Library)과 부다페스트 대학 도서관은 유럽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특히 부다페스트 대학 도서관은 1800년대에 지은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마치 과거로 순간 이동을 한 듯한 느낌이다.
부다페스트 시 청사에도 도서관이 있다. 이곳 역시 매우 아름답고 유명하니, 부다페스트를 찾은 여행객이라면 도서관 한편에 자리 잡고 앉아 헝가리 건축의 고풍스러움을 누리며 여유를 부려보자. 도서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관광객은 1,000HUF(약 4,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낸다.
헝가리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실험적인 공연을 펼치는 곳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곳은 바르케르트 바자르(Varkert Bazar)다. 진짜 부다페스트를 알고 싶다면 이곳에서 현대무용, 연극, 사진전, 미디어 아트 등을 감상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아트 센터가 다루는 분야는 다양한 동시에 트렌디하다. 나 역시 이곳의 SNS를 팔로하고 매일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 체크할 정도다.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카페는 단연 ‘뉴욕 카페’다. 내부의 아름다운 장식과 역사적 전통으로 인해 늘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부다페스트엔 오래된 전통을 지닌 훌륭한 카페가 많다. 품격 있는 디저트와 나이 지긋하고 능숙하고 세련된 서버와 함께 피아니스트가 직접 라이브 연주를 해주는 곳에 앉아 티 한잔을 즐기는 것은 부타페스트에서 꼭 해야 할 경험이다. ‘센트럴(Central)’과 ‘카베하즈(Kavehaz)’는 꾸밈없이 가장 헝가리스러운 멋과 맛을 느낄 수 있어 부다페스트를 찾는 지인들에게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곳이다.
글쓴이 최미미
광고 회사의 기획 작가로 일하다 문득 평론가의 길을 걷고 싶어 모든 것을 접고 베를린을 거쳐 부다페스트에서 유학 중이다. 취미는 갤러리 탐방과 흥미로운 상점을 발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