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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난리난 8초짜리 레깅스 몰카 판결 논란

레깅스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것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8초짜리 영상 하나로 불거진 한 사건의 판결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On December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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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전말은 이렇다. 남성 A씨는 지난해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여성 B씨가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뒷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약 8초가량 B씨의 하반신을 촬영했다. A씨는 1심에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진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2심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서 있는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 몰래 촬영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통상적으로 사람의 시야에 비치는 부분을 촬영했다는 점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되는 데다 '스키니 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 △피해자의 진술이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무죄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두 가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 1 레깅스는 일상복이다?

재판부는 '레깅스 몰카'를 특정 신체 부위나 노출 부위가 아닌 일상복을 촬영한 영상이라 판단했다. 레깅스는 신축성 있는 소재의 운동복으로, 몸매가 다소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편하게 입을 수 있어 많은 여성이 일상생활에서도 착용 중이다. 레깅스를 일상복의 범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선 여성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타난다. "중요 신체 부위가 도드라지는 것이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과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레깅스 차림에 예민하게 군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그러나 설령 레깅스를 일상복이라 치더라도 과연 일상복을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을까? 정장 혹은 롱 패딩을 입은 뒷모습을 촬영하는 것도 죄가 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초상권 침해로 민사 처벌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일상복을 입은 뒷모습 촬영을 성범죄로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논란 2 불쾌감이 성적 수치심은 아니다?

두 번째 논란은 성적 수치심의 유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를 보면 카메라나 유사 기능을 갖춘 기계로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말이다. 단, 이 조항엔 전제가 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를 찍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사건의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수 없고, 레깅스 입은 뒷모습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B씨는 진술을 통해 "기분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 왜 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진술에서 불쾌감 이상의 감정을 찾지 못한 것이다. 피해자가 항의해 피고인이 검거된 것 자체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방증은 아닌지, 성적 수치심 유무를 판단하는 재판부의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 발은 유죄? 레깅스는 무죄?

    올해 초, 친구의 '발'만 집중적으로 촬영한 남성 C씨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현재 대학생이 된 C씨는 고등학교 시절 무음 카메라를 이용해 여학생 6명의 발 부위를 364차례 촬영해 해외 성인 사이트에 사진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C씨 역시 "여성의 발은 객관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타인의 신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일상생활 공간에서 찍혔고, 신체 노출이 거의 없는 발이지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결했다.

  • '몰카 캡처' 첨부한 재판부

    '레깅스 몰카' 사건의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뒤 판결문 중간에 영상 속 한 장면을 캡처해 첨부했다. 공소 사실과 함께 해당 영상 속 여성의 뒷모습이 본문에 실렸는데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이 사진에는 피해 여성의 뒷모습 전신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의정부지법이 공식 누리집에 공개한 판결문에는 해당 사진이 빠져 있지만 피고인에게 송부된 원본엔 사진이 포함됐으며, 이는 다른 판사들도 내부 열람 시스템을 활용해 검색해 볼 수 있어 새로운 논란이 예고됐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취재
김두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12월호
2019년 12월호
에디터
김지은
취재
김두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