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행복
방송인 겸 여행 작가 손미나
KBS 아나운서에서 여행 작가로 전향한 손미나는 지난여름 북중미 코스타리카로 '한 달 살기'를 다녀왔다. "우리는 성공 지향적인 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이룬 건 많지만 행복 지수가 무척 낮은 나라이기도 하고요. 이에 반해 대한민국보다 GDP(국내총생산)도 낮고 면적도 작은 코스타리카가 왜 행복 순위는 최고로 꼽히는지 비결을 알고 싶었어요."
'진짜 행복'을 찾아서
코스타리카는 니카라과와 파나마 사이에 위치한 중미의 작은 나라로 영국 신경제재단이 선정하는 '행복 지수(HPI)' 세계 1위를 세 번이나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선 그리 친근한 국가가 아니지만, 서양인들에게 코스타리카는 늘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중 상위권에 꼽힌다. 아직 한국에서 코스타리카로 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미국의 LA나 애틀랜타, 멕시코를 통해 1회 이상의 경유가 필요하다. 인천국제공항 기준 최소 비행시간은 19시간 이상이다.
숙소는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해 예약했다. 대부분 혼자 지내기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미니멀한 공간으로 집 전체를 빌렸다. 코스타리카의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 항공료를 제외하고는 절약하려면 충분히 적은 비용으로도 장기간 체류할 수 있다.
"유료 액티비티나 차를 렌트하지 않으면 생활비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교통은 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싱싱한 과일과 채소도 비싸지 않은 편이라 직접 요리를 해 먹는다면 식비도 줄일 수 있어요. 한국의 한 달 생활비로도 충분히 코스타리카 '한 달 살기'가 가능하죠."
스페인어로 '풍요로운 해안'이라는 뜻의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25%가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나라로,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 그대로의 밀림이 펼쳐진 지상낙원이다. 전 세계 동식물 종의 4%가 서식하고 있고, 해변에 앉아 있으면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고래 떼도 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매일 눈앞에 펼쳐졌어요. 새소리에 잠을 깨고 원숭이, 나무늘보, 너구리 등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야생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거든요. 요가나 서핑을 즐기기에도 좋아요. 흔히 코스타리카를 서핑 비기너들의 천국이라 부르더라고요. 서핑을 배우기 좋은 일정하고 적당한 '착한 파도'가 있거든요."
코스타리카의 진짜 매력은 '사람'이다. 군대도 없는 중립국이라 국민들은 긴장감과 경계심 대신 온화함과 상냥함을 선사한다. 자연경관에 매료돼 코스타리카를 찾은 여행자들도 여행 후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순수함과 순박함을 최고의 만족도로 꼽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덕분이다.
코스타리카에 푹 빠진 손 작가는 계획보다 한 달을 더 머물러 결국 코스타리카에서 두 달을 보냈다.
코스타리카에서 얻은 것
그녀는 그곳에서 '행복'의 정체를 알게 됐다.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평화로운 코스타리카에도 분명 불만스럽게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고, 복잡한 서울에서도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이 있잖아요. 결국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어디까지 무엇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자연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손 작가는 내년 초, 호주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이다.
"따뜻한 나라에 머물다 올까 해요.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중인데, 요가와 다이빙 둘 다 즐길 수 있는 나라로 호주가 좋겠더라고요. 아예 요가원 옆에 숙소를 잡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다이빙을 다녀오려고요."
'행복'을 찾아 떠난 곳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돌아온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손미나's Tip
지역 선택 노하우
코스타리카의 경우 기본적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관광객이 많아 영어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한 달 살기'를 결정할 때 언어 문제로 지역을 제한하지 마세요. 대부분 관광객이 있다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해당 지역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성취감도 쏠쏠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