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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에 대해 물으신다면

적절한 단어와 정리된 문장으로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긍정적이며 솔직하다. 그는 이상적인 인터뷰이다.

On Septembe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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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의 첫인상은 '바르다.' 대화를 좀 하다 보면 '진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인터뷰가 끝날 때쯤엔 '와, 언변도 좋네' '사람 냄새 폴폴 풍기네' 하는 단계를 거친다. 평소 사색하는 시간을 즐기는 듯, 깊고 잔잔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로 컴백했다. 그동안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쌈, 마이웨이> 등에서 '로코 장인'임을 입증한 그가 영화 <사자>에서 웃음기를 뺀 격투기 챔피언 '용후' 역할을 맡아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사자>는 어느 날 용후의 손바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생기고,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 분)'와 함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 <곡성> <사바하>의 뒤를 이어 오컬트를 소재로 다뤘다. 박서준과 김주환 감독이 <청년경찰>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기획 단계부터 많은 얘기를 나누며 작업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로코킹? 제가 '킹'인가요?(웃음)

주연배우로서 영화를 본 소감은요?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 음악, 편집, CG 등 촬영하면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이 덧입혀져 신선했어요. 감독님 이하 스태프가 사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열심히 한 만큼 영화가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해요. 음악도 좋았어요.


많은 시나리오가 도착했을 텐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김 감독님과 영화 <청년경찰>(2017)에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어 신뢰가 됐어요. 저를 잘 아는 감독님이기에 제게서 끌어내고 싶었던 감정, 모습이 있으셨고요. 간혹 현장에서 제가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대요. 그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그런 것이 제가 원하는 것과 일맥상통했어요. 물론 시나리오도 신선했고요. 저는 역할을 선택할 때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에요.


김 감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세요. 그래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작업하죠. 현실적으로 촬영이 딜레이되면 제작비가 늘어나는데, 그런 부분을 철저하게 계산해 불필요한 컷은 찍지 않으세요. <청년경찰> 때도 그러셨어요. 제작자가 좋아하는 감독님이죠.(웃음) 그래서인지 연기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더 긴장이 돼요. 내 실수로 감독님이 맞춰둔 시간과 동선이 어긋나면 어쩌나, 하고요.


그간 했던 역할과는 조금 다르던데요? 진중한 역할이에요.
이전 작품들은 주로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이었죠. 이번엔 진중하고 강인한 모습을 연기해요. 제가 원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용후는 외로워 보이기도 했어요. 말수도 적을 것 같고요. 용후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본 건 아니지만 공감되는 점이 많았어요. 실제 모습요? 예능 <윤식당>에서 보여준 모습이 제 실제 모습과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요? 물론 연기할 때도 제가 지닌 어느 한 부분을 확장시켜 해요. 그래서 어느 작품이든 내 모습이 투영돼 있는 것 같긴 해요.


액션도 시도했어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초반에 격투기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몸만들기에 주력했어요. 몸을 만들 땐 운동보다는 먹는 게 중요해요.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운동하지 않으면 운동은 노동이나 마찬가지예요. 계획적으로 섭취하는 게 힘들었어요. 액션은 꾸준히 연습하는 게 정답이죠.


사실 '로코킹' 이미지가 강해요.
제가 '킹'인가요? 글쎄요.(웃음) 그동안 장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많이 하긴 했죠. 그 이미지를 깨고 싶어 진중한 역할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연기를 해야 제 개인적으로도 만족이 생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끌고 나가야 하는 역할이라 그 표현의 강도가 중요했어요. 저만 아는 미세한 차이랄까요? 저도 이제 작품 수가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모니터를 하지 않아도 내 얼굴이 어떻게 나왔을 것이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강도가 숙제였어요. 외국 스태프와 작업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시작이 반이죠. 조금씩 적응했어요. 현장에서 오는 묘한 공기와 긴장감을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현장에서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현장은 호흡과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요. 결국 현장에서 재미있으면 작품도 그 영향을 받게 되죠. 분위기는 유쾌하되 카메라 앵글 안에선 진지하게 임하는 스타일이에요. 설령 코미디가 강한 작품일지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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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배우요? 전혀! 자만하는 순간 도태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보완해야 할 점들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려고 노력해요.
개인적으로 '성실도' 면에서 스스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열심히는 하는 것 같아요.(웃음)

대선배인 안성기와 호흡을 맞췄어요.
엄청 긴장이 됐죠.(웃음) 극 중 신부님으로 출연하시는데, 캐스팅이되고 난 뒤 김 감독님이 결혼을 하셨어요. 성당에서 신부님이 주례를 보셨는데, 즉흥적으로 안성기 선배님의 모습과 오버랩되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좋은 인생 선배를 만났어요. 격투기 선수를 맡아 중간중간 운동이 필수였는데, 지방에서 촬영할 때 아침 일찍 피트니스 센터에 가면 안성기 선배님이 항상 저보다 먼저 뛰고 계시더라고요. 현장에선 대사 한 번 틀린 적이 없으시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어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특별 출연한 영화 <기생충>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절친 최우식과 호흡을 맞췄다.
사람들이 서로 연기 품앗이하냐고 하는데, 전혀 아니고요.(웃음) 저도 우식이가 <사자>에 출연할 줄 몰랐고, 우식이도 제가 <기생충>에 출연할지 몰랐어요. 각자 감독님과 만나서 출연을 결정한 거예요. 같이 작품 하는 걸 피하지도,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아요. 부담은 없었나요?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인물의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략 없이 보여줄 수 있잖아요.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즐기려고 했어요. 물론 결과에 대한 부담은 있습니다.(웃음)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기할 때는 어렵지 않았나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믿었어요. 그렇게 열어둔 채 연기했어요. 실제로 저는 가위에 잘 눌려요. 그래서 그 느낌을 알죠. 그뿐만 아니라 뉴스를 보면 '이게 말이 돼?' 하는 사건들이 현실에서 연일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가능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믿어야 관객들도 믿지 않겠습니까? '이 상황이 말이 돼?' 라는 고민보다 '그 상황에 던져진 용후는 어떤 감정일까?'가 제게 더 중요한 숙제였어요.


신에 대한 애증이 있는 묘한 감정을 연기했어요.
개인적으로 믿는 종교가 있었다면 연기하는 게 힘들었겠지만 저는 종교가 없어요. 종교에 대한 선입견도 없고요. 하지만 신은 있다고 믿어요. 종교적인 공간에서 촬영하면서 그 공간들이 주는 느낌이 신선했고, 어딘가 홀리는 듯한 묘한 감정도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이 "종교는 선입견 없이 다 체험해보는 게 좋다"는 말씀을 한 기억이 선명해요. 모든 종교가 장단점이 있고 추구하는 게 있으니 고정관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자라면서도 종교에 대해 선입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도 쉽게 선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모니터링을 했다고 들었어요.
주연배우는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이기도해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 가치관으로는 촬영 현장을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주연배우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저도 모든 게 서툴지만 노력하고 싶어요. 안성기 선배님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분위기와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배웠어요. 영화 찍는 내내 선배님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는 작품마다 결과가 다 좋았어요. 비결이 뭔가요?
저는 현장에서 즐거운 게 좋아요. 그 느낌이 결과로도 고스란히 넘어오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도 언론 배급 시사회가 끝난 뒤 호불호가 나뉘었지만, 생각해보면 호불호가 없는 영화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관객에게 신선한 소재의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어요.
이제는 둘 다 익숙해진 것 같아요. 영화와 드라마는 너무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죠.


본인이 '대세 배우'라는 의견에 동의하나요?
전혀! 자만하는 순간 도태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보완해야 할 점들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려고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성실도' 면에서 스스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열심히는 하는 것 같아요.(웃음)


다음 작품 계획은요?
올 하반기에는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로 찾아뵐 것 같아요. 영화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제가 해보고 싶고, 자신 있는 걸 선택하려 해요.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웃음)


해외에 진출할 생각은 없나요?
'진출'이라는 단어는 거창하고요. 국내 작품들이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건 사실이죠. 세계인들이 궁금증을 갖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기회의 장이 열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은 거죠. 생각해보면 데뷔 후 제게 주어진 많은 기회가 결국 기적 같은 일들이었어요.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 09월호
2019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