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달 칫솔 한 개 무게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지난 6월,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학에서 공동 연구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인당 일주일에 평균 약 2천 개 정도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한다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제조 당시부터 세안제 등 화장품에 포함된 미세 알갱이거나 합성섬유에서 배출되기도 한다. 또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면서 생성된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이 더 작은 입자로 쪼개지면 고래, 바닷새 등 해양 동물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다. 또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플랑크톤이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가 먹는 해산물로 옮겨지고,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되면서 결국 인류의 건강,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는 환경운동으로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 같은 썩지 않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포인트다. 우리는 하루에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무심코 테이크아웃한 커피 한 잔, 마트에서 장을 보며 고기나 채소를 살 때 비닐봉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각종 소포장 식재료는 온갖 비닐로 포장돼 있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비닐을 제공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98.2kg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생각해보면 에디터 역시 비닐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나 주방에서 늘 일회용 장갑을 달고 살았다. 매일 커피 한 잔, 일주일에 한두 번 배달 음식을 먹었으니 플라스틱 쓰레기의 비중도 높았다. '재활용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재활용 쓰레기 분류만은 열심히 했더랬다. 그런 생각에 경종을 울린 것은 전국 곳곳에 생긴 쓰레기 산에 대한 뉴스와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가정에서 배출한 플라스틱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폐기 처분되는 것을 보고 난 뒤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해양 동물의 사진 역시 인간의 이기심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 이후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장을 볼 때는 꼭 에코백을 챙기고 이제야 테이크아웃잔을 텀블러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빨대는 되도록 쓰지 않고, 물티슈 대신 손수건이나 걸레를 사용한다. 배달 음식을 시키는 대신 포장을 했고, 냄비를 가져간 적도 있다. 일부 상인들은 오히려 규격화된 포장을 편리해하고, 용기를 가져가면 난감해할 때도 있었다. 생활은 조금 불편해졌지만, 실천 후 마음은 조금 가벼워졌다.
범지구적인 노력으로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
서구권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시작됐다.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독일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식료품점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가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내 포장재 없는 가게의 시초 격인 이곳에서는 쌀, 콩, 잡곡부터 파스타 면, 과자 등의 식재료를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다.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직접 담아 갈 용기 역시 소비자가 챙겨 와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제로웨이스트샵 지구' '더피커' 등이 이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 6월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2020년부터 썩지 않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금지하며 미국 시애틀, 말리부 등에서는 플라스틱 식기류와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8월부터 커피 전문점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했고, 올해 4월부터는 전국 대형 마트와 백화점, 복합 쇼핑몰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을 중지했다. 또한 정부는 작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는 한편,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맥도날드와 네슬레는 2025년까지 100% 재활용·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만 쓰기로 했다. 코카콜라도 2030년까지 연간 1,100억 개를 생산하는 페트병의 재활용 재질 함량을 7%에서 50%까지 올리기로 했다. 국내 기업 CJ오쇼핑과 아모레퍼시픽은 종이 포장재로 제품을 배송한다. 포장용 비닐 테이프를 종이 재질로 변경하고 비닐 에어캡 대신 완충재나 친환경 종이 충전재를 사용한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하는 마켓 컬리는 탄소 소비량을 줄인 친환경 지퍼백을 도입했고, 헬로네이처는 재사용이 가능한 박스와 자연 성분으로 만든 팩을 사용한 '더그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재생 가능한 나무나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면 조각을 활용하는 '리서클 컬렉션'을 통해 컨셔스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3년 전 베를린 여행 중 오리기날 운페어팍트에 들른 적이 있다. 당시에는 환경보호가 조금 세련된 방식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 됐다. 필환경 시대가 시작되면서 '제로 웨이스트'를 앞세운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이것이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당장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배출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스스로 자각하면서 '레스 웨이스트(Less Waste)'부터 시작하는 개인의 의지가 필요한 때다.
초보 제로 웨이스터의 리유저블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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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얼쓰 대나무 숯칫솔
100% 생분해되는 대나무 칫솔대와 흡착과 항균력이 우수한 천연 숯을 함유한 칫솔모를 사용했다. 2천9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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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버블 유기농 소프넛
친환경 세제 열매로 물과 만나면 사포닌류의 천연 계면활성 성분이 녹아 나온다. 소프넛만으로 세탁과 섬유유연제를 대체할 수 있고, 주방세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500g 1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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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스트로
유리 소재의 재사용 빨대로 6개가 1세트. Ø0.8 X H19cm 3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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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나무 천연 수세미
베트남에서 재배된 천연 수세미로 만들었다. 화학물질,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천연 제품으로 사용 전 물에 충분히 적시면 섬유가 팽창해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다. 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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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모스 JDE-600KC 콜드컵
진공 단열 스테인리스 소재로 보온·보냉력이 탁월하다. 600ml 용량으로 넉넉하며 아이스 음료를 담아도 결로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다. 2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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솝퓨리 안티로스 샴푸바
플라스틱 용기 없이 사용하는 약산성 샴푸바. 두피에 최적화된 pH 밸런스로 케어해 자극을 줄이고 약해지기 쉬운 두피를 건강하게 가꿔준다. 장미와 아이리스, 머스크가 블렌딩된 매력적인 로즈 부케 향을 담았다. 100g 1만8천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