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성 확보·정책적 사안과 맞물려 검토”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적 사안과 맞물린 부분이 존재하고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의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어서 ‘여전히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공동주택과 공동주택운용팀 관계자는 “재건축을 요청한 단지들이 대규모 단지이기도 하고 주변의 인프라 구축과 시설과 관련해 부족한 부분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심의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 서울시와 국토부가 정책적으로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존재한다. 보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의 입주민 A씨는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녹슨 물이 나온다. 아파트의 핵심 배관을 교체해야 한다. 집집마다 일부 배관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거의 2년 가까이 검토하고 있는데 애가 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아파트 복도에서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떨어진 모습을 본 적이 있다. 40년이 넘은 아파트라서 어디에 금이 간 것 같은데 지나다닐 때 혹시나 천장에서 뭔가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잠실5단지에 거주하는 C씨는 “지난 2017년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잠실5단지가 관광특구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재건축 인허가를 간소화해준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이 약속을 믿었는데 실질적으로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고 계속 늦어져서 불만이다”라고 말했다.
두 아파트는 1970년대 지어진 아파트로 은마아파트는 1979년 입주를 시작했고 23만 7,900㎡, 28개동 14층에 총 4,918가구가 살고 있다. 잠실5단지아파트는 1977년 입주해 35만 3,988㎡, 30개동 15층에 총 3,93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강남구청 재건축사업과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입안권자는 강남구청장이고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울시장이 최종 승인하게 된다. 서류와 관련해 수정·보완 사항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재건축추진위원회에 전달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청 주거사업과 재건축팀 관계자는 “잠실5단지 재건축을 위해 서울시에서 요구하는 모든 자료를 만들어서 제출한 상태다. 아파트 한 동을 남겨 박물관을 만들라고 했던 요구 사항을 비롯해 여러 설계를 요구대로 반영해 제출했다. 재건축 인허가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의 생각은?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에 거주 환경이 더 좋아지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서울시의 재건축 승인은 당분간은 어렵고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집값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리스크 때문에 주민들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 불편이 있는 부분을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승인해줄지 입장이 좁혀지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해 당분간 승인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노후 지역을 개발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 측면에서도 순기능 효과가 있다. 그리고 안전 문제와 직결된 부분이 있어 서울시에서 관련 재건축 조합과 좀 더 적극적으로 조율해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환석 KEB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서울시가 단순히 집값 상승 우려만으로 승인을 미룬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주거지역의 경우에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용적률은 동일한데 고층으로 갈 경우에 희소성이 생겨서 분양가가 높아질 확률이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재건축 승인을 늦게 하는 부분은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을 우려하는 측면과 연관이 있다. 그러나 재건축을 승인하면 오히려 집값이 안정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안정된다’는 원칙은 이미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재건축을 오히려 장려한다. 서울시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건축을 승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