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성 잡지는 18세기에 여성들만의 목소리를 담아낼 매체가 필요해 탄생됐으므로 사회적·정치적 이슈들도 자연스럽게 다루는 것이 전통이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여성 잡지들과 인터뷰를 자주 하면서 여성 투표자들의 마음을 얻기도 했다.
이런 진취적 여성 잡지들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최근 태어난 잡지가 하나 있는데, 바로 <시네 마담(Sinet Madame)>이다. 잡지로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시네(Catherine Sinet)가 직접 만든 독립 여성 잡지다. 카트린 시네는 “여자들의 사고방식과 주관이 어떤 것인지 남녀 모두에게 알리고자 창간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잡지 산업 자체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오랫동안 <엘르>지에서 일하다 그만둔 로렌 바스티드(Lauren Bastide)는 “처음에는 정치, 여성 인권, 여성 예술가들에 대한 기사도 많이 다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내 기사를 검토하고 평하는 사람이 편집국장에서 마케팅 담당자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는 광고주가 직접 전화를 해 기사 내용에 대해 참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다양한 잡지들이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디지털 미디어의 활성화다. 프랑스 여성 잡지 판매량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팜 악튀엘>은 소셜 미디어용 짧은 영상(테스터 영상, 인터뷰 영상 등)을 제작하면서 젊은 독자층을 유혹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특별 박람회나 축제를 주최하는 것이다. <보그>가 주최하는 ‘<보그> 익스피리언스’나 <마리 프랑스>가 주최하는 ‘포지티브 데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독자들이 직접 참가할 수 있는 아틀리에를 열고 상품 소개 및 시사회를 진행한다.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퍼져나가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독립 여성 잡지들이 생겨나는 추세다.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코제트(Causette)>는 순전히 잡지 판매액으로만 운영된다. 패션, 요리, 다이어트 비법, 뷰티 등으로 여성 매체의 콘텐츠가 한정되는 것을 비판한다. 사회 문제와 여성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논하고자 하는 것이 <코제트>의 목적이다.
이러한 위기에서 기회를 보는 여성들도 있다. 프랑스 <그라치아>를 설립한 이슬 윌리엄스(Yseult Williams)는 이런 시기일수록 좋은 콘텐츠의 여성 잡지가 탄생할 것이라고 본다. 그녀는 프랑스 여성 독자들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깊다. “프랑스 여자들은 여성 잡지만 읽는 게 아니고 시사지, 전문지 등도 읽는다. 여자들이 다방면에 관심이 더 많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여성 독자가 많을수록 프랑스 여성 잡지는 새로운 미디어로 번창할 것이라는 게 그녀의 믿음이다.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 중인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