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에 잡지 모델로 데뷔해 각종 드라마에서 활약하다 올리브TV <테이스티 로드>, MBC <진짜 사나이>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성은은 육아 중인 엄마들의 워너비다. 지난 2008년 국가대표 축구 선수 정조국과 백년가약을 맺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그녀는 육아면 육아, 내조면 내조, 커리어면 커리어, 게다가 미모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스마트한 요즘 엄마이기 때문이다.
"저희 동네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어요. 아기자기한 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이렇게 예쁜 곳이 있다니 놀라워요. 어제 일기예보에서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햇볕이 쨍쨍해 기분이 좋았어요."
촬영은 용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긍정 여사' 김성은은 "우리 동네에 오신 걸 환영해요~"라며 밝은 미소를 머금고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변을 밝히는 환한 미소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제가 털털한 편이라 시원시원하게 웃는데 그 모습을 예쁘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그래서인지 저를 편안하게 느끼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조금만 노력하면 닮을 수 있는 옆집 언니처럼 생각해주시는 것 아닐까요?"
실제로 김성은의 SNS를 들여다보면 친근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트렌디한 룩으로 주목받는 그녀가 입은 옷, 사용한 화장품 등이 무엇인지 묻는 이들이 상당한데 이에 답변을 해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재미있는 것이 많아요. 소통하는 것도 즐겁고, 피드를 보면서 트렌드를 캐치하기도 하고요. 사실 제 스스로 패셔니스타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제가 입은 옷에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감사해요."
그녀에게 스타일리시한 룩을 연출할 수 있는 팁을 물었다. 그러자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게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 옷장 속에 트렌디한 아이템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10년 전에 산 옷도 가득한데, 이런 아이템들을 믹스매치하는 걸 즐겨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예뻐 보여야 한다는 점이에요. 저도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는데, 그 부분을 커버하는 스타일링을 하려고 해요. 자신의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아니까요."
부러워할 몸매의 소유자이지만 과거엔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했다는 그녀다. 항상 다이어트에 힘을 쏟아왔는데 오히려 출산 후에는 육아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됐다고.
"임신했을 때 9~10kg 정도 쪘어요. 입덧이 심해 입맛이 없었는데, 신랑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한몫했어요. 신랑이랑 가까이 있었다면 야식이라도 시켜 먹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자연스럽게 바른 생활을 해서 결혼 전보다 지금이 더 건강해요."
김성은의 남편 정조국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 출신으로 FC서울, 프랑스 AJ 오세르·AS 낭시, 광주FC를 거쳐 현재 강원FC에서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남편이 숙소 생활을 하는 축구 선수다 보니 결혼 기간 절반 이상은 떨어져 지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신혼이나 마찬가지예요. 주변 친구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면서 부러워하는데 요즘엔 외로운 순간들이 있어요. 결혼하고 10년이 지나니까 적응될 만도 한데 그렇더군요. 신랑이 집에 오는 날만 기다리기도 하고, '우리 가족은 언제쯤 다 같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외롭다는 생각만 하며 시간을 보내진 않는다. 한 가지 감정에 몰두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가 불만을 느끼면 남편, 아이도 모두 힘들어지니까요. 그저 제가 할 일을 하면서 지내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게 리프레시가 되기도 하고요. 제 나름대로 자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극복해요."
지난 2018년 말 tvN 예능 <따로 또 같이>에 함께 출연한 김성은·정조국 부부는 11년 차 부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달달한 모습으로 부러움을 자아낸 바 있다. 하지만 연애 초 정조국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고.
"연애 초에 남편을 보고 요즘 다시 만난 분들은 '어떻게 사람이 180도로 바뀌냐'며 놀라실 정도예요. 운동선수들은 오랫동안 케어받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기 관리 말고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결혼 10년 차가 되니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남편처럼 가정적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 때문에 남편이 바뀌었다며 농담을 하던 김성은은 정조국이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때마다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한단다.
"저는 불같은 사랑을 하는데 신랑은 천천히 달아오르는 사랑을 하는 편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변하는 남편 모습에서 행복을 느껴요. 예전보다 요즘 더 남편이 날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정조국은 부상당한 자신을 간호하는 김성은의 모습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술 후 회복 중인 자신을 간호하며 병실의 간호 침대에서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신혼 초에는 흑마늘도 직접 만들고, 복분자도 갈아 줬어요. 그런데 최고의 내조는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더군요. 마음이 복잡하면 성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으니까요. 가정일이나 육아를 제가 알아서 하니까 신랑은 저를 믿고 축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누구한테 의지하기 보다는 혼자 헤쳐나가는 편이거든요."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사는 것이 제 삶의 모토예요.
일할 땐 배우 김성은이라서, 가정에선 엄마 김성은이라서 행복해요.
물론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배우로서 영향력이 줄었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 사실이 불편하진 않아요.
육아나 내조 역시 제 삶의 일부니까요.
예전보다 사랑이 커진 남편
김성은은 27살에 결혼해 이듬해 첫아들 태하를 낳았다. 요즘 초산 연령이 30세를 넘어선 것을 봤을 때 상당히 이른 나이다. 어린 나이에 육아를 하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힘들다는 생각보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더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어린 나이에 첫아이를 낳았어요. 그런데 당시 저는 제가 어른인 줄 알았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이 그저 행복했죠. 오히려 둘째 윤하를 낳고 더 힘들었어요. 태하와 7살 터울의 딸이죠. 키워봤으니까 육아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아는데도 해야만 하는 것이 심적으로 지치더라고요. 체력이 약해지기도 했고요. 그리고 아이가 하나일 때와 둘일 때는 정말 달라요. 10배 정도 더 힘들다고 하면 될까요?"
이제 3살이 된 딸 윤하는 최근 혼자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자타 공인 '엄마 껌딱지'였던 윤하가 성장하는 것이 아쉽기도 한데 클수록 더 예뻐진다는 것이 김성은의 이야기다. 아들을 키울 때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
"윤하가 태어났을 때 아이가 못생겨서 우리 부부가 굉장히 놀랐는데 클수록 예뻐지고 있어요. 제가 남편에게 '자기'라고 하면 윤하도 저를 따라서 '자기'라고 하면서 애교를 부리는데 그런 모습이 굉장히 귀엽죠. 또 윤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개구쟁이예요. 제가 잠시 눈을 돌리고 있으면 '우당탕탕' 하며 사고를 치곤 하죠. 우리 부부는 서로 '누구를 닮은 거야?'라고 묻곤 해요. 남편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지금의 저를 닮은 것 같다고 해요."
반면 태하는 아빠처럼 축구 선수를 꿈꾸는 액티브한 아들이다. 또 모두가 늦잠을 자는 주말에 일찍 일어난 윤하가 엄마에게 달려들면 '엄마는 아직 자니까 오빠랑 놀자'고 할 줄 아는 의젓한 아들이기도 하다.
"태하는 제가 낳은 아들이지만 굉장히 멋져요. 예의가 바르고 밝고 순수해요. 슬슬 사춘기가 시작될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까진 아침에 일어나 '엄마, 저 한 번만 안아주세요'라고 말할 줄 아는 스위트한 아들이죠. 또 동생을 사랑하는 오빠이고요. 나이 차가 많이 나서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동생에게 '뽀뽀해줘'라며 사랑을 줘서 고마워요. 그럴 땐 아이 둘을 낳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른 나이에 데뷔해 배우로서 활약했던 그녀는 지난 10년간 육아와 내조를 하면서 '커리어'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며 보냈다.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긴 했지만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법했다.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배우로서 영향력이 줄었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화가 나거나 불편하진 않아요. 지금의 삶도 제 삶의 일부니까 즐겁게 살려고 해요. 육아나 내조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모든 일이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아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잖아요. 연기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며 우울해하는 것은 제 성격과 맞지 않기도 하고요. 그럴 시간에 또 다른 활동을 하는 게 효율적인 것 같아요."
기회가 닿는다면 진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 멜로 장르를 좋아해 영화 <노트북>을 인생작으로 꼽은 그녀는 최근 MBC 드라마 <봄밤>을 즐겨 보고 있단다. "제가 밝아 보여서 밝은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진지한 연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안판석 감독님이 그리는 감성적인 멜로드라마에 흠뻑 빠져 있어요. 하지만 연기를 오랫동안 쉬어서 어떤 역할이든 주어지면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김성은에게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냐고 묻자 "모든 순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할 땐 배우 김성은에, 가족들과 있을 땐 아내 혹은 엄마 김성은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가정에 있으면서 '나는 배우니까 연기를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거나 일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저는 모든 상황에 충실해요. 일할 땐 배우 김성은이라서 행복하고, 육아를 할 땐 엄마 김성은이어서 행복해요.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사는 것이 제 삶의 모토예요. 지금은 아이들에게 엄마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육아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제 커리어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때쯤엔 신랑도 은퇴하고 저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김성은은 올해 12월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이들 없이 부부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녀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을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녀만의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