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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은 액션 히어로

마동석은 하나의 장르다. 액션 히어로. 그 안에서 변주할 뿐이다. 머리 좋게, 소신 있게, 뚝심 있게.

On June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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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하다.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체를 앞으로 내민 채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자, 그 답을 드리려면 이 이야기부터 해야 해요. 제가 어릴 때…." 인터뷰 테이블에서 마주하고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그의 열정이 전해진다.

이 인터뷰는 그의 신작 영화 <악인전> 홍보를 위한 자리다. 그러고 보면 그는 화보 촬영이나 여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직업인으로서 마동석은 '스타'라기보다는 '영화인'에 가깝다.

범죄 액션 스릴러인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 살인마의 표적이 됐다가 살아난 조폭 우두머리와 나쁜 놈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가 함께 살인마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이 작품에서 극악무도한 조폭 '장동수' 역을 맡았다. '마블리'는 온데간데없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센 역할이에요.
극악무도한 놈이죠. 한번 폭력성이 발휘되면 '막장'으로 치닫는 인물이에요. 극 초반에 맨손으로 생니를 뽑아버리는 장면이 있어요. 영화는 2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예술이라 극강의 잔혹함을 빨리 보여주고 시작하길 바랐거든요. 구구절절 설명 없이도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이 돌길 바랐어요.


그간 정의로운 캐릭터를 주로 하지 않았나요?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액션을 좋아해요. 홍콩 배우 성룡처럼 말이죠. 그래도 늘 짜장면만 먹을 순 없잖아요. 게다가 전작이 <성난 황소>였어요. 너무 선한 캐릭터를 연기해 그 색깔을 빨리 걷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경찰과 조폭이 공조하는 스토리가 인상적이에요.
이원태 감독과는 평소 친분이 있었어요. 영화판에서 오다가다 만난 친한 형이죠.(웃음) 평소 형이 쓰는 소설도 좋아했는데, 어느 날 시나리오를 하나 주는 거예요. 읽어보니 신선하더라고요. 형사가 연쇄 살인마를 잡는 영화는 많았지만, 조폭과 손잡고 연쇄 살인마를 잡는 설정은 하이 콘셉트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또 액션이야?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모든 사람이 제가 나온 영화를 보거나, 혹은 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늘 갈증을 느끼는 액션과 드라마를 조합해 통쾌함을 주는 작품이라 선택했어요.


액션을 편애하는 이유가 있나요?
액션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한참 걸립니다.(웃음) 제가 그만큼 액션을 좋아해요. 액션 연기를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면에서 액션이 잘 살지 않고, 또 많이 다치거든요. 사실 전 액션 무비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액션을 삼켜버릴 정도의 세고 강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감정이입이 되고 액션도 더 좋아 보이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저 사람 여기서 죽으면 안 되는데…' 하고 감정이입이 되는 액션요. 액션을 위한 액션은 지양합니다.


직업관, 혹은 영화에 대한 소신도 궁금해요.
분명한 건 거창한 메시지를 위해 영화를 찍진 않아요. 오락·상업 영화는 그저 2시간 즐겁게 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몇 년에 한 번씩 심사숙고하고 엄청난 변화를 주며 다른 인물을 그려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예술적으로 훌륭한 배우도 있지만 저는 그런 그릇이 못 돼요. 제가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것을 살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겁니다. 물론 관객이 볼 때 그게 재미가 없으면 못 하겠죠. 왜냐면 영화는 관객이 없으면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요. 배우로서 제가 옳다고 여기며 추구하는 길로 나아가는 중이고, 아직까지는 응원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작 배우로 유명한데, 쉴 때는 뭘 하나요?
최근 오랜만에 3개월 정도 쉬었는데, 집에 있었어요. 술을 마시진 않으니 운동하고 지냈죠, 뭐. 미팅 있으면 나가고, 회사에도 가고, 그렇게 별거 없이 지내요.


액션 배우로는 독보적이에요.
저는 액션 영화를 하고 싶어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어요. 실베스터 스탤론의 전설적인 권투 영화 <록키>를 보고 자랐고, <록키>를 보며 꿈을 키웠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전했어요. 단역부터 시작해 조금씩 분량을 늘려갔고, 운 좋게도 좋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죠. 독보적이라…. 글쎄요. 아직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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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그는 늘 염두에 둔 생각인 듯 고민 없이 말했다.
"오래 잘 버틴 배우." 마동석은 이렇듯 단단하다.


액션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액션이 주는 통쾌함을 그리는 영화, 그러니까 영화를 다 보고 "아, 속 시원해!" 하는 영화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어요. 하고 있지만 늘 갈증이 납니다. 액션은 통쾌함과 시원함이 맛이잖아요. 물론 관객이 "마동석, 이젠 힘들어 뵈네!" 하는 순간 그만둬야죠. 60살까진 끄떡없을 것 같긴 한데, 이제 10년밖에 안 남았네요. 길지 않아요.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죠. 할 수 있는 한 계속 도전할 겁니다.


부상 소식을 접하기도 했는데, 몸은 괜찮나요?
성하지 않아요. 체중이 빠지면 지탱해주는 지지대가 없어 뼈가 덜그럭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러워요. 주먹질을 한 번 해도 욱신거리죠. 그래서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걸 얘기해봐야 누가 알겠어요?(웃음) 그럼에도 전 액션이 좋아요. 꿈을 위해 하는 거죠, 꿈.


액션에 대한 열망 때문에 회사도 꾸렸죠?
액션 영화를 찍고 싶어 한국에 와보니 액션 불모지더라고요. 액션 영화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제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죠. 흥행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죠. 제 장기를 살리고 싶은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재미있는 액션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작업을 해보자 싶었죠. 그 팀이 영화 창작 집단 '팀 고릴라'입니다. 현재 시나리오 작가, 웹툰 작가, 감독 등 30여 명의 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영화 <범죄도시>(2017) 역시 팀 고릴라의 기획 작품입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엔딩 크레디트에 '기획 마동석(팀 고릴라)'가 인상적이었어요.
(그가 휴대폰을 뒤적여 빼곡히 적힌 메모장을 보여줬다)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노트를 해놓은 지 한 10년이 됐어요. 예전에는 단역을 많이 했잖아요. 그 인물을 파고들면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식이죠. 그걸 메모하면서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간혹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기획을 뺏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기 시작한 거예요. 독수리 타법으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듀싱 일에 매력을 느꼈죠. 결국 다 '영화 일'이잖아요.


그 작업이 배우 마동석에겐 어떤 도움이 되나요?
한 작품이 끝나면 소비되는 느낌이 들어 후유증이 있어요. 한데 작품을 생산하는 작업을 하면 다시 에너지를 받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프로듀싱을 많이 하는 이유일 거예요.


<악인전>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보도를 접했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이 왔어요. 그쪽에서 제가 해온 작업에 관심이 많고, 안 봤을 거라 생각하는 영화도 다 찾아봤더라고요. 성사된다면 의미 있고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리메이크 작품은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80% 정도는 (흥행에) 실패합니다. 그 미묘한 문화의 뉘앙스를 잘 캐치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이상한 작품이 나오죠. 그만큼 리메이크는 어렵고 힘들어요. 우선은 내놓는 게 목표예요.


<악인전>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세션에 초청됐고, 이어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계약을 체결했다.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마동석에게 배우의 꿈을 심어준 <록키>(1976)의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끄는 발보아픽쳐스와 공동 제작하며 마동석은 공동 프로듀서 겸 주연배우로 활약한다는 점이다. <록키>를 보며 배우를 꿈꾼 그에겐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최근엔 마블의 새 히어로 영화 <더 이터널스>에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어요
(케빈 파이기가 제작에 참여하며 안젤리나 졸리가 이미 출연을 확정했다).

마블에서 출연 제의가 온 것도 맞고, 얘기를 나눈 것도 맞지만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조심스러워요. 배역이나 분량도 몰라요. 저 역시 마블이 어떤 공식 발표를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답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으니 영어 대사에 대한 부담은 없죠?
미국에서 트레이너 생활만 10년 이상 했어요. 뼈가 어떻고 근육이 어떻고, 구구절절 설명하다 보니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어요. 게다가 생활이 넉넉지 못해 멕시코 식당에서 설거지도 하고, 공사장에서 땅도 파는 등 닥치는 대로 일한 덕분에 미국 사회의 문화와 정서도 익숙한 편이고요.


이 정도면 마동석 전성시대 아닌가요?
전성시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세금 잘 냈다고 '모범 납세자상'을 받아서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그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잖아요? 이런 것 좀 기사에 꼭 써주세요.(웃음) 지금 제게 좋은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업되지 않아요. 물론 나쁜 일이 있어도 다운되는 건 아니죠. 풍파를 많이 겪어 그런지 무엇에도 크게 휘말리지 않는 편이거든요.


인터뷰 말미에 흔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그는 늘 염두에 둔 생각인 듯 고민 없이 말했다. "오래 잘 버틴 배우." 마동석은 이렇듯 단단하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주)키위미디어그룹
2019년 06월호
2019년 06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주)키위미디어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