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경기 안산시 한 교회 앞에서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1학년 8세 여아를 교회 안 화장실로 납치해 강간, 상해를 입힌 조두순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로 손꼽힌다. 조두순(68세)은 당시 음주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해 15년 형에서 3년이 감형돼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의 형량이 감형됐다는 사실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성폭행범의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이후 두 번의 법 개정을 통해 성범죄를 비롯한 범죄에 주취가 심신미약으로 적용되지 않게 하는 변화가 일어났지만 아직까지도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동안 ‘조두순 출소 반대’에 대한 청와대 국민 청원이 두 번에 걸쳐 제기됐고, 6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 수석은 2017년 “조두순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현행법상 일사부재리(판결이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 원칙 때문에 추후 형량을 가중한다거나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조두순이 재범 위험군에 속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미 2017년 경북북부제1교도소에서 100시간, 2018년 포항교도소에서 300시간의 심리 치료를 마쳤지만, 여전히 재범 가능성이 높아 법무부에서는 추가로 100시간의 심리 치료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조두순을 조사했던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MBC 라디오 표준FM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그는 타인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타입인 것으로 기억난다. 당시 자신의 행동을 끝없이 합리화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재범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높였다. 그러던 중 ‘나영이’로 불리는 피해자의 심경이 전해졌다. 피해자의 주치의였던 신의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 방송에서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나영이’는 그가 출소해 자신을 알아보고 해치면 어떻게 하느냐는 불안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고,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에 대한 논란은 가중됐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아동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이 없기 때문에 출소 후 피해 아동이 거주 중인 지역에 거주해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재가 없어 보복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켜졌다. 전자발찌 추적은 범인을 검거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재범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근본적으로 범죄자와 피해자를 격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조두순법 ‘미성년자 성범죄자 밀착 관리’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자 ‘제2, 제3의 조두순’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지난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조두순법’이 1년 1개월 만인 3월 28일 국회를 통과해 4월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 가장 큰 특징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범죄자는 출소 후 보호관찰관이 24시간 동안 이동 경로 추적 및 행동 관찰, 생활 실태를 점검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자 1명당 보호관찰관 1명이 지정돼 전담하고, 음란물 소지 여부를 체크한다. 성범죄자는 아동 시설 접근이 금지되며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상자로 지정되면 최소 6개월간 전담 보호관찰을 받는데, 대상자는 범죄 전력 및 정신 병력 등을 분석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자를 우선으로 한다. 현재 전자발찌 대상자 3,065명 중 5명이 고위험 대상자로 선별돼 일대일 보호관찰 실시 여부 심의를 앞두고 있다고. 해당 법이 즉시 시행되면서 조두순도 출소 후 보호관찰을 받는다.
성범죄자 행동 치료 제도 필요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일대일로 전담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서 재범 방지를 위해 시행된 전자발찌 착용의 경우 관리 인력 1명이 331명의 대상자를 감시하는 탓에 전자발찌가 훼손돼도 알아채지 못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아동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높은데, 관찰관 1명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을지, 최소 기간인 6개월 밀착 감시가 끝난 후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은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 성범죄자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효과가 사라지는 화학적 거세나 성호르몬 분비 억제 대신 행동 치료 요법이 필요하다는 것. 이 경우 치료 기간이 길고 그에 따른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성 맹수법’, 재범 가능 시 치료 조치
관련법이 가장 구체적인 곳은 미국이다. 아동 성범죄자들은 일명 ‘성 맹수법(Sexual Predator Law)’을 적용받는다. 고위험 성범죄자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있다면 형기를 마쳐도 치료감호 시설에 보내져 보호 및 감금 치료 등을 통해 재범 가능성이 없어지고 나서 사회로 나갈 수 있다. 주거지 제한 처분을 받은 경우 채팅을 통한 성매매를 막기 위해 인터넷 사용도 제한된다. 또 성범죄자를 표시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성범죄자 등록 및 고지 프로그램에 따라 성범죄자 거주지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여권에도 별도 표시가 있어 해외여행 시 방문국에서 어떤 사람이 입국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중국과 이란에서는 14세 이하 어린이와 성관계를 맺은 것이 적발되면 사형에 처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맨은 공개 처형을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성범죄자를 총살한다.
유럽에서는 징역형이나 거세 방식이 다수다. 스위스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은 무조건 종신형에 처하고, 프랑스에서는 최소 징역 20년의 처벌을 받고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체코와 독일에서는 물리적 거세를 한다. 독일의 경우 의무 신고 제도를 도입해 성범죄자가 정기적으로 거주지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들의 재범을 우려해 DNA를 데이터베이스화해두고 있다.
‘조두순법’, 아동 성범죄 재범 막을 수 있을까?
4월 16일부터 시행된 조두순법은 재범이 우려되는 성범죄자를 일대일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법은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4월 3일부터 11일까지 9일간 <우먼센스> 독자 362명이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