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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스쿨미투

지난 한 해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단어는 ‘스쿨미투’였다. 2018년 4월 용화여고 졸업생 및 재학생들의 미투로 시작된 스쿨미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On January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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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은 미투 열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법조·문단·연극·연예계 등에서 연일 폭로가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4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접착식 메모지로 창문에 이런 문구를 붙였다.

#ME TOO #WITH YOU #WE CAN DO ANYTHING.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고교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성폭력은 가슴 및 엉덩이 부위를 툭툭 치는 행위, 교복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꼬집는 행위, 볼을 깨물거나 입술 및 볼에 키스하는 행위, 포옹이나 팔을 쓰다듬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이 있었다. 용화여고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학생 대상 성폭력에 연루된 교사 18명을 징계하기로 했다. 징계 수준은 파면과 해임, 기간제 교사 계약 해지, 정직, 견책, 경고 등으로 나뉘었다.

이는 중고등학생들이 학교 내 성폭력 및 여성 혐오를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전국 각지에 있는 69개 학교에서 스쿨미투 운동이 일어났고, 가해 교사들은 징계받거나 학교를 떠났다.
 

대전, 수행평가로 성희롱한 교사

2018년 9월엔 대전에서 스쿨미투가 이어졌다. SNS에 제보된 내용을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라든가, 여성의 신체를 칠판에 그려놓고 특정 부위를 강조하며 “남자들은 여자의 여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너희 얼굴만 보고도 몇 kg인지 맞힐 수 있다” “얼굴이 예쁘니까 봐주겠다” 등의 발언은 놀랍지 않을 정도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자 대전광역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명·무기명 설문조사 및 일부 교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1일 강제 추행 시도, 수업 중 부적절한 성적 표현 및 성차별적 언행 등을 이유로 11명에게 징계를 요구하고 그중 5명은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던 중 경찰 조사를 받던 교사 A씨가 지난 12월 11일 대전 유성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9층에서 교사의 상의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그가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투신 직전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여자 기숙사 뒤진 남자 사감

대전 스쿨미투로 학생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울산에서도 스쿨미투 운동이 시작됐다. SNS를 통한 제보 글에 따르면 울산의 B학교가 교내 성희롱 사건을 쉬쉬하며 사과 한마디 없이 마무리 지었다는 것. 폭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2018년 7월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희롱하고 몰카 촬영까지 한 사건이 있었는데, 교사와 학교 측의 2차 가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위원회의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교무실에 찾아간 피해 학생들을 향해 전 교장이 “여학생 여럿이서 남학생 한 명을 몰아가면 어떡하냐. 너희가 포용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지난 2017년에는 남자 기숙사 사감이 여학생 기숙사 방에 들어와 속옷 통을 뒤지는 일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여학생들의 침대 위에 앉아 빨래 통을 바닥에 엎는가 하면 옷장을 열라고 한 뒤 구경하면서 “너희가 옷장을 열었으니 나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남자 선생님의 여학생 기숙사 검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주일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그런가 하면 지난 2016년엔 학교 측이 교칙상 금지된 휴대전화 소지 여부를 검사하겠다며 금속 탐지기를 사용해 여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하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남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래지어 호크 부위에서 금속 탐지기가 울렸고, 일부 학생들은 수치심과 공포심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는 것. 학생들은 지난 11월 21일 해당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학내 복도에 붙였는데, 10분도 되기 전에 학교 측에서 철거했다고 덧붙였다.

파문이 확산되자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지난 11월 29일 노옥희 울산광역시교육청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성폭력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교직원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징계 절차를 밟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만약 학교 성폭력 사안을 고의로 축소·은폐하거나 피해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하면 특별감사 등 행정 조치를 받게 된다. 또 교육청 홈페이지에 스쿨미투 온라인 신고센터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피해자는 가해자와 즉각 분리돼 전문기관 상담이나 의료 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성희롱·성폭력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학교별로 성교육 담당 교사를 지정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스쿨미투에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서울에서도 스쿨미투가 이어졌다. 지난 12월 6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교사의 성희롱을 못 견디겠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12월 4일 ‘성희롱 가해 교사들의 사과 및 처벌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 곳곳에 붙였다. 학교 측은 직원을 동원해 대자보를 철거했고, 학생들은 다음 날 다시 대자보를 붙였지만 이 역시 제거됐다. 대자보에 따르면 해당 학교 교사들은 평소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적으로 희롱하는 일이 잦았다. “너희는 ○○여고 학생이니까 정신대 가야 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에게 은밀하게 와라. 윙크라도 하면 내가 사주지. 나 돈 많아” 등의 발언이 있었다.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자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너희가 예민해 잘못 들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등의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근 여고, 여상, 여중에서도 스쿨미투 운동이 진행된 바 있다. 세 학교는 모두 한 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모 교사는 한 학생에게 “너도 우유 나오게 해줄까?”라고 임신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스쿨미투의 불씨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학생의 날인 지난 11월 3일엔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스쿨미투 집회가 열렸다. 중고등학교 여학생 모임 등 30여 개 단체는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주제로 집회를 열고 학내 성폭력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은 성희롱, 성차별이 적힌 칠판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집회 후 서울특별시교육청까지 행진해 정문 앞에 ‘#With You’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해산했다. 지난 11월 18일엔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검은 옷에 마스크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여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남학생들과 학부모, 교사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 조사, 규제와 처벌 강화, 사립학교법과 학생인권법 개정을 요구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스쿨미투가 제보된 65개 학교 중 전수조사를 시행한 학교는 27개에 불과하다. 일부 사립학교는 교사 징계 권고도 수용하지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여전히 한곳에 있다는 의미다. 여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다. 이제라도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현실적인 해결책 있나?

아직은 학내 성폭력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국가 차원의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학내 성폭력 핫라인 신고센터 마련,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내 성폭력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은 사립학교의 폐쇄성이다. 국공립 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교원 징계 권한이 학교법인에 있어 교육청에서 징계를 요구해도 권고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는 것. 그 때문에 사립학교에서 유독 스쿨미투가 많은 것이다.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 교직원 수준의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교사들의 낮은 젠더 감수성 역시 문제로 꼽히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01월호
2019년 01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