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란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악성 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SNS 등의 발달로 안 좋은 이슈가 발생하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고, 이를 접한 다른 소비자들의 불안 등 2차 피해가 심각해 기업 대부분이 소비자 민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를 악용해 황당한 제보를 하거나 SNS 등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코딱지 분유’ ‘애벌레 케이크’ 해당 업체 큰 타격
최근 일부 맘카페를 중심으로 남양유업 분유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 사이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해당 논란은 소비자 A씨가 지난 10월 남양유업 임페리얼XO 분유통에서 코딱지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돼 이를 회사에 신고했지만 분유 두 통을 주고 말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은 순식간에 퍼졌고,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양상까지 보였다. 남양유업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는 “해당 이물질은 조사 결과 2.4mm 길이의 코털과 코딱지로 추정된다”며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을 통한 모든 검사를 진행해 해당 이물질이 제조 공정상 절대 혼입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소비자와 언론 등 외부 기관에 생산설비를 개방하고 이물질이 제조 공정상 혼입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에 따른 법적, 도의적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11월 9일 분유 이물질에 대해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하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지난 8월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애벌레 케이크’ 사건도 있다. 당시 소비자 B씨는 부산 신세계백화점 내에 있는 프랜차이즈 케이크 전문점 빌리엔젤 매장에서 구입한 케이크를 먹는 과정에서 애벌레 3마리를 발견했다며 백화점으로 찾아가 케이크 상태에 대해 항의했고, 일부 언론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빌리엔젤은 소비자에게 시료를 넘겨받아 제3의 기관인 세스코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세스코는 “시료의 표면에서 곤충의 특징인 체절 및 강모 등은 관찰되지 않는다”며 “몰리시 반응 시험 결과 ‘당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물질로 확인된다”고 발표했다. 빌리엔젤은 또 식약처에 추가 조사를 의뢰했고 결국 애벌레가 아닌 것으로 공식 판명됐다. 밀가루와 설탕 같은 케이크 재료 일부가 뭉친 것을 벌레로 착각한 단순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한 중소기업에게는 결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백화점 측이 관련 케이크 판매를 중단하며 매출 타격이 상당했다. 해당 케이크가 주력 상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사실 이들 업체처럼 억울한 경우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6년 식약처에 보고된 이물질 혼합 신고 건수는 5,332건으로, 이 가운데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건수를 제외한 3,672건 중 소비·유통 단계에서 혼입된 경우는 28%였다. 14.6%는 소비자 오인 신고였으며 제조 단계 혼입으로 판명된 경우는 10% 남짓에 불과했다. 나머지 44.5%는 혼합 경위를 알 수 없는 ‘판정 불가’ 사례였다.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의 변질·이물질 등의 문제는 다른 상품과 비교해 소비자가 직접 먹는 제품이기 때문에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생사를 가를 정도”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나선 소비자 갑질 문제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회에서는 일명 ‘블랙컨슈머 갑질 규제법’이 발의돼 법안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법률안은 파워 블로거를 사칭한 블랙컨슈머의 갑질 규제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을 보면 현행법상 불법 정보의 유통 금지에 관한 사항에 ‘사업장의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허위의 글을 게시 또는 전송하는 행위’를 포함시켜 해당 행위에 대한 규제 근거를 명시했다.
박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상의 영향력을 무기로 악의적 갑질을 한 블랙컨슈머는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어왔다”며 “이들로 인해 선량한 업체들이 경제적·심리적 피해를 입었다. 본 개정안이 신속하게 본회의를 통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