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를 품은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낯선 공간이 이방인을 맞는다. 화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한 165㎡의 아파트는 흡사 여느 작가의 작업 공간, 아틀리에를 연상케 한다. 내추럴 컬러의 우드 바닥, 매끄러운 도장으로 마감한 벽, 포인트 컬러 가구만 들여놓은 공간은 여백을 충분히 살려 공간에 리듬감이 느껴질 정도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남다른 비율, 미스코리아 출신 김현정 씨는 올해 7월 지금의 집으로 새롭게 보금자리를 옮겼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남편, 네 식구가 함께 사는 지금의 집은 전적으로 그녀의 바람대로 이루어진 취향 공간이다. 컬러풀한 가구와 로맨틱한 프렌치 인테리어를 좋아하던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공간을 실현해줄 SJP의 박서지 실장을 찾았다. 파리에서 16년간 생활하며 패션을 공부한 박서지 실장은 규격화된 한국식 아파트에 생활형 프렌치 스타일링을 녹여내는 디자이너로 공간을 색다르게 채색하는 남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 세 남자와 김현정 씨. 가족의 성비를 들은 박 실장은 가장 먼저 거실의 TV나 부엌 사이의 중문과 같은 단절의 요소를 없앤 열린 공간을 제안했다. “거실이나 부엌은 가족이 모이는 특별한 공간이잖아요. TV를 향해 놓인 일반적인 한국식 가구 배치보다는 가족들이 ‘따로 또 같이’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평소 요리 만들기를 좋아하고 지인 초대가 잦은 김현정 씨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부엌 중심으로 집의 구조를 변경했다. 공간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거실과 부엌 사이의 중문을 없애고 부엌에 철제 프레임을 더해 현관에서 바라보았을 때 프라이빗한 작업실을 가진 프렌치식 아틀리에를 완성했다. 여기에 자유롭게 가구 배치가 가능한 모듈형 소파와 가벼운 우드 테이블을 부엌 방향으로 배치해 가족 모두 언제든 따로 또 같이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집을 완성했다.
행복의 밑거름
집은 크게 침실과 아이 방을 포함한 4개의 방과 널찍한 거실 그리고 주방과 다이닝 룸으로 구성돼 있다. 벽과 천장은 화이트 일색이지만 공간은 전혀 밋밋해 보이지 않는다. 같은 톤 안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거나 다양한 물성으로 입체감을 준 덕분이다. 주방과 현관, 리빙 룸 등의 공용 공간은 좀 더 힘을 주기 위해 도장 마감으로 갤러리처럼 연출하고 사적인 영역의 방은 컬러 타일과 대리석 등을 활용해 좀 더 아늑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했다. 여기에 소가구와 그림, 화분과 조명 등을 활용해 공간별 악센트를 주어 생동감 넘치는 프렌치 하우스를 완성했다. 평소 작은 공간도 분할해 사용하는 SJP의 박서지 실장은 식탁 뒤, 소파 뒤와 같은 자투리 공간에도 가구를 넣어 공간을 스타일링했다. 특히 식탁 뒤 남는 공간에는 데이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소파를 넣어 식탁에서 밥을 먹고 난 아이들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앉아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잘 수 있는 코지 공간을 만들었다. 개인적인 공간인 방은 전적으로 사용하는 이를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꾸몄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부부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안방에는 침대 이외의 가구는 넣지 않았고, 커튼, 쿠션과 같은 패브릭으로만 포인트를 주었다.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아이들의 방은 책상과 책으로만 꾸몄고 가족이 모이는 패밀리 룸에는 침대 역할을 대신하는 모듈형 소파와 포인트 러그로만 장식해 간결함을 살렸다. 대신 작은 소품과 식물, 액자와 컬러 패브릭 등을 이용해 언제든 스타일링을 바꿀 수 있는 유동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집이 바뀐 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김현정 씨. “공간이 바뀐 뒤 자연스레 가족의 삶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에게도 더 많이 웃어주게 되고 남편,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역시 늘어났어요.” 공간은 그렇게 일상을 바꾸고, 바뀐 생활은 곧 행복이라는 매일의 밑거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