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데이트 서비스는 사실 미국에서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이미 1960년대 MIT에서 설문지를 기반으로 한 매칭 서비스가 여러 개 등장했고, 1984년에는 전화선 모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 최초의 온라인 매칭 서비스 ‘매치메이커(matchmaker)’가 인기였다. 그 후 월드와이드웹(WWW)을 기반으로 많은 데이팅 웹 사이트가 등장했으며, 오늘날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 형태로 많은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다. 필자 주변에도 데이팅 앱으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벌써 네 커플이나 된다.
뉴욕에서 데이팅 앱 사용이 활발한 이유는 그걸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11일, <뉴욕타임스>는 현재 싱글들이 만나는 넘버원 장소는 온라인이며, 2016년 만 18살부터 24살의 남녀 중 데이팅 앱이나 웹 사이트를 사용해본 사람이 거의 30%나 된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데이팅 앱에서 만난 연인과 6개월 이상 만났다는 앱 사용자가 무려 35.5%였으며 그중 약 14%는 약혼이나 결혼까지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현재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틴더(Tinder), 범블(Bumble), 오케이큐피드(OkCupid), 커피미츠베이글(Coffee Meets Bagel) 같은 앱들은 지난 5년에서 10년 사이에 등장했다.
많은 사람이 뉴욕에선 연애할 사람을 찾기가 좀 더 편할 거라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 내 다른 도시들과 비교할 때 뉴욕은 평균 근무 시간이 길고 야근 횟수도 잦은 편이다. 바쁜 일과 속에서 소개팅이나 모임을 통해 인연을 찾는 전통적인 방법은 에너지 소모가 클뿐더러 의외로 확률도 낮다. 소개팅은 인맥의 크기만큼 소개받을 수 있는 횟수가 제한돼 있고, 모임이나 취미 활동은 자칫하면 사심으로 모임에 나온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 단점들을 보완한 것이 데이팅 앱이다. 데이팅 앱 사용자는 이상형의 나이, 키, 인종, 사는 곳을 설정하고(심지어 직장과 연봉을 설정하는 앱도 있다), 그 안에서 사진을 보고 맘에 드는 사람을 골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온라인 서비스마다 스타일도 다양하다. 대중의 보편적인 취향에 맞게 설계된 ‘틴더’나 ‘오케이큐피드’ 같은 앱부터, 특정 인종이나 직종을 위한 앱, 예를 들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파머스온리(farmersonly.com)’, ’범블‘처럼 여성이 먼저 대시할 수 있는 앱, 오로지 원나이트를 위한 앱 등 여러 가지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중 ‘커피미츠베이글’은 동양 사람이 애용하는 걸로 유명하다. 커피미츠베이글의 크리에이터들은 놀랍게도 세 명의 한국인 자매다. 2012년에 개시된 커피미츠베이글은 이미 백인과 흑인 위주로 알고리즘이 구축된 타 앱들과 달리, 크리에이터가 아시아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동양인이 몰려들었고 비교적 인종 간에 공평한 알고리즘이 형성됐다.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강다운은 지난해 6월 웹 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데이팅 앱에서 파트너를 만났다고 밝혔다. 그녀는 “데이팅 앱을 사용할 때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어떤 연애를 원하는지, 관계를 통해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솔직히 밝히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너무 신경 쓰는 것은 쿨하지 않다는 트렌드 때문이다. 그러나 쿨하든 쿨하지 않든 원하는 상대방을 얻기 위해선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내고 솔직히 말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개방적인 뉴욕이지만 여전히 데이팅 앱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은 남아있다. 쉽고 얕은 인간관계를 야기한다는 말도 있고, 원나이트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하루에 평균 3~4시간을 인터넷에 소모하는 현재의 인터넷 세대에게 이러한 데이트 문화의 등장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글쓴이 조아라(@arachowrites)
<뉴욕을 그리는 중입니다>의 저자로 현재 뉴욕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중심으로 예술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