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식품, 얼마나 알고 먹나
구수한 된장찌개와 간간한 고등어구이, 잘 익은 배추김치 등 우리 고유의 음식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는 더 이상 '우리 것'만이 아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51%로 밥상 위 음식 중 절반은 수입산이기 때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7년 수입식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된 식품은 금액으로는 250억 8,772만 달러(약 28조 4,000억원), 무게로는1,829만 3,759톤, 건수로는 67만 2,27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금액은 7%, 중량은 6%, 수입 건수는 7.5% 늘어난 수치로 국가별로 분석하면 금액과 무게는 미국이, 건수는 중국이 가장 많았다. 이 중 수입 식품 부적합 건수는 1,284건(0.19%)으로 전년 대비 0.01% 감소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입 식품은 가공식품이 57.9%로 가장 많았으며 기구류(15%), 건강기능식품(7.9%), 농·임산물(6.5%), 축산물(6%), 수산물(5.5%), 식품 첨가물(1.3%) 순이었다. 부적합 건수가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크고 작은 수입 식품 안전 이슈와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특히 2008년 '멜라민 분유', 2005년 '말라카이트그린 장어'와 '기생충 알 김치', 2000년 '납 꽃게' 등 지난 수년간 방송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비위생적인 식품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국내 소비자의 중국 식품에 대한 신뢰도는 극히 낮은 편이다. 문제는 최근까지도 중국 식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 중금속, 항생제와 같은 유해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 전국 성인 1,400명에게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산, 중국산, 미국산, 호주, 뉴질랜드산 수입 식품 각각에 대해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안전하다"는 응답은 호주·뉴질랜드산이 72%로 가장 높았고, 미국산 47%, 일본산 25%, 중국산 7% 순으로 나타났다.
식탁 안전 위협하는 값싼 중국산 식품
한 해 중국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농산물은 48억 달러(약 5조 5,000억원)어치 이상으로 우리 밥상을 차지하는 중국 식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4년간 판매 금지 및 회수 조치한 중국산 식품과 공산품을 분석한 결과 20여 가지 제품이 식품 안전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제품으로는 마늘종, 고사리, 건고구마줄기, 건목이버섯, 배추김치, 냉동 번데기, 당귀, 고추씨 분말, 활미꾸라지 등 식품과 다이어트 약, 주류, 대나무 도마 등 공산품이 포함됐다. 식품에서는 주로 카드뮴, 납, 이산화황 등 중금속과 발암 물질인 벤조피렌, 잔류 농약인 이프로디온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활미꾸라지에서는 식품에서 검출돼서는 안 되는 동물용 의약품인 엔로플록사신, 시프로플록사신, 오플록사신, 페플록사신이 나와 문제가 됐다. 특히 김치에 대량으로 쓰이는 마늘종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돼 회수된 제품이 48톤 이상이었고 중국산 배추김치에서는 김치류에 사용할 수 없는 식용 색소 적색 제102호가 쓰이기도 했다.
이처럼 끓임없는 유해성 논란에도 중국산 식품이 지속적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에서도 '위험한 중국 식품 2018'이라는 기사를 통해 자국의 채소가 흉작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값싼 중국산 채소의 수요가 급증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나마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식품은 원산지를 확인한 후 어느 정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외식 급식업계의 상황은 또 다르다. <2016년 김치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김치 소비량 가운데 수입산의 비중은 17.7%로 많지 않아 보이지만 외식 급식업체의 수입산 김치 소비량은 47.3%로 절반에 가깝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김치의 99.9%가 중국산이라는 것. 그러고 보면 언젠가부터 식당 메뉴판의 원산지 표기란에 김치 옆에 쓰인 '중국산'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식품 전문가들은 수입업자들이 무조건 싼 것만 찾다 보니 위생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저품질의 수입품이 종종 적발된다고 지적했다. 김형미 강남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 역시 우리나라는 유독 위생 개선을 위한 비용 지불에 인색하다며 이를 안타까워했다. 김 영양팀장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생선이 엄청 깨끗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낮은 편이라 수입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 없이 '좋은' 식품을 찾는 인식이 문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식품 안전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입 식품을 전수 검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 유해 중금속, 항생제와 같은 것이 검출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 같다"며 샘플 조사에서 생겨나는 사각지대를 촘촘하게 메울 수 있는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입 식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아이러니한 것은 '가짜 식품 대국'이라는 오명과 달리 중국 현지에서는 요즘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SLAL차이나)에 따르면 중국의 건강식품 시장은 연평균 10~15%씩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식품의 안전성과 건강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자국 내 유기농 식품 소비를 증가시켜 미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중국이 전 세계 유기농 시장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식품공학 전문가인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는 작금의 중국 식품을 10년 전과 비교해 '상전벽해'로 표현했다. "과거 우리나라 수입업자들이 중국에서 워낙 싼 것만 들여와 이미지가 안 좋아서 그렇지 중국 식품이 더 유해하다는 것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현재 중국에선 농산물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 관련 법규를 까다롭게 제정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혹독한 벌금을 부과한다."
올해 4월 식약처는 수입 식품이 통관 단계뿐만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도 촘촘하게 관리될 수 있는 '2018년 수입식품 유통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수입 식품 허위 신고 등의 우려가 있는 업체에 대한 기획 점검을 시행하고 인터넷 구매 대행업이나 신고 대행업, 보관업 등 신설 업종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구매 대행 등 인터넷으로 해외 식품을 구매할 때는 소비자 스스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급적 수입 식품 인터넷 구매 대행업으로 등록된 영업자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식품 안전 정보 포털 사이트인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에서 '업체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위해 성분, 의약품 성분 등이 함유돼 국내로 반입이 금지되는 해외 식품은 식품안전나라 해외직구정보의 '위해식품 차단목록'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구매하기 전에 제품명을 검색해 통관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수입 식품일수록 포장지에 명시된 유통기한과 보관법을 꼼꼼히 지키는 노력 또한 요구된다. 김형미 영양팀장은 "수입 식품 중 냉동 상태로 들어오는 제품이 많은데, 가정에서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한 번 먹을 만큼만 구매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병원균과 대장균이 증식하기 쉬운 여름철에는 채소와 생선, 육류 등의 신선식품은 완벽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덧붙였다.